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어 팩트체크] 스리라차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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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 팩트체크] 스리라차 치킨?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4.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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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전 중계방송을 보다가 치킨 광고가 나왔다. 이름이 스리라차 치킨이란다. 태국식 칠리 소스로 맛을 낸 양념치킨이다. '스리라차' 소스를 사용한 거다. '스리라차'로 검색해보면 태국식 칠리 소스 제품이 엄청나게 검색된다. 국내 식품 대기업도 이 이름을 사용한 볶음면을 출시한 적이 있다. 도대체 이 스리라차는 무엇일까? 뉴스톱이 알아봤다.

 

출처: 자담식품 홈페이지
출처: (주) 웰빙푸드 홈페이지

◈스리라차 소스 유래는?

이 치킨이 사용한 소스가 '스리라차 소스'이다. 본래 '스리라차 소스'는 태국식 칠리소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닭표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어진다. 중국계 베트남인 출신 미국 이민자가 태국식 소스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태국에서는 닭표 제품을 아류 취급한다. 정통 레시피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시라차 파닛' 제품이 유명하다.

동남아 지역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동남아 음식들이 소개되고 소스도 널리 알려졌다. 매콤한 동남아식 칠리소스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고 인식한 식품회사들도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으로 동남아시장에서 재미를 본 삼양식품은 2018년 '스리라차 볶음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불닭볶음면과 함께 동남아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당시 태국에 거주하던 필자는 태국 마트에 진열된 '스리라차 볶음면'을 똑똑히 기억한다.

출처: 구글 스리라차볶음면 검색 화면
출처: 구글 스리라차볶음면 검색 화면

 

◈스리라차 볶음면의 씁쓸한 기억

태국 마트에서 한국 라면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한국 라면이 태국 편의점에 쫘악 깔려 있을 정도니 마트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판매 순위 상위를 차지하는 제품들은 거의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태국이 자랑하는 소스로 만든 라면을 한국에서 만들어 다시 태국으로 역수출하다니 놀라왔다. 'K-푸드'의 위력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뿌듯한 마음은 잠시. 제품 이름이 이상했다. '스리라차 볶음면'이라니. 태국어를 아는 한국인, 또는 한국어를 아는 태국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스리라차로 잘못 알려진 이 말은 ศรีราชา라는 태국의 지명이다. 태국어 발음을 한글로 옮겨적자면 씨라차 정도 된다.

씨라차는 태국의 최대 휴양지인 파타야 인근 도시이다. 몇몇 한국 기업들도 이 도시의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다. 태국 거주 교민들에겐 씨라차는 낯설지 않은 도시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 개발된 소스이기 때문에 '씨라차 소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왜 태국의 도시인 씨라차가 한국에선 '스리라차'로 불리게 된 걸까?

태국 고속도로의 교통표지판. ศรีราชา를 로마자로 'Sriracha'로 표기했다.

 

◈태국이 자초한 혼선

태국어에는 표기는 하되 발음하지 않는 '묵음'이 존재한다. 영어 단어로 폭탄을 뜻하는 'bomb'의 마지막 'b'를 발음하지 않고 'bam' 또는 'bɔm'으로 발음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박경은 교수는 "ศรีราชา는 산스크리트어 차용어로, ศ 뒤의 ร가 묵음이 되어 태국어로는 씨- 라- 차- 로 발음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태국 당국이 정한 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선 원어를 살려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ศรีราชา를 로마자로 표기하면 SRIRACHA가 된다.

로마자로 표기된 SRIRACHA를 원어 발음에 대한 고민없이 한글로 옮겨 적은 것이 바로 '스리라차'이다. 결국 잘못된 표현인 셈이다.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국립국어원의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ศรีราชา는 '시라차'로 옮겨적어야 한다. "sr와 thr는 모음 앞에서 s와 마찬가지로 ‘ㅅ'으로 적는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태국어과 박경은 교수도 "영어로 표기할 때는 (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는 어긋나지만 원어를 살려 적는 관행 때문에) Sriracha로 된 것을 원어가 아닌 영어 스펠링을 다시 음차하여 '스리라차'로 표기하는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면 '시라차'로, 현지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다면 '씨라차'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박 교수의 견해다.


'스리라차 소스'를 이용해 만든 제품들의 이름은 '시라차' 또는 '씨라차'로 표기돼야 국립국어원 표기법과 현지어 발음에 부합한다. 

K-푸드 신드롬을 이용해 동남아 지역 특히 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사업자들은 현지어를 이용해 제품명을 지을 때 현지어 발음을 세심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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