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수사'가 '무수사'보다 낫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3.02.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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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혐의 곽상도 무죄니 '나머지 50억 클럽'은 수사 안해도 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김건희 유무죄 법정에서 다뤄져야
'선택적 정의'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해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 1심 선고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주가조작에 돈을 댄 소위 '전주'들이 무죄를 받은 것이었다. 가장 큰 의문은 다른 '전주'들은 어찌됐든 기소 되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았는데 왜 김건희 대표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전주'들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도 무죄다" 이런 주장이 여권에서 나온다. "50억원 뇌물 혐의 곽상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나머지 50억원 클럽'도 무죄다" 형식논리로 동일한 주장이다.

 

김건희 여사(왼쪽)와 곽상도 전 의원
김건희 여사(왼쪽)와 곽상도 전 의원

곽상도가 무죄를 받았다고 해도 그게 올바른 판결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나머지 50억 클럽이 무죄인지 유죄인지는 수사를 해봐야 아는 것이다. 김건희 대표 역시 수사를 해봐야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수 있다. 

오늘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특검 관련해 입장문을 내놓았다. "추미애 박범계 장관 시절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했다"고 주장한다. 틀린 얘기다. 2020년 4월 검찰에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대표 고발이 이뤄진 뒤 검찰은 한번도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인 김건희 대표를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 탈탈 턴 게 아니라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총 5단계 중 2단계 중간부터 5단계에 대해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리고 2단계 시세조종 과정에서 김건희 대표의 계좌가 이용됐다. 단순 계좌만 이용된 것이 아니라 시세조종에 적극 가담한 정황도 일부 나왔다. 정치권에서 주장한 것이 아니라 검사가 재판과정에서 제시한 증거다.

검찰에 대단한 걸 요구하는게 아니다. 모든 범죄 혐의자를 똑같이 대해달라는 거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해서 혐의가 있으면 기소하고, 혐의가 없으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된다. 그 이후의 판단은 국민들이 할 몫이다.

정부여당이 김건희 특검이 부담스러운 것도 이해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검찰 수사를 더 촉구해야 한다. 내가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는 이유는 민주당원이어서도 아니고 정파적이어서도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안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연된 정의'가 '부정의'보다는 낫다. '지연된 수사'라도 '무수사'보다 낫다.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항상 강조해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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