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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뀐 '가짜뉴스 처벌' 입장정부 주도 '가짜뉴스 규제법' 어떻게 봐야 하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마땅하다”며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자유한국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역시 지난 4일 총리비서실 민정실장이 주재한 ‘가짜뉴스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비공개 진행했고, 8일에 ‘범정부 허위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국무회의 후 브리핑할 예정이었으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추후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국민 대다수 가짜뉴스 규제에 ‘찬성’…자유한국당 지지층만 ‘반대’

현재 국민여론은 가짜뉴스 규제에 호의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8일 CBS의 의뢰로 실시한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8038명을 대상으로 최종 501명의 응답을 토대로 실시했으며, 6.2%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다. 그 결과 “개인의 명예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7%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사람은 15.8%였다.

출처 : 리얼미터 홈페이지

이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만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지층에서는 찬성 32.8%에 비해 반대가 50.7%로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는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정당별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찬성이 84.0%로 반대 5.4%, 정의당 지지층은 찬성 73.7%, 반대 11.5%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찬성 43.8%, 반대 29.5%로 찬성 여론이 우세했으며, 무당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이 82.0%가 찬성하고 6.4%만이 반대하는 등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중도층은 찬성 65.3%, 반대 25.8%로 찬성이 우세했다. 보수층은 찬성 46.9%, 반대 35.5%로 격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차 범위 내의 격차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상시 같으면 진보층에서 표현의 자유를 더 강조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층이기 때문에 반대가 더 높을 것 같은데, 최근 들어 가짜 뉴스가 이른바 당청을 비판하는 왜곡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진보층이 가짜 뉴스 방지법 도입에 가장 찬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가짜뉴스 규제를 논할 때 늘 표현의 자유가 반대의 이유가 되지만, 한국과 같이 특정 정당 지지층만이 집중적으로 이 논리를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가짜뉴스와 전쟁’ vs ‘표현의 자유’ 주장

이런 상황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가짜뉴스의 역사 등 맥락 위에서 볼 수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시기적으로 세계적으로 가짜뉴스라는 개념과 용어가 보편화된 것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가짜뉴스 공방 이후이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 역시 2017년 5월 장미 대선을 전후해서이기 때문이다.

대선 전후만 해도 가짜뉴스는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범람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가짜뉴스가 점차 증가했다. 올해 초인 지난 2월에는 자유한국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가짜뉴스와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지금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리로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바뀌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가짜뉴스의 양태는 현 정부에 불리하고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목적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점차 격화되는 공격에 시달리는 여권에서는 꾸준히 가짜뉴스를 규제하고자 해왔다. 지난 2월 1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과 비난을 언급하며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가 생산, 유포되고 있다”며 “가짜뉴스 유포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해왔고, 지난 4월 박광온 의원은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당에서 구성하기로 한 가짜뉴스대책단의 단장을 맡기로 했다. 정부 역시 올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생산자 규제 방안 및 민간 팩트체크 기능 활성화를 위한 자율규제 기반 마련 등 대응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두달 뒤인 지난 3월 14일 이효상 방통위원장이 민간 팩트체크 기구 지원과 관련해 “가짜뉴스는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심지어 선거 결과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과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정 간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그만큼 뉴스 규제는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는 사안임을 확인한 셈이다.

'민주주의 좀 먹는' 가짜뉴스 규제 vs 규제는 이중의 또 다른 족쇄

가짜뉴스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우려해 규제에 반대하는 측의 대립은 세계적으로도 논쟁적인 주제다. 가장 강력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짜뉴스 처벌법을 마련한 나라로 독일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독일의 법은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독일의 관련 법의 이름은 ‘소셜네트워크에서의 법 시행 개선을 위한 법률’이고 그 내용은 혐오표현 방지법이라고 소개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가짜뉴스가 아니라 기존의 형법상 불법 표현물에 대한 처벌을 소셜미디어 사업자에게도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법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해악이 심화되고 있다고 해서 표현물을 규제하는 것이 능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국가가 아직 대다수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법안이 아니라 민간, 제3의 기구가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역할하는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무게를 둔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링크를 제한하고 광고수익을 막는 등 자발적 노력에 나섰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은 “언론 매체의 신뢰도에 등급을 매겨 높은 신뢰를 받는 언론 매체의 정보를 우선 전달”하는 뉴스피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신뢰도 높은 영상뉴스 검색이 이뤄지도록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 제3의 기관인 ‘크로스체크’를 통해, 신고가 들어온 사안에 대해 복수 언론사가 팩트체크하고 ‘허위정보’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발적 자정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가짜뉴스의 수법과 기술의 발전으로 그 폐해가 심각하기에 규제의 필요성이 역설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뉴스가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등 언론으로 규정되지는 않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이 언론으로서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도 면죄부를 얻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문제는 환경의 변화와 법의 부조화라는 측면에서 재고의 필요가 있다. 현행 미디어 관련법으로도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을 숙려해야 하는 이유는, 당장 현 정부에 독이 되는 가짜뉴스를 규제해서 '정치적 실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언론학계에서도 가짜뉴스의 기준을 정하기 모호하고, 사업자의 콘텐츠 진위를 판단하게 할 경우 오남용 소지가 크며, 해외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법제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이 규제의 부적절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가짜뉴스라는 이름만 새롭게 등장했을 뿐, 가짜뉴스는 과거에도 유언비어, 흑색선전 등 다른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가짜뉴스가 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그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 대한민국 역사상 대표적인 가짜뉴스인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도적 유언비어는 당시 주요 방송사와 언론사에 의해 자행되었지만, 그것은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한 결과였다. 가짜뉴스를 법으로 규제한다면, 법의 행위 주체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 뒤바뀌고 여론의 혼란이 더욱 커지며, 자정 기능이 사라질 위험이 늘 상존한다.

유언비어는 당장 검증할 수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사회에 의혹을 제기하는 역할도 한다. 최순실 사태는 애초에 루머나 유언비어로 치부되었지만, 결국에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짜뉴스의 진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에 언론의 자유를 억제해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일은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 언론의 입장에서도 공격적인 보도와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뉴스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미디어 및 뉴스 독해력을 높임으로써 가짜뉴스가 소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통해서는 당장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기에, 규제로 답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독버섯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이효상 방송통신위원장은 1988년 학자 시절 자신의 논문 <유언비어와 정치>에서 “유언비어에 대한 단속 방법들이 특수한 경우를 예외로 하면 별 효과가 없다”면서 “중요한 점은 단속 방법이 아니라 공식적인 채널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현재에도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학술적 연구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의 논문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가짜뉴스의 갖은 악폐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유언비어 중에는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언비어는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려는 노력의 소산이며 거기에는 생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언론으로서 보호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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