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이 노란봉투법 반대?...경총, 설문지 원본은 "공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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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이 노란봉투법 반대?...경총, 설문지 원본은 "공개 못해"
  • 김정은
  • 승인 2022.12.0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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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란봉투법'에 대해 부정적 답변 유도하는 문항 설문지에 포함
경총이 보도자료 발표하자, 같은 날 다수의 언론 그대로 '받아쓰기'

정치권과 노동계-재계가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민 대다수가 노란봉투법에 부정적"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확인결과(아래 표 참고),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 15개 언론사는 지난 4일 "국민 10명 중 8명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언론이 특별한 분석없이 경총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이 자료가 신뢰할만한 내용인지, 객관적인 설문 문항을 바탕으로 조사됐는지 분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경총의 설문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다수의 언론사가 지난 4일 "국민 10명 중 8명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도표=미리캔버스 제작
다수의 언론사가 지난 4일 "국민 10명 중 8명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도표=미리캔버스에서 제작

◈ 노란봉투법이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배소 제한이 핵심

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진행됐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파업은 지난 7월 22일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사측이 460억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법원이 무분별하게 대기업과 재계의 손배소를 인정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리와 노동삼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쌍용차 파업으로 손해를 봤다며 쌍용차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2심 재판부는 33억여원의 배상금을 판결한 바 있습니다. 경찰도 진압장비가 파손됐다며 14억원 정도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재판 이후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등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금액이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 개개인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배상금 부담이 지워지다는 것이 과하다는 여론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후 노동계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기업과 정부의 손배소 행위를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가 됐습니다. 

지금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서는 '제1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구체화했습니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즉 폭력행위는 노조가 배상할 책임이 계속 있다는 겁니다. 신설된 3조 4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힌게 아니라 회사가 일을 못해서 발생한 추가적인 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도 배상하지 못하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기업들이 파업기간동안 일을 못해서 발생한 수십억 수백억원의 피해까지 노조에게 손배 청구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은 극명히 엇갈립니다.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배상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행위 면책은 아니며 그동안 과도한 손배소로 인해 침해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청노동자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경총 설문조사 문항 살펴보니...노동자 쟁의행위 '불법행위'로 규정

이처럼 노랑봉투법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고 해석에 있어서도 엇갈리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경총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일방적인 재계의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경총은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네 가지 문항을 조사(아래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면책에 대한 찬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에 대한 찬반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한 찬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에 대한 찬반

경총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불법점거나 폭력 등 불법 행위'라고 규정한 것(아래 사진 참고)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가치표현이 문항에 드러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금지가 예외임에도, 즉 사측이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노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노란봉투법이 이를 모두 금지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응답자에게 '노란봉투법'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사진=경총 보도자료

경총은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일례로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항에 대해서 "응답자의 63.8%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며, "권리분쟁 사항과 경영상 결정 등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고 덧붙였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응답 결과와 함께 분석도 공개했다. 사진=경총 보도자료

<뉴스톱>은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와 해석이 객관적인지 검증하고자, 협회에 설문지 원본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협회 담당자는 "원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문항이 궁금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보도자료에 (있는) 그 문항들이 (설문지에) 대부분 문장대로 들어가 있다"며 거절했습니다. 

경총은 과거에도 파업 행위를 '불법'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협회는 지난 10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ㆍ가압류 제한의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0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ㆍ가압류 제한의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경총 홈페이지

협회가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포함한 경제6단체는 6일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노동조합법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용자 개념이 예측 불가능한 범위로 확대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법적 안정성도 크게 침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6단체 부회장단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홈페이지

◈ 언론의 보도자료 '받아쓰기' 관행...여론조사 보도 준칙은?

<뉴스톱> 취재 결과 앞서 언급한 15개의 매체는 모두 경총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이들 중 4개의 언론사는 협회가 보도자료에 첨부한 이미지도 함께 기사에 실었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이 도표에도 노란봉투법의 쟁점이 되는 노동자 쟁의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됐습니다. 

15개 언론사 중 4개의 언론사가 경총의 보도자료 이미지를 기사에 실었다. 사진=디지털타임스

언론협회와 조사학회 등은 언론이 통계자료를 인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인터넷신문 기사심의규정>에는 여론조사와 통계조사의 보도 준칙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제7조(여론조사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은 국민적 관심사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에는 조사의뢰기관, 조사기관,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주요 질문내용 등을 밝혀야 합니다. 제8조(통계조사의 보도)는 인터넷신문이 통계자료를 인용할 때 조사의 주체, 방법, 출처, 조사 기간 등을 밝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도 지난 2000년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학회는 언론이 여론조사 질문의 정확한 어법과 표현방식을 알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그 질문이 공정하고 편견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권장했습니다. 

이익단체인 경총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료를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설문조사의 한계에 대해서는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선 최소한의 균형적 정보가 필요하고 언론이 이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방법이나 질문문구가 정확했는지 검증할 의무도 있습니다. '받아쓰기 언론'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비판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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