독감 백신 맞고 죽었다? 백신에 대한 오해와 팩트

  • 기사입력 2020.10.22 15:53
  • 최종수정 2020.10.22 15:54
  • 기자명 이나라 기자

독감 백신주사를 맞은 이후 사망한 사례가 증가하며, 이른바 ‘백신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10대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이후 20여 명이 잇따라 사망하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자칫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감 백신과 관련한 팩트를 <뉴스톱>이 정리했다.


① 백신 맞은 1297만 명 중 이상 반응 신고는 431건

10월 21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1297만 명이 독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전날 기준 이상 반응에 대한 신고는 총 431건으로, 아직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아 역학조사를 통해 조사 중이다. 신고된 이상 반응 중 유료 접종 대상자가 154건이며, 무료 접종 대상자는 277건이다. 신고된 이상 반응 중 국소 반응은 111건, 알레르기 반응은 119건, 발열 증상은 93건, 기타 104건이며,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수거회수 대상이 된 백신과 관련한 이상 반응 신고는 누적 84건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 국소 반응, 알레르기, 발열 등 경증 반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청은 최종 부검 소견과 의무기록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독감 백신으로 인한 이상 반응은 2017년에 108건, 2018년에 132건, 2019년에 177건이 보고됐다. 올해 신고 건수가 431건까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질병관리청 긴급 브리핑에서 “상온 유통 백신과 한국 백신의 백색 입자에 대한 우려로 정부 차원에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상 반응에 대해 능동적 조사를 시행했다”며 “과거 수동적인 신고 시스템보다 숫자가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접종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②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 인정 사례는 단 한 건

국내에서 독감 백신 예방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 인정된 사례는 25건의 신고 중 2009년에 발생한 단 한 건뿐이다. 당시 65세였던 여성은 독감 접종을 받은 후 3일 뒤부터 근육과 근력이 저하하는 증상이 생겨 결국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으로, 눈과 안면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감 백신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여성은 이후 입원 치료 중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다음 해 2월에 사망했다. 이 사례는 이상 반응과 연관이 있다고 확인돼 피해 보상이 인정됐다. 다른 24건의 경우, 대부분 기저 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됐다. 

 

 


③ 백신으로 인한 이상 반응 인정되면 국가 보상 가능

독감 백신주사를 맞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사망한 경우, 국가 차원에서 이를 보상해주는 법안이 존재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71조에는 ‘예방접종 또는 예방ㆍ치료 의약품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조항에 따르면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에게는 진료비 전액과 정액 간병비를 지급하고, 장애인이 된 사람에게는 일시보상금을 지원한다. 사망한 사람에게는 유족에 대한 일시보상금 및 장례 보조비를 지원하게 돼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예방접종피해보상 접수된 신청건수는 총 1180건이며 이중 보상은 675건, 기각은 503건이다. 2019년에는 42건 보상, 24건 기각, 2건 보류였다. 

연도별 예방접종 피해보상 현황. 자료: 질병관리청
연도별 예방접종 피해보상 현황. 자료: 질병관리청

 

④ 달걀 알레르기가 있으면 백신 맞으면 안 된다?

독감 백신을 만드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유정란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균 유정란을 약 10일간 부화시킨 후 유정란 내에 바이러스를 접종해 3일간의 배양 과정을 거쳐 분리·정제해 만든다. 그런데 여기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오브알부민`이란 물질이 소량 포함되기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독감 백신 주사를 맞으면 안 된다는 말이 상식처럼 널리 퍼져 있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달걀이나 백신의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갈무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갈무리

그러나 이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평소 두드러기 등 가벼운 증상인 이들은 모든 종류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만약 달걀로 인해 급성 쇼크한 경험이 있거나 극심한 증상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들에 한해 의사와 상담한 이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옛날에는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WHO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며 “실제로도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⑤ ‘백신 포비아’가 트윈데믹 불러올 수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백신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독감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맞지 않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11월 중순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인플루엔자 유행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이 발생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소아 청소년, 임신부 등 취약 계층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일각에서는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지나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매년 급성심장정지 발생 건수는 3만 건에 육박한다. 생존율은 10% 아래다. 그만큼 돌연사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심뇌혈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날씨가 추워지는 10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1월에 정점을 이루고 일교차가 큰 3월까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시점에,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프레임으로 쏟아지는 기사가 `백신 포비아`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 사례가 백신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전혀 밝혀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백신이 문제가 있는 거라면,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며 “이번에 30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접종할 예정인데, 사망 수를 따져보면 매우 낮은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과 사망 원인과의 관련성은 매우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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