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하철 소독 후 바이러스 안 나왔으니 안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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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지하철 소독 후 바이러스 안 나왔으니 안심해도 된다?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1.2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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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건환경연구원의 대중교통 코로나19 검사 보도 확인해보니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25일 <서울시, 950건 대중교통 코로나19 검체 검사…모두 ‘바이러스 불검출’>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대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해봤더니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출처: 다음 기사 검색
출처: 다음 기사 검색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매체들이 기사를 발행했다. 대부분은 '대중교통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 사례 없어' 등의 제목을 달았다. KBS는 <대중교통에서 감염 안 될까?…검사해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불검출>이란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KBS는 기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하시죠? 서울시가 지난 1년간 확진자가 이용한 대중교통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한다. 사실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①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뭘 검사했나?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발병 이후 모두 950건의 대중교통 환경시료를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검사했다. 이 가운데 500건은 확진자가 방문하거나 이용한 대중교통 25곳을 대상으로 소독·방역 조치 후에 환경 검체를 검사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50건은 지하철, 버스 등 총 5개 시설에서 소독 전에 검체를 채취해 검사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확진자가 다녀간 뒤에 소독을 하고 검체를 채취했다면 바이러스가 안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②왜 소독 후에 검사했나?

소독제로 물체 표면을 닦으면 바이러스는 사멸한다. 소독 후 검사를 했는데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면 소독을 허투루했다는 결론 밖에는 도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소독 후 검사를 실시해왔다. 왜 그랬을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 코로나19 발병 초기 확진자의 동선이 자세히 공개되던 시기에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컸다"며 "소독 이후에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독한 뒤에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니 안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차량기지, 차고지에서 소독을 완료한 지하철, 버스라도 확진자가 탑승해 재채기를 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물체를 만졌다면 바이러스가 옮겨질 확률이 크다. 정기적인 표면 소독은 감염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100% 안심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상존하는 위험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면 방심으로 이어진다.

 

③왜 소독 전에 검사했나?

뉴스톱은 사실 이 문제를 예전에도 다룬 바 있다. 뉴스톱은 <[분석] 대중교통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보도를 통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소독 후 검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후 연구원은 "최근 확진자수가 급증해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대중교통을 대상으로 한 범위를 넓혀 소독 전 지하철, 버스 등 총 5개 시설에서 450건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승객들이 이용하고 난 뒤 대중교통 시설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아있는지 보겠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감염 위험, 특히 접촉으로 인한 감염 전파 위험을 측정해보자는 취지이다. 검체 450개를 시험했더니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④그럼 안심해도 되나?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소독전 검사해 검체 450개를 채취한 시설은 모두 지하철, 버스 등 5곳에 불과하다. 수도권 전철을 제외하고서라도 서울 지하철 역은 320곳이고 평일 기준 서울 지하철의 운행 편수는 4927편성에 이른다. 서울시가 관할하는 버스 공영차고지는 29곳, 운행 차량은 6990대이다. 이 시설을 모두 더하면 1만2266곳에 이른다. 5곳은 0.04%에 불과하다. 고작 5곳을 검사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할 규모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주된 감염 전파 경로가 비말 전파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물체 표면 위주의 환경 검체 검사는 실질적인 감염 위험도를 드러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검사법이다. 신용승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던 가장 큰 요인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대화 및 통화 자제 등 시민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 접촉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역학조사관의 절대 숫자가 부족하고, 대중교통 내에서 접촉자 범위를 특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에서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신 원장의 말은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한 감염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도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된다.

아직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사례가 목격된다. 제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해도 이런 승객이 옆에 타고 있다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없다. 결국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3밀(밀집, 밀접, 밀폐)을 피하는 개인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알아본 것을 토대로 "서울시가 지난 1년간 확진자가 이용한 대중교통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라고 한 KBS의 보도 내용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에서 채취한 950개의 검체를 검사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500개는 소독 후 검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나머지 450개의 검체는 대중교통 시설 5곳에서 채취했는데 이는 서울시 대중교통 시설 규모에 비하면 지극히 일부여서 대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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