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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관동대지진 학살인가, 제주 4.3 학살인가?동일한 사진을 놓고 두 사건에 인용...어느쪽이 진짜인가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있다. 시신이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장면이다. 해상도나 등장 인물의 복장을 볼 때 오래된 사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두 개 사건의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증거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제주 4.3사건 양민학살의 증거라 말한다. 일본의 관동대지진은 1923년에 발생했다. 제주 4.3사건은 1947~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졌다. 시차가 최대 30년이 넘는다. 두 설명 중 하나는 거짓일 수밖에 없다.

두 설명 모두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사진의 원출처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렇다면 정황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증거는 관동대지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증거에 대해서 기술한다.

1. 해당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하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라고 나온다.

사진을 우클릭해서 구글 이미지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검색어는 '관동대 지진 조선인 학살'이다. '관동 대지진, 혹은 간토 대지진'이 맞다. 몇몇 네티즌이 잘못 띄어쓰기한 내용을 그래도 퍼날라서 띄어쓰기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2. 관동대지진이라고 설명한 글이 더 많고 오래됐다.

이 사진을 관동대지진 피해사진으로 설명한 글은 2010년대 초반에 주로 발견된다. 제민일보 2011년 8월 23일자 기사를 보면, '국가권력에 의한 제노사이드' 국제 학술토론회를 소개하는데, 일본 관동 조선인 대학살 예시로 해당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각종 커뮤니티 및 블로그에서 관동대지진 학살 증거로 해당 사진이 사용됐다. (2011년 게시물, 2012년 기사, 2012년 블로그, 2012년 블로그, 2013년 블로그, 2013년 블로그, 2013년 게시판, 2014년 기사, 2014년 기사)

반면 이 사진이 제주4·3사건 학살 증거로 쓰인 게시물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2017~2018년에 많이 발견된다. 특히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사진이 서북청년단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15년 1월 28일자 제주의 소리 기사는 해당 사진을 4.3사건 학살 증거로 사용했다. 제주의 소리 기사 이후 이 사진이 4.3사건 사진으로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9월 트위터, 2016년 블로그, 2016년 블로그, 2017년 4월 트위터, 2017년 10월 기사) SBS는 올해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추모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여기에 해당 사진이 4.3학살 증거로 쓰이고 있다.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SBS가 검증없이 쓴 것으로 보인다.

SBS 4.3사건 추모동영상 캡쳐

3. 주변 인물과 시신 복장이 다른 관동대지진 사진과 유사하다.

해당 사진을 다른 학살 사진과 비교ㆍ분석해봤다. 증거는 대부분 일본 관동대지진을 가리키고 있다. 우선 피해자나 주변인물 옷이 일본식 복장인 유카타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일본 붓쿄대학 교수로 한일 근대사를 전공한 이승엽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사망자나 주변에 서 있는 인물의 복장 등으로 볼 때 일본인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관동대지진 희생자 사진과 비교하면 그 유사성이 발견된다. 시신 상당수의 하의가 벗겨져 있으며 해당 사진의 등장인물 복장 역시 일본풍이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을 강간하거나 모욕하기 위해 하의를 벗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선인 강간 주장'은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나온 것인데, 입고 있는 옷이 일본의 유카타이고 아랫도리 자체가 없는 옷이어서 반드시 '아랫도리를 벗겼다'거나 '강간을 당했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2013년 공개된 관동대지진 사망자 사진을 보면 하의가 벗겨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이 관동대지진 학살 사진과 상당히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위 연합뉴스와 오마이뉴스 사진을 보면 복장이나 시체의 상태가 해당 사진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 보인다.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해당 사진은 제주4.3사건 희생자 사진이 아니라 관동대지진 희생자 사진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원본 출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2018년 4월 23일 정오 수정: 관동대지진 조선인 시신에 하의가 없는 것이 유카타 자체가 하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강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이를 반영했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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