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장기재정추계 발표 이후 논란 끝에 제시된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정부안이 국회에 제시된지 하세월이 흘렀지만 선거제, 공수처 등 쟁점사안에 선거를 앞둔 상황이 겹치며 20대 국회에서 논의되는건 난망하게 됐다.
그러나 국민연금도 국민연금이지만 “지금 당장” 심각한 상황인 특수직역연금은 여전히 개혁의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물론 공무원연금의 경우 2010년 대규모 개혁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민연금보다 큰 특권을 누리고 있다.
특히나 공적연금 본연의 역할이 ‘노후보장’이고, 국민연금이 출생연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수급연령을 65세로 규정한것과 달리 특수직역연금은 여전히 입직년도와 재직기간에 따른 수급연령 특혜 제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공무원연금을 살펴보자.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1항은 "공무원이 1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직연금을 지급한다"고 했으며, 첫 번째 규정으로 "65세가 되는 때"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이행규정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60세' 또는 '정년퇴직한 달의 다음 달부터라고 되어있으며 공무원연금공단 홈페이지에는 <퇴직연도별 연금지급개시연령>이 아래와 같은 표로 게시되어있다.
본 제도에 따라 2021년에 만60세로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은 퇴직하는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동갑인 1961년생 국민연금 가입자는 만63세인 2024년에야 연금 수급이 가능하다. 어찌됐건 과거 20년만 납입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공무원연금을 생각하면 최소 “환갑은 지나야 받게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공단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큰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실도 그럴까?
2018년 기준 공무원연금 첫 수급자 약 34%가 40~50대
아래 표는 2018년도 첫 공무원 퇴직연금을 받게 된 분들의 연령 통계이다. 물론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라 생일이 도래하지 않은 이들도 같은 연령으로 포함된다. 참고로 본 자료는 정보공개를 통해 신청한 바 있으나 <자료부존재>를 이유로 공개거부 통보를 받고, 이후 모 국회의원실을 통한 자료요청으로 답변을 받았다.
<2018년도 공무원연금 최초수급자 연령 통계>
연령 |
인원(명) |
||||
연금 |
부분일시금 (퇴직연금공제 일시금) |
소계 |
전체일시금 (퇴직연금 일시금) |
계 |
|
40세미만 |
|
8 |
8 |
180 |
188 |
40세 |
|
5 |
5 |
40 |
45 |
41세 |
|
5 |
5 |
34 |
39 |
42세 |
|
4 |
4 |
44 |
48 |
43세 |
1 |
2 |
3 |
46 |
49 |
44세 |
|
6 |
6 |
44 |
50 |
45세 |
|
8 |
8 |
55 |
63 |
46세 |
1 |
5 |
6 |
47 |
53 |
47세 |
6 |
9 |
15 |
59 |
74 |
48세 |
19 |
8 |
27 |
53 |
80 |
49세 |
41 |
12 |
53 |
49 |
102 |
50세 |
92 |
12 |
104 |
43 |
147 |
51세 |
152 |
10 |
162 |
45 |
207 |
52세 |
497 |
13 |
510 |
47 |
557 |
53세 |
651 |
13 |
664 |
39 |
703 |
54세 |
798 |
18 |
816 |
32 |
848 |
55세 |
922 |
34 |
956 |
28 |
984 |
56세 |
1,086 |
42 |
1,128 |
27 |
1,155 |
57세 |
1,244 |
37 |
1,281 |
24 |
1,305 |
58세 |
1,448 |
67 |
1,515 |
25 |
1,540 |
59세 |
2,073 |
81 |
2,154 |
27 |
2,181 |
60세 |
7,195 |
475 |
7,670 |
101 |
7,771 |
61세 |
6,653 |
18 |
6,671 |
7 |
6,678 |
62세 |
2,125 |
108 |
2,233 |
13 |
2,246 |
63세 |
1,083 |
47 |
1,130 |
11 |
1,141 |
64세 |
71 |
- |
71 |
- |
71 |
65세 이상 |
739 |
13 |
752 |
4 |
756 |
합계 |
26,897 |
1,060 |
27,957 |
1,124 |
29,081 |
전체일시금은 연금형태가 아니라 그간 본인과 사용주(국가)가 납부한 보험료를 현재가치로 다시 환산하여 일시불로 받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개인 사정에 따라 수령할 수도 있지만 가입기간이 짧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일시불을 받을 수 있다. 어찌됐건 일시금 수령은 다소 특별한 상황이므로, 연금과 부분일시금(납입액 중 일부를 일시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받는 제도)으로 통계를 내보니 여전히 상당수가 60세 미만의 나이부터 공무원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2018년 기준 첫 연금수급자의 약 34%가 40~50대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30-40대 첫 수급자가 35.4%인 군인연금...60대는 사실상 전무
그럼 군인연금은 어떨까? 사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제도가 거의 동일했으나 공무원연금이 몇 차례 개혁을 거치면서 기여금(보험료율)이나 지급율(소득대체율), 수급시작연령 등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연령 |
인원(명) |
|||
연금 |
일시금 |
계 |
비율(%) |
|
40세미만 |
3 |
0 |
3 |
0.1 |
40 |
11 |
5 |
16 |
0.5 |
41 |
30 |
3 |
33 |
1.1 |
42 |
39 |
15 |
54 |
1.7 |
43 |
50 |
11 |
61 |
2.0 |
44 |
88 |
14 |
102 |
3.3 |
45 |
123 |
12 |
135 |
4.3 |
46 |
366 |
35 |
401 |
12.9 |
47 |
102 |
17 |
119 |
3.8 |
48 |
50 |
11 |
61 |
2.0 |
49 |
48 |
6 |
54 |
1.7 |
50 |
53 |
8 |
61 |
2.0 |
51 |
45 |
7 |
52 |
1.7 |
52 |
75 |
7 |
82 |
2.6 |
53 |
154 |
11 |
165 |
5.3 |
54 |
454 |
26 |
480 |
15.4 |
55 |
289 |
14 |
303 |
9.7 |
56 |
589 |
28 |
617 |
19.8 |
57 |
267 |
8 |
275 |
8.8 |
58 |
26 |
0 |
26 |
0.8 |
59 |
8 |
0 |
8 |
0.3 |
60 |
1 |
0 |
1 |
0.0 |
61 |
4 |
0 |
4 |
0.1 |
62 |
2 |
0 |
2 |
0.1 |
63 |
0 |
0 |
0 |
0.0 |
64 |
0 |
0 |
0 |
0.0 |
65세 이상 |
2 |
0 |
2 |
0.1 |
합계 |
2,879 |
238 |
3,117 |
100.0 |
위 통계에서 알 수 있듯 군인연금의 경우 첫 수급연령이 60세 또는 그 이상인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65세 이상도 2명 있는데 이 경우는 “소송으로 인해 수급이 늦게 시작된 경우”라고 국방부에서 설명했다. 군인연금의 첫 수급연령은 56세가 19.8%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54세 15.4%, 46세 12.9%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30대도 3명있다.
물론 군인연금이 “계급정년제”로 인한 특수성이 있다지만 대부분 젊은 나이에 군문을 나서더라도 경제활동을 하고, 공적연금 본연의 목적이 ‘노후 생계의 보장’임을 생각했을 때, 멀쩡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하고 중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월급 500만원 받아도 연금은 고작 4천원 삭감
물론 군인연금도 지나치게 일찍 받는 대신 ‘소득활동’시 일부 감액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그 규정의 기준금액은 턱없이 높아 한 달에 월급 500만원을 받아도 감액되는 군인연금액은 불과 4천원 남짓이다.
더군다나 선출직이 되면 공무원연금은 전액 지급 정지지만 군인연금 수급자는 위 표에 나온 감액 외에는 일체 삭감이 없다. 그래서 육군 사단장 출신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막대한 국회의원 세비에 군인연금도 받지만, 관료 출신 국회의원들은 연금지급이 전액 정지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걸까? 그것은 공무원연금법에 부칙 등으로 숨겨져있는 별도 규정 때문이다.
공무원연금법 제6328호 부칙 10조 3항 이 법 시행당시 재직기간이 20년 미만인 공무원이 재직기간이 20년에 도달하고 이 법 시행당시 재직기간이 20년에 미달하였던 기간 이상을 재직하고 퇴직한 때에는 그 때부터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연령에 먼저 도달한 때에는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한다. |
위 부칙은 2000년 12월에 제정된 것이다. 그 이후 여러차례 공무원연금법이 바뀌고 첫 수급연령 조정을 해왔지만 해당 부칙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1996년도 이전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면(사학,군인연금 가입기간도 인정) 여전히 이른 나이에 연금을 받는게 가능하다.
참고로 위 부칙규정에 의거 1970년생이 1990년에 공무원을 시작했고 2018년 12월말일까지 근무했다면 퇴직즉시, 만48세의 나이로 공무원연금 수급이 가능하다.
군인연금은 여전히 전역하면 바로 받는걸로 명시되어있다. 참고로 “바로 받을 수 있는” 복무기간은 19년 6개월이다 (여기에 전투, 해외파병시 1년을 3년으로 계산해 더 짧아질 수 있다).
군인연금법 제16조 ⑧ 복무기간을 계산할 때 19년 6개월 이상 20년 미만으로 복무한 사람의 복무기간은 20년으로 한다 제21조 ① 군인이 20년 이상 복무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역연금을 지급한다 |
국민연금은 2007년 개혁으로 가입시점과 상관없이 “나이”로 수급연령을 조절했다. 예를 들어 1969년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1988년 취업하면서 60세부터 받는다는 규정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어도 2007년 제도변경으로 69년생은 무조건 65세부터 받아야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각종 부칙과 경과규정 등을 통해 기존 입직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다.
국가세금으로 왜 멀쩡한 중년에게 왜 연금을 주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공적연금의 목적은 노후보장이다.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했듯 특수직역연금은 나이가 젊어도, 소득이 있어도 ‘재직했다는 경력’을 이유로 한참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에도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이 65세로 수급연령을 늦춘지 10년이 훌쩍 지났고 대다수 선진국들의 연금개혁은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에 따라 수급연령을 늦추는 개혁이 반드시 동반됐다. 물론 수급연령 늦추기만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참 일할 나이에 막대한 국가세금으로 공적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특수직역연금의 수급연령 일원화는 보험료율과 지급율을 조정하는 개혁보다 효과가 훨씬 즉각적이며 정당성도 확실하다.
그 외 공무원·사학연금은 구조조정, 학교의 폐업 등으로 조기 퇴직하면 나이가 젊어도 연금을 지급한다. 공무원이야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학연금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의 목적은 노후생계보장이다. 이를 위해선 노령연금 본연의 목적에 맞게 수급연령은 국민연금과 일원화하고 공무원,교사도 일반 직장인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해 노동기간중의 리스크를 대비하는게 올바른 방향이다.
-
김형모 yscra@daum.net 최근글보기연금문제 관심을 가지면서 '국민연금 하나로' 프로세스를 제시한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란 책을 썼다.정의정책연구소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프레시안 칼럼 연재 등 다양한 기고 활동과 함께 팩트TV 채널3 <알고살자 연금>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