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이 조문가서 '박근혜 배려'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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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이 조문가서 '박근혜 배려'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
  • 김준일 팩트체커
  • 승인 2019.11.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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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문 대통령에게 박근혜 배려 요청한 홍문종 대표

30일 오전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습니다. 조문을 마친 홍 대표는 취재진에게 “(문 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 말씀을 드렸다”며 “배려를 해주고 계시다고 했고, 병원으로 해드리고, 책상도 넣어드리고 그러셨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홍 대표는 “아직도 몸이 좀 안 좋으시니 배려를 좀 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음으로 대답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홍문종 대표는 남의 불행까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며 큰 욕을 먹었습니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왜 홍 대표는 이를 공개했는지, <문대통령에게 박근혜 배려 요청한 홍문종 대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친박연대의 추억

과거 친박연대란 정치조직이 있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소위 '친박세력'들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뒤 이름을 노골적인 친박연대로 바꿨습니다. 한 정치인과의 친소관계를 당명으로 쓴 건 헌정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당명은 미래희망연대로 바뀌었고 2012년 한나라당에 흡수합당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았습니다. 정치인들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이런 행동을 할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실제 친박연대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비례대표 지지가 13%로 당 지지율은 당시 3당이던 자유선진당보다 높았습니다. 친박연대는 지역구 6명에 비례대표 8명을 배출했습니다. 

현재 우리공화당이란 정당은 '제2의 친박연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정당의 모든 발언과 정책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행해집니다. 박근혜 구명, 박근혜 사면, 박근혜 복권, 박근혜 명예회복 등등. 10년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박근혜는 이용해먹을 가치가 있는, 소위 표를 부르는 정치인입니다. 홍문종 대표가 “문상가서 진상부렸다”(바른미래당)는 정치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한 이유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를 빼면 이 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걸 반증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2. 박의 경고, 위기의 당

왜 홍 대표는 대통령 빈소에 와서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을까요.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CBS 노컷뉴스의 단독보도가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도 침체상태고 현역의원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우리공화당으로 선거를 치르기 힘든 상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물론 자신을 탄핵시킨 '불순물'이 석여있는 한국당과 손을 잡으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는게 당 핵심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당의 알파요 오메가'인 박근혜가 이 당으로는 힘들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발칵 뒤집혔습니다. 우리공화당 측은 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부인을 했습니다.

우리공화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존재감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란 인물이 언급이 되지 않으면서 우리공화당에 대한 관심도 식었고, 정치권 인사 영입도 끊어졌습니다. 그 사이 자유한국당은 명실상부한 보수세력의 주도권을 회복했습니다. 매주 장외집회를 열었던 태극기 세력은 반조국 집회에 흡수됐고, 우리공화당 지지율은 7월 한때 2%대 중반을 기록하다가 지금은 1% 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공화당은 “보수 정치권 인사가 추석전까지 7명, 총선전까지 35명이 입당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당사엔 인적이 끊긴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홍 대표가 박근혜 사면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은 조국 사태로 식어버린 지지층의 관심을 끌어 당의 주가를 올리기 위함입니다. 박근혜란 이름이 언론에 계속 나와야 우리공화당은 살 수 있습니다.

 

3. 박근혜로 분열된 보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정치권에 떠도는 말이었는데 이미 구문이 됐습니다. 지금은 '진보는 부패로 망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보수는 지금 사분오열을 넘어서 갈갈이 찢겨졌습니다. 주말마다 광화문과 서울역에 집결하는 태극기 집회는 단일대오 같지만, 박근혜 탄핵에 대한 사소한 정치적 입장 차이로 10여개 단체가 난립한 상황입니다. 현실정치도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자유한국당으로 갈라져 통합은 난망한 상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대통합, 빅텐트론을 외치고 있지만 유승민계와 통합을 얘기하면 태극기 부대가 반발하고, 우리공화당과의 연대를 얘기하면 탄핵찬성파들은 몸서리를 칩니다.

한때 정치권에 그럴싸한 ‘썰’이 돈 적이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박근혜 존재 자체가 보수의 분열을 부르기 때문에 사면이 여당의 총선구도에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물론 전혀 확인 안 된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이런 음모론까지 돌 정도로 박근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박근혜를 안고 가면 태극기부대 지지는 얻을 수 있지만, 중도 확장은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내년 총선의 아젠다가 정권심판론이 될지, 아니면 박근혜 심판론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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