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상속세 최고세율에 숨겨진 이야기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3.06.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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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상속하면 100% 지분 → 16% ???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기고

최근에 상속세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에 대해서 50%를 적용하고 있는데,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 20%가 적용되어 60%를 적용받게 되면 2번에 걸쳐 상속 시(1대 100% → 2대 40% → 3대 16%) 100% 지분이 16%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상속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너무하다 싶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현재 상속세에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평가액을 20% 높여 계산해 과세하는 것은 맞다. 세율은 변화가 없어도 가치가 20% 오르는 셈이니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최고세율만 따지면 60%를 적용받는 셈이다. 그런데 이 할증은 모든 주식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주식은 적용되지 않고 이른바 ‘대기업’ 주식에 대해서만 적용이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 중에 상속 시 20% 할증을 적용받게 되는 대기업은 얼마나 될까?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전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이다. 전체 약 75만개 기업 중 약 2,400개 정도 되는 셈이다. 그런데 대기업 주식을 가졌다고 모두가 20% 할증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일 경우에만 상속세를 계산할 때 주식 가액의 20%를 높여서 적용받게 된다.

출처: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출처: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결국 우리나라의 0.3%에 해당하는 기업의 최대주주의 상속세에서만 20% 할증이 일어나는 셈이다. 물론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 해도 당사자라면 싫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만 20%를 높여서 평가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대주주의 주식은 경영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계산 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기업 간 인수, 합병 시 기업의 가치 평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인정해주고 가산해 평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즉 기업 간 인수, 합병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의 존재를 인정해 가치를 올려서 평가하는 것처럼 상속세에서도 경영권의 가치를 인정해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속세는 오히려 적용 범위가 좁다. 기업 간 인수, 합병에서는 기업이 중소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경영권 프리미엄이 인정될 수 있지만 상속세에서는 대기업에 대해서만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상속세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경영권을 이유로 할증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물론 최대주주 주식의 가치를 높여 평가하는 것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상속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이 줄어들어 2번 상속하면 100%에서 16%가 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이지 해당 재산 자체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매각해서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지만 다른 재원을 마련해 납부해도 상관없다. 익히 잘 알려진 바대로 삼성 이건희 회장 부고 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일가는 주식을 매각하는 대신 대출을 받아서 상속세를 납부했다(정확히는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상속세는 연부연납이라고 해서 여러 년에 걸쳐서 나누어 납부하는 것이 가능하다(최대 10년, 가업상속재산의 경우 최대 20년). 결국 처음 지적했던 100% 지분이 2회에 걸친 상속으로 16%가 되려면, 우리나라 기업 중 대기업에 해당되는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한 누군가의 부고로 상속인이 ‘나는 내 상속세를 꼭 지분으로 납부하고 말테야’ 라는 선언을 본인과 본인의 자식이 크게 외치고 그대로 행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필자가 오히려 (만일 존재한다면)당사자와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것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경영권이라는 것은 상속되어도 상관없는가라는 질문이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재산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받는 것 자체는 어찌 되었든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치더라도 회사를 경영하는 힘을 창업주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최대주주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물려받아도 괜찮은 것인가? 재산은 부동산과 동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경영권은 그러한 자산의 통제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으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해 생산과 효용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경영권 또한 더 나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현재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자손이 그러한 ‘더 나은 사람’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물론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고 일하면서 창업주만큼 그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창업주의 자손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자손’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세습해도 된다는 논리는 흔히 말하는 효용 극대화라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생각은 기업인들의 상당수가 가지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22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77.5%는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출처: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왜 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혔을까? 혹시 상속세가 너무 가혹해서일까? 아니다. 70.1%의 중견기업이 가업승계를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상속세와 같은 세금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는 1.0%였다.

출처: 김용원 니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출처: 김용원 니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해보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고 세율이 60%가 될 수 있는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이 적용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0.3%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최대주주일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할증은 엄연히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자산에 대한 평가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게다가 상속세는 재산을 기준으로 매겨진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지 재산 자체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동안 세금을 나누어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을 그냥 세금으로 납부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

정말 중요한 것은 처분할 수 있는 재산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영권을 누군가의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습받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이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최고로 여기는 시장원리에 이것이 맞는 논리일까? 상황에 따라 어느 때는 시장원리를 신봉하고 상속세에 대해 논의할 때는 자식을 사랑하니 모든 것을 남김없이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시장원리를 앞서는 것일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전개하는 논리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경영권 세습은 완전경쟁을 중시하는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것일까? 누군가 필자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 줬으면 좋겠다.

글쓴이 :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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