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치해도 한국에선 처벌받지 않는다?
상태바
아이 방치해도 한국에선 처벌받지 않는다?
  • 이고은 팩트체커
  • 승인 2017.10.17 2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조인부부 사건으로 알아본 세계 아동보호 규정

지난 추석 연휴 중 괌에 여행간 법조인 부부가 아이들을 차에 앉혀둔 채 쇼핑을 하러갔다가 체포돼 미국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괌을 비롯한 미국 대다수의 주는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을 차량에 두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미성년 아동을 차량이나 집에 혼자 둬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동 방치와 관련된 처벌 규정이 미비하다. 뉴스톱은 전세계 아동 방치 처벌 사례를 확인해봤다.

 

차량에 아동 방치시, 어린이통학차량만 처벌 규정 있어

미국 20여개 주에서는 성인이 감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을 차량에 둘 경우 ‘차량에 아동 방치 (UNATTENDED CHILD IN MOTOR VEHICLE SAFETY ACT)’ 혐의에 의해 경범죄로 처벌받도록 정하고 있다. 아이가 별다른 위험에 처하지 않더라도 차량에 홀로 두는 행위만으로도 징벌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아이를 차량 내에 방치하더라도 다치지 않는 이상 처벌받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항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아동복지법 제71조) 그러나 차량에 아동을 혼자 두는 행위 자체를 방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아동학대처벌법)이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차량방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지난해 말 도로교통법의 개정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가 탑승 아동의 하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된 점이 다소 진일보한 규정이다. 아동 탑승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해진다. 하지만 아이가 다치지 않는 이상 방치하더라도 사실상 처벌받지는 않는다. 이에 지난 13일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미취학 아동을 차량에 방치할 경우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16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어린이 안전사고 10건 중 7건은 '집'에서 발생

한국에서는 어린이가 홀로 집에 있어도 이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홀로 방치된 아동이 사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모 없이 혼자 집에 있던 조모군(7)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4월에도 엄마가 장 보러 간 사이 6세 아동이 15층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다.

어린이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바로 ‘주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13~2015년 사이 벌어진 어린이 안전사고 7만6845건 가운데 '주택'에서 발생한 사고가 전체 69.7%(5만2344건)에 달했다.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집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 연령층의 안전사고와 비교해 어린이의 주택 사고 비율이 2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정에서의 방치가 어린이 안전사고의 주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집은 아동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방치될 경우 각종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외국의 경우 어린이 혼자 집에 둘 수 있는 최소 나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곳이 있다. 아이들이 화재, 부상 등의 위험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5개주에서 6~14세 미만 아동을 혼자 집에 둘 경우에 처벌한다. 일리노이 주는 14세 미만 아동을 혼자 집에 둘 경우에도 처벌받는다. 영국에선 아이가 혼자 방치되어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을 때 처벌받으며 12세 미만의 아동은 혼자 오랜시간 두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도 12~16세 아동을 혼자 두는 것을 금하고 있는 주가 13개 중 3개주에 해당한다. 국내에도 아동 방치에 대한 현실적이고 명확한 법적 정의와 위반시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고은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