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찰총장은 법무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을 권한이 없다?

  • 기사입력 2020.07.10 14:2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이)실제로 (추미애 법무장관의)지시를 지금 안 따르고 있죠. 안 따를 권한도 없으면서."라고 말했다. 

뉴스톱은 박 의원의 언급처럼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권한이 없는지 팩트체크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사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독립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발동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사례 이전엔 2005년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하자 김 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자진 사퇴한 전례가 유일하다.

 

◈공무원은 부당한 지휘를 거부할 수 있다?→사실 

국가공무원법 57조는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은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복종의 의무를 지워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의 의지가 실현하도록 강제하는 취지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일사불란한 정책 집행을 위해 국민의 위임으로 선출된 권력이 집행부인 정부를 통제하는 형태다.

하지만 우리 법 체계는 공무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의 하위법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에 대한 처리' 규정을 갖췄다. 강령 4조는 "공무원은 상급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를 하였을 때에는 그 사유를 그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제23조에 따라 지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하 "행동강령책임관"이라 한다)과 상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급자에게 부당하다고 소명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았음에도 같은 지시가 반복될 때는 즉시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해야 하고 행동강령책임관은 지시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할 수 있다?→사실 아님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의 지휘가 부적절하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비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지휘권자인 법무장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면 누구와 상담할 수 있을까? 장관의 지시가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정당성을 판가름해야 하는가? 공무원 행동강령에선 '행동강령책임관'이 그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공무원 행동강령은 적용시키기 어렵다. 검찰총장이 받은 지시의 부당성을 판단해 줄 상급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청법 7조에선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책이나 논문에도 그런 주장은 없다”며 “지난 며칠 만에 일부 검찰이나 언론에서 처음 등장한 주장이고, 정치적 의도가 뻔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한 원장은 이의신청권에 대해 “2004년에 신설한 규정으로, 상사의 명령에 기계적 복종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라며 “검찰조직 수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임은정 검사처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기하라고 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의 다른 조항을 참고해보자. 68조는 의사에 반한 신분 조치를 규정한다. 조문은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ㆍ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뒤따른다. "다만, 1급 공무원과 제23조에 따라 배정된 직무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의 직위에 임용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이다. 정무직 공무원에 준하는 고위공무원들을 의사에 관계없이 면직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이다. 국민이 선출한 정치권력에게 강력한 임면권을 부여해 정책 집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 조치이다.

특정직이지만 정무직에 준하는 검찰총장도 선출된 권력의 의지를 따라야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때문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려면 사퇴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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