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실패 가능성 큰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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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실패 가능성 큰 세가지 이유
  • 장부승
  • 승인 2020.08.01 1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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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칼럼] 불확실성, 기대심리, 그리고 경로의존성과 새 임대차법의 문제

일사천리로 전격 국회 통과된 신임대차법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법률 내용을 읽어 보면 전세가격 안정에 대한 별 뾰족한 대안을 찾아볼 수 없어 더욱 놀랍다. 신임대차법의 핵심은 임대인이 계약후 4년간은 전세금을 많이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장기적으로 전세금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다.

① 가격규제의 풍선효과가 4년간 지연될 뿐

첫째, 신임대차법이 적용되도 전세금을 4년 뒤에는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해도 4년 뒤에는 그 4년간 못 올린 부분까지 다 합쳐서 전세주택 공급자인 임대인이 전세금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 규제의 풍선 효과가 4년 뒤에 발생하게 된다. 전세가 상승을 단기적으로 억누르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전세가 하락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② 신규 임대차 계약에는 가격규제 없어

둘째, 전세가에 대한 제한이 신규 계약에는 적용이 안된다. 이 법 발효 당시에 이미 전세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 사람은 4년간 보호를 받지만, 이 법 발효 이후라도 신규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에서 설정하는 전세가에 대한 규제가 없다. 예를 들어 지금은 부모와 함께 살다가 조만간 결혼을 하게 되서 분가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당장 집을 살 형편은 안 되서 전세로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면, 이 사람의 신규 전세 계약 체결시의 전세가는 신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기존 세입자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에 이사라도 가게 되는 경우 새로 전세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계약 역시 전세가 설정에 규제가 없다.

③ 임대인들의 미래 기대심리에 영향 못 미쳐

셋째, 상기 조건으로 인해 신임대차법은 전세 주택 공급자들, 즉 임대인들의 시장에 대한 기대와 예상(expectation)에 의미있는 영향을 못 미친다.

기대 혹은 예상(expectation)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어떤 경제정책이 발표됐을 때, 그 정책이 액면 그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그 내용을 읽어 보고, ‘야, 과연 이 발표대로 되겠네’ 하는 기대를 갖게 되어야 비로소 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경제주체는 두뇌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다. 이들은 정책의 효과를 계산, 분석할 줄 안다. 그러니 이들이 만약, 발표된 경제정책이 발표된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가격을 올릴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면 이들은 정책의 발표된 내용이 아니라 자기들의 기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신임대차법의 핵심은 전세주택 시장에 가격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격규제의 핵심이 시한부 규제라는 점이다. 영원히 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 못 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과 4년간만 그렇게 한다. 게다가 신규 계약의 경우에는 그나마 가격 설정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없다.

 

거꾸로 현재 전세가격에 상승압력으로 작용 가능성

그러면 전세주택 공급자들은 당연히 4년 뒤에 전세 가격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전세 주택 공급자들 사이에 이러한 기대가 형성되면 전세 가격은 지금 당장부터 상향 압력을 받게 된다. 당장 전세시장 신규 진입자들에게 신임대차법은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4년 뒤에 오를 상승분을 예상해서 당장 오늘부터 임대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진입자들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전세로 한 번 입주했다고 그 집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다. 자기 집을 사서 나가기도 하고, 직장이나 가족 사정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전세집에서 나가는 순간 그 세입자는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전세주택 공급자들이 4년뒤의 가격을 예상해서 지금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매 및 월세 시장에 파급효과 있을 지도

게다가 전세 주택 시장에서의 가격 상향 압력은 그 인접시장인 매매 시장과 월세시장으로 넘쳐 나갈 수 밖에 없다. 소위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 혹은 풍선 효과(balloon effect)라고 하는 것이다. 짜장면 가격이 오르면 대개 짬뽕 가격도 같이 오른다. 같은 공급자가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같은 매장에서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세시장의 공급자들은 매매시장과 월세시장의 공급자들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들이 전세시장에서 가격 규제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판단한다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매매와 월세시장에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함으로써 전세시장에서의 손해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당연히 전세 주택 시장의 소비자는 신규든 기존 소비자든지간에 지금 당장부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정책이 공급이나 수요에 영향을 미쳐서 가격을 변화시키려면 해당 정책이 장기적으로 공급 곡선을 상향 이동시키거나 수요 곡선을 하방 이동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경제주체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신임대차법의 내용으로는 경제주체들이 그런 기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경제주체들은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고, 4년뒤까지 기다려 볼 것도 없이 그러한 기대는 지금 당장 바로 전세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신도시 주택 물량 공급으로는 전세가 안정에 한계

물론 반론도 있다. 어떤 부동산 전문기자는 이제 몇 년 뒤면 신도시 주택 공급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 좀 전세가격이 올라도 몇 년 뒤에는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의 설득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엿보인다.

첫째, 물량 공급에 대한 그 정도 정보는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미 현재 시점의 경제주체들의 판단에 그 정도 정보는 다 반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둘째, 만약 신도시 주택 물량 공급 증대를 통해서 몇 년 뒤면 전세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한다면, 왜 지금 신임대차법과 같은 강도높은 시한부 직접 규제를 이렇게 초고속으로 처리, 시행해야 하나?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다.

셋째, 신도시에서 신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현재 전세시장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량에 딱 들어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세주택 시장은 지역적으로 방대하다. 조건도 다양하다. 신도시라는 지리적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나오는 물량으로 이런 방대하고 다양한 수요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의 핵심은 입지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세 규제의 심각한 부작용

또 다른 반론도 있다. 실물경제에 밝다는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월세 제한 제도 등을 예로 들면서, 신임대차법과 같은 주택 임대 가격 규제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것이고 우리나라도 캘리포니아 주와 같은 제도를 진작에 도입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한 마디로 탁상공론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필자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post-doc)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필자는 스탠포드 인근 실리콘 밸리에서 원룸에 살았다. 화장실, 욕실도 안 딸려 있는 그야말로 달랑 원룸이었는데, 한달 월세가 무려 1500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180만원. 당시 필자는 차가 없어 자전거로 출퇴근했는데, 자전거로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부터 약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원룸이었다. 거리는 물론 높은 가격에 큰 부담을 느꼈지만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원룸들은 그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원룸에라도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집 주인은 홍콩 출신 할머니였는데, 좀 친해지고 나서 한 번 물어봤다. “왜 이리 월세가 비싼 거에요?” 그런데 이 할머니가 오히려 볼멘소리를 했다. 자기 재산은 이 집 한 채랑 여기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좀 더 작은 집 한 채 밖에 없는데, 자기는 이제 나이도 많고 손이 아파서 일도 못하는데 정말 이 집 두 채에서 나오는 월세로 먹고 살려니 빠듯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높은 보유세는 결국 월세로 전가

필자가 세들어 살던 원룸이 있던 집에는 필자의 원룸을 포함해서 방이 5개였다. 4개는 한달에 1500달러씩 세를 주고 나머지 한 방에 주인 할머니가 살았다. 그러면 한달에 6000달러의 월세 소득이 있으니 생활에 어려움이 없어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재산세가 월로 환산하면 대략 4000달러 가까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할머니의 볼멘 소리가 이해될 수 밖에 없었다. 세금을 내고 나면 할머니 손에 남는 돈은 대략 2000달러 남짓. 거기에 다른 한 채에서 나오는 월세 및 기타 금융 소득을 합쳐서 한달에 몇 천달러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또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출받은 돈에 대한 이자도 내야 했다.

한달에 몇 천달러 소득이 한국 기준으로는 큰 돈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극심한 고물가에 시달리는 실리콘 밸리에서 그 정도 돈으로는 빠듯하게 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혼 후 독신으로 살고 있던 집 주인에게는 대학교 다니는 아들도 있었다. 필자가 그 원룸에 살던 기간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집주인은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집주인 할머니에게 왜 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않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할머니 대답인즉슨 평생을 그래픽 디자이너로 그 동네에 살아서 익숙해진 데다 친구들도 다 그 동네에 살고, 어차피 이제 나이 들어 일도 못하고 믿을 것은 임대소득 밖에 없는데 이 집을 팔고 애리조나 주 같은 곳으로 옮기면 월세가 잘 나갈지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남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로 옮기니까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그 때는 새로 일하게 된 연구소 근처에 간신히 집을 구했는데, 매우 낡은 방 두 개 짜리 집이었다. 건물이 완공된 지 거의 40년도 넘은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이 집 월세가 3200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390만원 정도. 그 동네에서 비슷한 크기의 다른 집들은 대개 월세가 4000~5000달러였으니 주변 시세에 비하면 대단히 싼 것이었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자면 정말 말도 안되는 바가지였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월세 규제는 결국 월세 상승 효과

왜 이리 월세가 비싼지 궁금해서 관리인 아저씨에게 좀 친해지고 나서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다. 답변은 스탠포드 대학교 근처에 살 때 들었던 답과 대동소이했다. 첫째, 월세 받아서 재산세를 내려면 집 주인 입장에서도 빠듯하다는 것. 둘째, 캘리포니아 주는 법으로 월세를 많이 못 올리게 해놨기 때문에 그 점도 미리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산타모니카의 그 집에 입주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주정부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의 요지는 ‘당신은 임차인으로서 이 집에서 일정 기간 살 권리가 있고 그 기간 동안 임대인은 매년 일정액 이상은 월세를 올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 기억에 그 편지에는 친절하게 임대인이 인상할 수 있는 월세의 금액까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또 그 편지에는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임차인으로서 당신의 권리이니 잘 숙지하라는 것’ 그리고 ‘만약 임대인이 여기에 적혀 있는 액수 이상으로 월세를 올리려고 하면 정부에 신고하라’는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집에 오래 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자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필자가 살던 집은 2층짜리 저층 다세대 주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집이 워낙 낡아서 그런지 입주자들의 이사가 잦았다. 뻔질나게 사람들이 이사를 나가고 들어오곤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다. 그런 낡은 집에서 높은 월세를 내가면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리가 없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집이 그렇게 낡아도 월세는 잘 들어오는 편이니 집을 개보수하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 이렇듯 필자가 겪은 바로는 캘리포니아 주의 월세 규제 제도는 현실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동하기는커녕 오히려 집주인들에게 월세를 올릴 구실만 제공하고 있었다.

 

주택임대가격 규제는 집주인의 괴롭힘 현상 낳을 우려

물론 주정부가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서 한 집에 오래 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보자. 한 집에서 세입자가 오래 살아서 실제로 내가 받고 있는 월세와 시장가격 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집주인들은 여러 가지로 세입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쓰레기를 제대로 안 치워 준다거나 수도, 전기 등을 실수인 것처럼 위장해서 일부러 끊어 버리기도 한다. 집에 와서 고성방가를 하기도 하고, 임차인이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임차인이 피운 담배 때문에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청소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혹은 임차인이 허락없이 벽에 못을 박아서 벽에 금이 갔다고 주장하면서 터무니없는 보수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갑자기 긴급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면서 임차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하거나 아니면 긴급상황 때문이라고 하면서 허락없이 집에 들어오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임차인을 쫓아내기 위한 임대인의 이런 시도들을 집주인 괴롭힘(Landlord Harassment)이라고 한다. 집주인 괴롭힘 현상은 대개 임대주택의 월세 상승율을 법으로 제한하는 반면 세입자를 신규로 교체하는 경우에는 월세 상승율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신규 세입자를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집주인은 세입자를 심리적으로 괴롭혀서 자발적으로 임대주택에서 나가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소송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

미국의 여러 주에서 집주인 괴롭힘은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는 법집행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증거를 수집해야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정 투쟁까지 해야 한다. 소송에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 월세 집에 계속 살기 위해 시간, 돈, 노력을 들여 법정 투쟁을 하다가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들의 의견을 보면 집주인 괴롭힘 소송에서 임차인이 승소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들 인정하고 있다.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주택 임대계약은 법률적으로는 사인간의 계약에 해당한다. 계약 위반 관련 다툼을 형법으로 규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경우 집주인 괴롭힘은 민법으로 규율되고 있다. 임차인이 어렵게 증거를 모아 설사 소송에서 승리한다 해도 집주인에게는 최대 2000달러의 징벌적 배상금이 부과될 뿐이다. 불과 2000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소송에 나서는 임차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사정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그저 캘리포니아주에서 월세를 규제하고 있으니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법은 탁상공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규제를 통한 가격 안정화에는 근본적 한계

원칙적으로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반면 거래가격은 못 올리게 하는 식으로 규제를 가한다고 해서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여기 과자 생산업자가 있다고 해보자. 과자 가격 안정을 위해서 이 과자의 보유와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리되, 과자의 가격은 못 올리게 하면 업자는 어떻게 대응할까? 그 규제에서 비롯되는 금전적 부담을 자기 혼자 오롯이 떠안고 가격은 그대로 둘까?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업자는 무슨 명분을 갖다 대서라도 자신에게 부과된 부담을 가격에 반영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니면 가격은 그대로 두고 한 봉지당 담기는 과자 분량이라도 줄이려 할 것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더 싼값에 판매하는 공급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세금이나 가격 규제만으로 이 과자의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자에 작용하는 이런 원리에 수긍한다면 왜 같은 원리를 전세 주택 시장에는 적용할 수 없나? 세금을 올리고 시한부 가격 규제를 해봤자 공급자가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한 장기적으로 전세 가격을 낮추긴 어렵다.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게다가 경로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고려한다면 이번 신임대차법은 부정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얼마 전 모 경제 전문 기자가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문재인 정부 초기에 급격히 올렸다가 최근에는 거의 안 올려서 결과적으로 과거 정부 때와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율이 거의 비슷해진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게 뭐가 문제냐고 일갈한 적이 있다. 그 기자의 의견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올렸다고 비판하고, 안 올리면 안 올렸다고 또 비판하는데,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율이 과거 정부와 비슷해졌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견해는 경로의존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책의 차원에서 정부가 가격 규제나 시장 개입을 단기적으로 심하게 사용하게 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경제주체들의 기대와 행태는 장기적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릴 수 있다. 경제의 작동 경로가 아예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볼링 칠 때를 생각해 보자. 스핀을 먹여서 볼링 공을 던지면 처음엔 오른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돌아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스핀을 너무 먹여서 볼이 도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나? 스핀을 아무리 많이 먹였어도 도랑에 빠진 볼은 다시 레인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이것을 경로의존성이라고 한다. 한 번 도랑에 빠진 볼링 공은 레인의 경로가 아니라 도랑의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볼의 경로가 아예 바뀐 것이다.

경로의존성의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필자의 부친이 살고 있는 동네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기 전까지 이 편의점에는 몇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 상승하자 편의점 주인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중단했다. 대신에 주인과 그 부인 그리고 여동생이 3교대로 일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최저임금 상승율이 거의 제로가 됐는데도 이 편의점은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냥 그 주인 아저씨와 그 부인, 그리고 여동생의 삶이 편의점 업무와 결합되어 버린 것이다. 즉, 이제 그들의 행태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는 경로에 완전히 고착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거 정부 집권 시기의 연평균 상승율과 비슷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올렸다면 아마 그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은 아직 그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경제의 작동 경로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임금 충격으로 인해 주인 아저씨와 그 가족들의 경제에 대한 기대가 바뀌었고, 바뀐 기대는 변화된 행태에 반영되어 최저임금 상승율이 완화된 뒤에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임대차법의 단기효과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위험

이러한 경로의존성의 원리가 전세 주택 시장에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신임대차법의 단기효과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효과를 배제한 채, 장기효과만 고려한다면 이번 신임대차법은 장기적으로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규제의 핵심이 오로지 시한부 규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임대차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눌려진 가격은 결국 4년뒤 스프링처럼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일종의 조삼모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숭이들한테 아침에 떡 3개 주고, 저녁에 4개 주는 것과 아침에 떡 4개 주고 저녁에 3개 주는 것은 사실 결과 면에서 아무 차이가 없다. 신임대차법의 장기효과는 일차적으로 조삼모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임대차법의 핵심이 결국 시한부 가격 규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로의존성과 규제 효과의 불확실성이라는 단기변수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임대차법에 의해 가격이 통제되는 4년은 긴 시간이다. 그 사이에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전세 주택 공급자들은 단지 4년 뒤의 가격을 기계적으로 예상해서 현재 전세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4년간 있을 수 있는 불확실성을 추가해서 현재의 전세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프리미엄이 4년 내내 계속된다면 결국 경제주체들의 장기 기대에 영향을 미쳐서 경제의 작동 경로가 변화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가격 규제가 없을 때 예상되던 전세 가격 상승분에 비해 전세 가격이 더 상승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지금 현재 단기적으로 4년간 전세 가격 상승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기존 세입자들마저도 마냥 신임대차법에 박수를 보내기만 할 일은 아니다. 4년뒤의 가격이 원래 신임대차법 도입 전의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확실성은 기존 세입자들에게도 똑같은 적용되는 변수이다. 4년 내에 무슨 일이 벌어져서 다른 전세로 이사를 가게 되거나 신규 주택을 구매하거나 혹은 월세로 갈아타야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신임대차법의 효과로 인해 신규 주택 물량은 전세든, 매매든, 월세든 더 높은 가격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4년간 신임대차법의 보호를 받는 기존 세입자라 해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위험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7월31일부터 발효된 신임대차법에 대한 평가는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이번 신임대차법은 다른 추가 변수가 없는 한 장기적으로 전세 가격 하향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둘째, 전세 시장 신규 진입 소비자들 및 기존 매매, 월세 주택 시장의 소비자들은 4년을 기다릴 것 없이 당장 지금부터 신임대차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은 사실 신임대차법의 가장 부정적인 효과로 판단된다. 신임대차법은 주택 시장의 소비자들을 기존 전월세 세입자들과 신규 전월세 시장 진입자 및 주택 구매자로 구분하여, 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실질적으로는 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차별하는 차별적 입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신임대차법으로 보호받게 되는 기존 세입자라 해도 역시 장기적으로는 전세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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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차 2020-08-28 09:00:12
난 장부승 이분이 좀 이해가 안됩니다. 언제는 통계 몇개 들고 와서 페이스북에서 감염병 권위자 행세를 하시더니, 이제 부동산법 전문가 행세를 하시나요? 부동산법 관련 전공자이십니까? 아니면 부동산법 연구경험이라도 있나요? 아닌 걸로 아는데요. 사회과학이 아무리 포괄적인 학문이지만, 자기 전문영역까지 넘어 오지랖을 부려도 되는 분야는 아닐 겁니다. 장부승 교수는 혹시 본인의 지식과 혜안이 너무 출중한 나머지 모든 사안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겁니까? 쓰는 글들을 보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거든요. 독자 입장에서 약간 황당합니다.

뭐 특정 표적을 너무나 비판하고 싶어서 전문성의 한계를 좀 무시하며 이 글을 썼을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그렇게 읽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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