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어 팩트체크] 세종대왕도 한숨 쉴 '태국어 한글 표기법'

'아' 다르고 '어'다르듯 'อ'다르고 'โ' 다르다

  • 기사입력 2020.05.21 08:59
  • 최종수정 2020.05.21 11:0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코로나19로 99%의 지구인들의 발이 묶였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지만 집콕에서 언제쯤 풀려나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지 아득하다. 여행이 자유로웠던 그날을 떠올리며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질 때를 대비하는 차원의 기록을 하나 남기고자 한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해외여행 목적지 태국. 태국 입장에선 한국은 자국 관광산업의 '주요 고객'이다.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과 함께 매년 입국자수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인 방콕을 비롯해 파타야, 푸껫 등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관광지이다.

출처: 픽사베이
사멧섬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태국의 관광지 중 하나이다.
출처: 픽사베이

◆코사멧? 꼬사멧? NO NO.… 꺼사멧이 맞습니다.

최근 한국인들에게 각광받는 여행지 중 하나는 사멧섬(Samed Island)이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라 크게 부담이 없다. 북적거리는 파타야가 싫다는 분들이 관심을 보인다. 섬이라 부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사멧섬을 비롯해 시밀란섬, 창섬, 사무이섬, 파응안섬 등 태국의 많은 섬들이 한국 관광객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들고 있다.

한국의 여행사들도 이런 섬 여행지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꼬사멧, 꼬창, 꼬사무이, 꼬팡안 등의 지명을 사용해 홍보한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꼬'가 섬이라는 뜻의 태국어 'เกาะ'를 음차한 것이다. 자음 'ก'과 모음 'เ-าะ'을 사용한다.  'ก'는 쌍기역에 조금 더 가까운 기역 소리가 나고, 'เ-าะ'는 한국어 모음 'ㅓ'와 같은 소리이다. (태국어 모음은 장모음과 단모음으로 나눠지는 데 'เ-าะ'는 단모음이다.) 한국어 'ㅗ'에 해당하는 태국어 모음은 'โ-'(장모음)이다. (단모음은 โ-ะ로 표기하는 것과 자음끼리 붙여쓰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따라서 'เกาะ'를 한국어로 옮기면 '꼬' 보다는 '꺼'와 훨씬 비슷하다. 태국인과 태국어를 배운 외국인들에게는 '꼬사멧' 보다는 '꺼사멧'이라는 표기가 현지 발음과 훨씬 유사하다.  

 

◆콥쿤카? 코쿤카? NO NO…컵쿤카가 맞습니다.

태국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알만한 태국어 표현이 '감사합니다'에 해당하는 '컵쿤'이라는 표현이다. 태국어에는 여자와 남자가 사용하는 종결어미가 카/크랍으로 다르기 때문에 여자가 말할 경우 '컵쿤카', 남자가 말할 때는 '컵쿤캅(크랍)'으로 달라진다. 태국어를 사용하면 ขอบคุญคะ(컵쿤카)/ขอบคุญครับ(컵쿤크랍)으로 표현된다. 우리말 'ㅓ'에 해당하는 모음 '-อ'를 사용해 표기한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콥쿤', '코쿤' 등의 잘못된 표기가 넘쳐난다. 

여기엔 두가지 원인이 있다. 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ㅓ' 발음이 나는 모음 'เ-าะ', '-อ'를 알파벳 'o'를 빌어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멧섬은 'ko samed', 감사합니다는 'khob khun'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태국인들이 태국어를 로마자로 바꿔 표기한 것을 한국어로 읽어 '꼬 사멧', '콥 쿤'으로 소리내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외래어 표기법이다. 국립국어원이 고시한 타이어 자모 표기 일람법(고시 제 2017-14호) 에 따르면  한국어 'ㅓ' 소리가 나는 태국어 모음 'เ-าะ', '-อ'는 'ㅗ'로 표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고시하는 외래어표기법이 현지어 발음보다 로마자 표기를 읽은 음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로마자에는 우리말 'ㅓ'와 일치하는 음가를 표시할 기호가 없다.  태국어와 한국어의 'ㅓ' 발음을 로마자를 빌려 표시하려다보니 알파벳 'O'를 가져다 쓰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같은 발음인 두 나라의 모음이 실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뉴스톱의 국민신문고 질의에 "현행 타이어(태국어) 표기법은 영미권 언어의 발음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 아니라 원어 발음을 바탕으로 해당 언어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답변했다. 이어 "외국어는 우리말과 소리 체계가 다르므로 어떠한 한글 표기도 외국어의 소리를 완벽하게 나타내기는 어렵다"며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를 한글로 일관성있고 편리하게 적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원어 발음을 가능한 한 완벽하게 나타내거나 외국어 발음을 학습하기 위한 표기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헤아려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박경은 교수는 " โ- 와 -อ 두 모음은 태국어에서 엄연히 의미적 변별을 가진 것으로, 한글에서 구분해서 적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표음주의, 원음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국어원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태국어 한글 표기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이 운용하고 있는 '타이어(태국어) 자모 표기 일람법'이 바뀌지 않는 한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태국에 가거나 태국 사람을 만나 인사할 일이 생긴다면 남자는 '컵쿤(코쿤x) 캅' 여자는 '컵쿤(코쿤x) 카'라고 인사해보자. 태국어 한글 표기법 개정이 앞당겨 질지도 모를 일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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