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트가 텅 비었다...'코로나19 공포'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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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마트가 텅 비었다...'코로나19 공포'는 이제 시작
  • 이고은 팩트체커
  • 승인 2020.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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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칼럼] 코로나19 관련 미국 현지 분위기

끝 모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COVID-19)와 맞서고 있는 전 세계인들의 안녕을 바랍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바다와 대륙을 건너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침범 중인 오늘날의 살풍경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올해 초부터 가족들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의 한 작은 도시에서 머물고 있는데요. 2달 전만 해도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제 삶에 이만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지금의 제 일상 곳곳에도 코로나19가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황. 2020년 3월 11일 기준 현재. 출처 : NBCnews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황. 2020년 3월 11일 기준 현재. 출처 : NBCnews

 

제가 태어난 곳이자 지금까지도 친정 식구들이 살고 있는 곳은 대구입니다. 2월 중순 이후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 즈음에 미국에 다녀가실 계획이었던 친정어머니께서는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혹시라도 이동 중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미국에서 확진이 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가족들은 다행히 아직 아무 일이 없습니다만, 한국에 계신 다른 모든 분들처럼 모든 것이 멈춰진 채 집 안에만 갇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꺼려하고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운수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을 체감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33일부로 인천 직항기 운항이 4월 말까지 취소된 상태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한국을 오가려면 미국 내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를 경유해야 합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거나 한국에서 오가는 분들은 언제 입국금지가 이뤄질지 몰라 매분매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행 항공권을 발권받기 위해서도 311일부터 공항 터미널 검역조사실에서 검역확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방역망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코로나19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지역에서 확진자가 오랫동안 없었고, 적어도 제가 사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코로나19 총괄책임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미국인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it is not necessary for Americans to go out and buy masks)”,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멘소니에 국장일반 대중들에게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CDC does not currently recommend the general public use a facemask to protect against COVID19)”고 말합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마스크를 쓸 정도로 아픈 사람이면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듯합니다. 뉴욕에서는 지난 24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한 동양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죠.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311일에는 거꾸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마스크 착용 여부와 무관하게 동양인에 대한 혐오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리고요. 특히 대면 접촉 가능성이 높은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약국이나 마트에서 마스크를 찾아보았지만 번번이 구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값이 폭등하거나 배송이 너무 오래 걸려서 무용지물이라는 언론 기사와 이용 후기들이 쏟아졌습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마스크의 불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제로 착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음에도, 마스크 사재기 대란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 시스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과 불안함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19의 진단이나 치료로부터 소외된 취약 계층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의 방증이기도 하지요. 3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심야 대국민 연설로 난국 돌파에 나섰지만,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반면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코로나19의 대혼란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이 우리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마스크나 손 세정제뿐만 아니라, 3월 초부터 미국의 마트와 약국에서는 각종 생활 물품들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한인 마트에서는 3월 첫째 주에 쌀과 라면, , 휴지 등이 품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물건들이 조금씩 보충되고 있지만, 쌀이나 라면 등 주요 생필품들은 1인당 구입 가능한 개수를 1~2개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가는 월마트, 타겟, 크로거 등의 대형 마트에서도 손 세정제나 휴지 등의 생활 용품은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12일 현재 미국 텍사스주의 한 대형 마트에서 생필품이 모두 품절된 모습.
2020년 3월 12일 현재 미국 텍사스주의 한 대형 마트에서 생필품이 모두 품절된 모습.

 

이제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태평양을 건너 바로 코앞에까지 닥친 듯합니다. 점차지금부터 코로나가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전부터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숨겨진 확진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의심도 줄곧 있어왔습니다미국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내고 있는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뉴욕 등의 경우, 대학 등 각급 학교에서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머무는 지역은 비교적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텍사스주 내 대도시인 휴스턴과 오스틴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310일에는 카운티 내의 다른 도시 프리스코에서 3명의 가족 확진자가 발생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운티 내 확진자가 발생하자, 우리의 교육청 개념인 ISD(Independent School District)에서 전체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레벨 2, 3 국가나 지역을 여행한 학생이나 직원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14일간 집에 머물며 학교의 간호사에게 연락하라(The District is asking students and staff who have traveled to a country or region with a Level 2 or 3 CDC Travel Health Notice to stay home for 14 days after returning from their trip and contact their school nurse)”는 요청을 담고 있습니다.

 

CDC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전염이 발생하고 있는 국가(Countries with Widespread Sustained (Ongoing) Transmission)’로 중국, 이란,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을 불필요한 여행을 금지하는 레벨 3 국가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WHO3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판데믹을 선언했죠. 2달 전만 해도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내 삶 깊숙이 침투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토록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에 대한 실감이 새삼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봄 방학 기간입니다. 그런데 3월 12일부로 ISD에서 봄방학을 다음주까지 한 주 더 연장한다고 연락해왔습니다. 프리스코의 감염자는 캘리포니아를 다녀온 후 확진되었다고 하는데,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작은 도시에서도 조금씩 엄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언론과 인터넷을 주시하고, 청결과 위생에 신경을 쓰며, 밀폐되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는 일 뿐이라는 게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 어렵고 무거운 시기를 어서 극복해내기를 바랍니다. 모두에게 어서 평온한 일상이 내려앉기를 기도합니다.

이고은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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