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재명 부모 묘 훼손' 법적 처벌 가능?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3.1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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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발굴죄 5년 이하 징역 처벌 가능성 높아
고의성 입증 관건...박원순 묘 훼손도 처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가 훼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라며 돌이 박혀 훼손된 묘소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돌에는 ‘생(生)’, ‘명(明)’ 등의 한자가 적혀 있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얼마 후 이 대표는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묘 훼손이 일어난 곳은 경북 봉화에 위치한 부모님 묘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 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경북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다. 현장 감식과 CCTV 분석,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사건의 발생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잡힐 경우 처벌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분묘발굴죄'란?

형법상 묘소를 훼손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형법 160조(분묘의 발굴)는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형법 제161조(시체 등의 유기 등) “시체, 유골, 유발 또는 관 속에 넣어 둔 물건을 손괴(損壞), 유기, 은닉 또는 영득(領得)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만일 이 행위가 분묘를 발굴하여 행해진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미수범 역시 처벌 대상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 역시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판례 등을 검토해 이번 사건에 ‘분묘발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분묘발굴죄’는 앞서 언급한 형법 160조의 분묘를 발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로, 법률용어사전은 ‘분묘의 평온을 유지하여 사자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해당 조항은 벌금형이 없어 징역형으로만 처벌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분묘발굴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던 A씨가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신청한 형법 160조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헌재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을 높이 숭배하였고, 이러한 조상숭배 사상의 영향으로 좋은 장소를 찾아서 조상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곳을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뿐만 아니라 영혼이 자리 잡고 있는 경건한 곳으로 생각했다”며 “이러한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상, 분묘에 대하여 가지는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볼 때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함이 없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했다고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법적 처벌 가능… "고의성 입증 필요"

이번 사건에 분묘발굴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의성’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새록의 채우리 변호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분묘발굴죄는 고의범이어서 과실로 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고의가 인정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묘를 파고 묻은 돌에 글씨가 적혀 있고,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에 구멍을 뚫고 돌을 박아넣은 등이 정황을 봤을 때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묘소에 구멍을 내고 돌을 박은 행위를 분묘발굴죄에서의 ‘발굴’ 행위에 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채 변호사는 “분묘발굴죄에서 ‘발굴’이란, 복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는 등으로 분묘를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번 사건은 복토의 일부를 제거하고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묘발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묘소 전체를 발굴하거나 사체가 손상되는 등의 정도가 아니더라도, ‘발굴’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분묘발굴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법리적으로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 변호사는 “재물손괴는 재물의 원래 효용을 해치는 것을 말하는데, 판례상 분묘의 효용은 ‘사자에 대한 추도 및 존경의 감정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괴죄 적용도 법리상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묘발굴죄 적용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례 살펴보니…

실제 처벌 수위는 어떨까. 지난 2013년 울산지방법원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의 꿈을 꾼 후, 묘소를 관리하는 장손 등 다른 가족들의 동의 없이 분묘를 발굴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가 나타나 "담과 철조망을 나가지 못하니 그곳에서 좀 꺼내어 달라"라고 하는 꿈을 꾼 후, 인부들을 고용해 할머니의 분묘를 발굴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형법 제161조 제2항(분묘발굴유골손괴의 점), 형법 제160조(분묘발굴의 점) 등을 적용하면서,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진정인들이 피고인에 대한 고소 취하서를 제출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무덤을 훼손한 20대 남성에게도 분묘발굴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야전삽을 이용해 고 박 시장의 2개의 큰 무덤에 구덩이를 파낸 혐의를 받았으며,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하며 “(박 전 시장이)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히 누워 있는 게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 범죄는 고인에 대한 유족의 추모 감정을 직접적이고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사안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범행 직후 자진해 수사기관에 범행을 신고”한 점, “피고인은 초범인 데다가 자극 과민성 및 분노와 우울장애 의증의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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