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미터 1년] ②파기 공약 벌써 15개...안철수 "욕하는 기사 기분 좋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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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상식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과 그 정부라면 이 정도 상식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출처: 윤석열미터
출처: 윤석열미터

◈파기된 공약 15개

윤석열미터가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 평가에서 ‘파기’로 판정한 공약은 15개다. 윤석열미터가 이행을 점검하는 공약은 136개다. 11%가 집권 1년만에 파기된 것이다.

사실 윤석열정부 출범 이전 당선인 시절부터 공약 파기에 관한 논란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국민께 반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이준석 당시 당 대표)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별다른 사과 또는 반성 내지는 이해를 구하는 일 없이 국정과제가 추려졌고, 윤석열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파기된 공약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책임있는 사과를 한 사례는 없다.

일반적으로 대선 기간 동안 제시됐던 공약들이 국정과제로 추려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다. 국정과제로 채택된다는 건 행정부 공무원들이 대통령 임기 내에 중점적으로 시행할 정책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않는 공약들은 챙기는 주체 없이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7월2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과제 관리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6대 국정목표, 23개 약속, 120대 국정과제로 구성됐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여러 채널을 통해 내걸었던 940개 공약과제 가운데 국정과제에 들어가지 못한 이슈들은 조용히 사라지게 됐다.

 

◈화제의 공약도 파기

대선 기간 동안 화제를 모았던 주요 공약들도 파기를 면치 못했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 공약도 ‘파기’로 판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2022년 2월28일 강릉 유세에서 “자영업자에게 300만원씩 나눠주는 게 누구 돈인가. 여러분의 혈세다. 집값 올려서 재산세, 종부세로 뜯어낸 돈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런 되지도 않는 돈 300만원에 현혹될 주권자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1000만원씩 기초지원금이 나가고, 거기에 더해서 실질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담론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선 2022년 2월24일 발표된 국민의힘 20대 대선공약집에도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 대선공약집에 가장 먼저 실린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을 확실히 보상하겠습니다>이다. 여기에는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 보상”이라는 약속이 담겨있다.

그러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손실보상안은 총 규모 ‘33조1000억원+α’의 차등지급 방안이었다. 2022년 5월12일 윤석열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59.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여기에 포함된 손실보상금 규모는 24.5조원이었다. 이후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추경안에 최종 반영된 온전한 손실 보상 예산은 24.6조원이다. 당초 공약이었던 50조원 이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또다른 공약파기 사례도 있다.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을 신속히 보상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약속이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대입 정시 모집인원 비율 확대 공약도 파기로 판정됐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일명 ‘조국 사태’로 대학입시 수시모집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시 모집 확대 여론이 커지자 이를 공약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국정과제 수렴과정에서 이 공약은 실종됐다. 2022년 5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관련 질문에 대해 “정시 확대는 교육현장에서 사교육 증가, 고교교육 내실화 저해 등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입 정시 모집 비중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늘리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간 데가 없다.

아침밥 굶는 초등학생이 없도록 아침식사를 학교 급식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생계급여 수급 대상 가구에 장애인, 노인 등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원이 있을 때 인당 10만원씩 추가로 생계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정부 출범 1년 공약이행평가에서 ‘파기’로 판정된 공약은 모두 15개로 다음과 같다.

▲10년 장기임대주택 양도소득세 공제율을 70%에서 80%로 상향 ▲대입 정시 모집인원 비율 확대 ▲검찰에 예산 편성권 부여 ▲과기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역할 명문화 ▲대통령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50조원 이상 온전한 (코로나19) 손실 보상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 ▲초등학생 아침밥, 방학 점심밥 급식으로 해결 ▲동북아 스마트 에너지그리드망 구축 ▲최종면접자 자율피드백 의무화 ▲5년간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 ▲사드 추가배치 ▲임대료 나눔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근로능력 없는 가구원 월10만원 추가지급

누군가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공약들을 보고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이 공약들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졌다. 표를 던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고 있다.

출처: 미디어스 홈페이지
출처: 미디어스 홈페이지

◈약속을 깼으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공약이 국정과제로 추려지면서 후퇴하고 파기되는 과정에서 ‘질서있는 후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022년 4월28일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 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초 약속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업장 1곳당 600만원 일괄 지급 공약이 달성될 수 없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안 위원장은 이전 정부가 손실 규모를 제대로 추산하지 않아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 사서 드시고 형편이 어려운 분은 그 돈 받아서는 가게를 운영할 수도 없고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지원안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윤 당선인 공약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에 즉각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지원금 용처를 두고 안 위원장까지 부적절한 발언을 하자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 자신도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공약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2022년 5월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안 위원장은 "처음 이 막중한 임무를 맡았을 때 전임 인수위원장 조언을 받아 나름대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며 "설익은 아이디어가 나가서 국민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원칙과 공약과 국정과제는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공약과 국정과제는 어떻게 다를까? 안 위원장은 "국정과제(선정)는 공약이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과정에서 공약과 조금 틀린안이 나올 수 있다"며 "그 욕을 인수위가 먹어야 당선인이 마음 편하게 국정운영을 하실 수 있다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요즘 언론을 보면 욕하는 기사가 가끔 나오는데 제가 기분이 참 좋다"고 웃음 지었다.

실현 가능성이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공약을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도록 걸러주는 것이 인수위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나타난다. 반 발자국 되돌아가보면 실현 가능성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들은 대선 공약으로 나와선 안 되는 것 아닌가? 대선 과정에서 쏟아냈던 약속들을 아무렇지 않게 부정하는 것이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의 ‘상식’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그리고 여당 내부에 대통령 공약을 챙기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내팽개친 약속에 대해서 사과라도 제대로 하고 넘어가야 한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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