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탄산이 스며들어 뼈를 분해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7.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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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2일 <뉴질랜드 의사, 목에 닭뼈 걸린 환자에게 '콜라 처방'…효과는?> 기사를 보도했다. 뉴질랜드 여성이 음식점에서 닭요리를 주문해 먹고는 목에 닭뼈가 걸려 의료진을 찾았는데, 콜라 4캔을 먹으라고 처방했다는 내용이다. 콜라를 마신 여성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매체의 보도를 번역한 연합뉴스의 보도에는 “탄산음료가 뼈에 스며들어 탄산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뼈를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연합뉴스 보도를 베껴 쓴 수많은 국내 언론에도 같은 문장이 보인다. 과연 탄산음료가 뼈를 분해할 수 있을까? 팩트체크했다.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뉴질랜드 매체의 보도

연합뉴스가 인용한 뉴질랜드 매체는 스터프(stuff.co.nz)다. 이 매체는 <Doctor tells woman to drink '4 cans of Coca-Cola' to remove chicken bone from throat>라는 제목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원문의 내용을 충실히 번역했다. 원문에는 <There has also been a UK study that suggested Coca-cola could be helpful in dislodging bones in throats and avoiding further treatment. It says fizzy drinks might penetrate the bone and cause it to disintegrate by releasing carbon dioxide gas.>라는 내용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면 <코카콜라가 목에 걸린 뼈를 제거해 후속 조치를 피할 수 있게 돕는다는 영국의 연구가 있다. 탄산 음료가 (목에 걸린) 뼈로 침투해 이산화탄소 가스를 배출하면서 분해시킨다>는 내용이다.(아래 사진 빨간색 상자 안 참조)

일단 연합뉴스는 뉴질랜드 매체를 충실히 인용했고, 여타 국내 매체들은 연합뉴스 보도 내용을 틀림없이 재인용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매체의 보도는 사실일까?

출처: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 홈페이지
출처: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 홈페이지

◈영국 연구

뉴질랜드 매체가 인용한 연구는 <The use of Coca-Cola in the management of bolus obstruction in benign oesophageal stricture>이다. 1993년 영국왕립외과대학 연보(Annals of the Royal College of Surgeons of England (1993) vol.75, 94-95)에 실렸다.(아래 그림 참조)

연구진은 8명의 환자로부터 수집된 13건의 음식물 걸림 증상에 대해 보고했다. 모든 환자들은 역류성 질환과 관련된 양성 식도 협착을 갖고 있었다. 먹은 음식이 위액과 함께 역류하다가 식도에 걸린 사례로 볼 수 있다. 

6건은 내시경 검사를 하기 전에 코카콜라를 마시도록 조치했는데 내시경을 삽입하기 전에 걸린 음식물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 처방이 없었던 7건의 사례에선 내시경 삽입 후 걸린 음식물이 관찰됐다. 7건 중 5건은 걸린 음식이 부분적으로 제거됐고, 나머지 2건은 걸린 음식이 광범위하고 제거가 어려워 시술을 중단하고 병동으로 돌아가 코카콜라를 마시라는 처방을 받았다. 이들은 1~3일 후에 걸린 음식이 깨끗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영국왕립외과대학 연보
출처: 영국왕립외과대학 연보

◈탄산음료가 뼈를 녹이나?

동영상 플랫폼이 대중화된 뒤 탄산음료가 뼈를 녹이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유행한 적이 있다. 실험은 간단하다. 탄산음료에 먹다 남은 치킨 뼈를 넣어두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뼈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대부분 콜라에 닭뼈나 발치한 치아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치아 표면이 누렇게 변했다든가, 닭뼈가 물렁물렁해졌다거나 하는 실험결과를 내놓는다.

과연 콜라를 마시는 행위가 뼈를 녹일 수 있을까? 다시 논문으로 돌아가보자.

논문은 식도에 음식물이 걸렸을 때 내시경 처치를 하기 전 코카콜라를 마시게 한 사례에 대한 보고다. 목에 걸린 뼈를 콜라를 이용해 녹이는 내용과는 무관하다. 논문은 “탄산음료가 음식 덩어리를 관통하면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방출해 음식 덩어리를 분산(disintergration)을 유도할 가능성”과 “탄산음료가 위에 도달해 트림으로 가스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목에 걸린 음식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뉴질랜드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콜라가 뼈에 스며들어 탄산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뼈를 분해하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무른 음식 덩어리 사이로 탄산음료가 스며들고 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덩어리진 것을 풀어주는 역할이다. 트림으로 탄산가스를 배출하면서 덩어리를 내려가게 하는 것은 덤이다.

탄산음료가 뼈를 녹이는 실험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는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탄산음료를 입에 장시간 머금지 않는다. 탄산음료는 입에서 침과 섞이고 위로 내려가면 위액과 섞인다. 설령 탄산음료를 입에 오래 머금고 있다고 해도 편도, 후두, 식도 등에 걸린 뼈와 탄산음료의 접촉시간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콜라 4캔을 마셨다고 해도 4캔 분량의 콜라가 입에서 식도로 넘어가는 시간의 일부 정도만 콜라가 목에 걸린 뼈와 접촉할 수 있다. 콜라와 뼈의 접촉으로 뼈가 녹을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들로 "콜라가 뼈에 스며들어 탄산가스를 방출함으로써 (목에 걸린) 뼈를 분해한다"는 뉴질랜드 매체의 언급은 과학적 사실과는 다르다고 판정한다.  

 

◈논문, "여유 있는 사람은 샴페인으로도..."

논문은 "비록 이 연구에서 코카콜라가 잘 먹혔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샴페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콜라가 뼈를 녹인다는 괴담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교적 무른 음식 덩어리가 목에 걸렸을 때 탄산음료를 마셔서 음식 덩어리가 잘게 쪼개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우리 의학계에서도 음식물 덩어리로 인한 고착성 폐쇄(food bolus impaction)는 종종 저절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신기사의 번역보도가 느닷없는 탄산음료 뼈녹이기 괴담 재연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팩트체크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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