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의 '코로나19' 현황분석] 지역사회 감염 우려, 고령자가 위험하다
상태바
[강양구의 '코로나19' 현황분석] 지역사회 감염 우려, 고령자가 위험하다
  • 강양구 팩트체커
  • 승인 2020.02.18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29번 환자가 변수다!

2월 16일, 정부 발표 기준으로 닷새 만에 스물아홉 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걱정이다. 29번 환자는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거주하는 82세 남성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여행을 다녀온 기록도 없고, 방역 당국이 관리하던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경위도 없다. 29번 환자에 이어서 함께 사는 아내도 서른 번째 확진 환자(30번 환자)가 되었다.

방역 당국이 엄밀하게 역학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부부의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한다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행하고 나서 첫 지역 사회 감염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방역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있었던 것이고, 29번, 30번 환자 외에도 감염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2. 지역 사회 감염이 왜 문제인가?

지역 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증상이 있는 미지의 환자가 일상 생활을 하다가 바이러스를 전파해 2차, 3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29번 환자도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여러 차례 동네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2차, 3차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서로가 감염 사실을 모르니 전파자나 감염자 모두 폐렴 증상이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확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또 다른 3차, 4차 감염자가 발생한다. 뒤늦게 진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중증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중증의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하면 의료진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3. 지역 사회 감염이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하나?

일단 29번, 30번 환자 부부의 정밀 역학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기존에 방역 당국이 파악했던 확진 환자와의 접촉이 확인되어 감염 경로가 파악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기민하게 코로나19를 의심해서 격리 조치하고, 방역 당국에 신고해서 확진을 받게 한 것도 응급실을 비롯한 병원 내 전파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

하지만 29번, 30번 환자 부부의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라면 지역 사회 감염으로 간주해야 한다. 해외 여행 이력을 통해서 환자를 추려내고, 그들과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식의 지금까지 해왔던 ‘원천 봉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코로나19를 ‘독한 감기’로 간주하고 지역의 병의원에서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을지 모를 환자를 찾아내서 2차, 3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

 

4. 방역 당국의 대응은?

방역 당국은 모든 폐렴 입원 환자를 상대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확인하는 전수 조사를 예고했다. 사실상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을 전제한 조치다. 폐렴 입원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되어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5. 일본은 이미 지역 사회 감염이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하나?

일본은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확진 환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80대 여성이 폐렴 진단을 받아 투병하다가 13일 숨졌다. 사망 후에야 이 여성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택시 기사인 70대 사위에게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확산 양상은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의 바이러스 유행이 여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에서 환자가 많이 나오면 이웃인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현재 중국 외에 여행 자제를 요청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이 모두 지역 사회 감염이 시작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한국도 그 길을 따를 것이다.

 

 

6. 일본 크루즈 선은 어찌된 일인가?

일본은 초기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크루즈 선에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다. 애초 크루즈 선은 폐쇄 환경에서 사람 사이에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다. 좁은 객실, 뷔페와 만찬 같은 식사, 공연, 쇼핑 등 일상 생활에서 서로 밀착 접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다.

요코하마 항에서 격리가 시작되었을 때 잠복기 환자가 다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잠복기 환자를 걸러내지 못한 채, 크루즈 선 전체를 격리하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그 안에서 증식하고 전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격리 환자를 관리하던 승조원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크루즈 선에서 바이러스가 증식되고 전파해 온 결정적 증거다.

지금 확진 환자 외에도 다수가 잠복기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검사할 때마다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 증거다. 이 상태대로 하선한다면 그들이 일본의 지역 사회에 2차, 3차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 승객 전원을 잠복기인 14일 이상 개별 격리하고, 검사를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7. 한국을 비롯한 중국 밖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하면, 계절 독감(인플루엔자)보다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특별한 처치가 없더라도 바이러스를 이겨 내는 사람도 있다. 상태가 중한 환자의 경우에도 여러 대증 요법으로 의료진이 회복을 돕는다면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8. 그렇다면, 코로나19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세 가지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1)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해외 여행을 다닐 여력이 있는 50대 이하 청장년층이 아니라 60대 이상 노인이나 기저 질환이 있어서 동네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환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고령자나 기저 질환 환자는 코로나19에 취약해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일본의 80대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나, 국내의 첫 지역 사회 감염자가 될 가능성이 큰 29번 환자가 82세 고령자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2) 우리나라처럼 보건 의료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라도 환자가 급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 음압 병실 부족, 진단 역량 부족, (적절한 보호 장치를 갖추지 못한) 의료진 감염, 병원 내 전파, 환자의 지역 사회 전파, 병원 처치를 받지 못한 중증 환자의 사망 등 지금 중국 우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서울 같은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3) 최악의 상황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대도시처럼 보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인구 밀집 지역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첫 아프리카 환자가 나왔다.) 이 경우에는 현재까지의 치사율 약 2퍼센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인구 1000만 명 도시의 100만 명(10퍼센트)이 감염되면 사망률이 약 2퍼센트라고만 해도 2만 명이 사망한다. 계절 독감 치사율 약 0.1퍼센트와 비교할 게 아니다.

 

9. 치료약은 없는가?

백신도 치료약도 없다. 하지만 ‘칼레트라’ 같은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활용하기도 한다.

 

10. 특별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대상이 있는가?

중국의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더욱더 확실해지고 있다. 50대 이상의 감염자가 많고, 사망자는 60대 이상에 쏠려 있다. 다른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폐 질환,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당뇨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위험하다. 즉 노인과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이 취약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화할 때 걱정되는 대목이다.

 

11. 아동의 상황은 어떤가?

아동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지만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아동의 발병률이 낮다. 중국 방역 당국의 통계를 보면, 15세 미만의 아동 감염자 숫자는 예외 없이 적다. 더구나 아동 감염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사망 위험도 낮다. 아동 간의 전파 가능성도 낮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었던 사스(SARS, 중증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도 같은 패턴이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에 따르면,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때 전 세계 사스 확진 환자 가운데 아동은 135명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774명 사망자 가운데 아동은 없었다.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15세 미만 아동의 감염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과학계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12. 28번 환자의 경우, 보름이 지나고 나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서 관심이 쏠렸다.

28번 환자의 사례를 놓고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4일 이상일 수도 있다.’라고 해석한 일은 오류다. 28번 환자는 중국 우한이나 혹은 3번 환자로부터 감염되고 나서 (잠복기 안에) 자신도 모르게 경미하게 증상을 앓다가 자가 치유된 경우다. 만약 바이러스 검사가 며칠 늦었다면 몸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실제로 2차, 3차 검사 때 음성이었다.

 

사이언스지는 2월 3일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연구가 오류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이언스지는 2월 3일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연구가 오류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13. 잠복기 때의 ‘무증상 전파’ 사례도 계속해서 관심이 쏠렸다.

방역 당국이 국내 28명 환자를 분석한 결과, 잠복기는 평균 4.1일이었다. 잠복기에 무증상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애초 잠복기 무증상 전파 가능성을 세계 보건 기구(WHO), 미국 CDC, 한국 방역 당국 등이 주의를 기울인 이유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독일 연구진의 논문 때문이었다. 이 연구진은 잠복기 증상이 없었던 중국 환자가 독일 환자에게 전파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논문의 연구는 오류로 확인이 되었다. 독일 연구진은 가장 기본적인 역학 조사(최초 중국인 환자 인터뷰)를 생략했다. 사실 그 중국인 환자는 증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열이 나서 해열제를 복용할 정도였다. 즉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독일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다.

코로나19도 결국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앞선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사스, 메르스)과는 다른 예외적인 특별한 특징(‘잠복기가 14일보다 길다.’, ‘잠복기 무증상 감염이 있다.’ 등)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비과학적인’ 접근이다.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이런 불안을 부추기는 점은 유감이다.

 

14. 마스크는?

방역 당국이 처음부터 정확하게 우선 순위를 정해 주면 좋았을 뻔했다. 코로나19 같은 비말 감염을 통한 전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간 자주 씻는 일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미국 CDC가 정확하게 ‘손 씻기’를 시민이 꼭 할 일로 권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 대상은 (코로나19 증상과 초기에는 거의 구별이 어려운) 감기, 독감 증상이 있거나 혹은 확진 환자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즉 타인에게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자 착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환자가 병원을 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서 혹시 있을 바이러스 전파를 막자.

보통 사람이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성은 낮다. 단, 보통 사람도 병원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자. (병원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장소다!) 지역 사회 감염의 추이에 따라서, 사람이 많은 곳을 갈 때면 마스크나 1회용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N95, KF94 등의 마스크는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의료진에게나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마스크는 필터가 촘촘해서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노약자의 경우에는 건강에 좋지 않다. KF94 마스크 등을 비싼 값을 주고 사재기할 필요는 없다. 방역 당국도 나중에는 “면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라고 발표했다.

 

15. ‘혐오’야말로 방역의 적이다.

공동체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의심 환자가 자신 있게 “나 감염된 것 같아요!” 하고 손을 드는 것이다. 그래야 방역 당국이 재빠르게 조치를 취해서 확진 여부를 확인하고, 감염이 되었다면 격리해서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감염자를 낙인찍고, 질책하고, 혐오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 분위기에서 의심 환자는 손을 드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렇게 주저하는 의심 환자가 많을수록 방역은 어려워지고 공동체는 위험에 빠진다. 나와 가족 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상 상황에서 쉽게 우리를 지배하는 혐오 감정과 싸워야 한다. 혐오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아니 더 위험하다.

 

16. 보통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사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일과 다르지 않다.

(1) 방역 당국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자. 자신이 확진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지, 지역 사회 감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났는지 등을 확인하려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방역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 손을 깨끗하게 씻자. 감기, 독감 환자 비율이 3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가 철저해진 탓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손을 잘 씻으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감기, 독감도 예방할 수 있다. 단, 앞에서 언급했듯이, 병원을 방문할 때는 꼭 마스크를 끼자. 지역 사회 감염 추이에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갈 때, 필요하면 면 마스크를 착용하자. 충분히 효과가 있다.

(3) 과한 불안은 불필요하다. (1), (2) 외에는 보통 시민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니 방역 당국을 신뢰하면서, 개인 위생과 건강 관리에 좀 더 신경 쓰면서 일상 생활을 평소처럼 하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28번 환자가 성형 수술을 하고 나서도 그랬듯이) 자신이 앓았는지조차 모르고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도 있는 병이다.

과한 불안은 유언비어에 혹하게 만들고, 쓸데없는 혼란을 야기하고, 혐오를 부추긴다. 결정적으로,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자신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이 기사는 과학 전문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강양구   tyio@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7년 퇴사 후 '지식 큐레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보건의료, 환경 및 출판, 학술 기사를 계속 써왔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등의 저서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