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으로 전세 소멸? 경제학자 윤희숙의 인과관계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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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으로 전세 소멸? 경제학자 윤희숙의 인과관계 오류
  • 윤형중
  • 승인 2020.08.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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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중 칼럼] 2020년 임대차3법의 의미와 한계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연설이 일부 보수 언론에서 '레전드 영상'이라고 극찬한 뒤 화제를 모았다. 필자도 레전드 영상이라기에 챙겨봤지만, 기존에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언급된 문제가 다시 제시됐을 뿐 설득력 있는 논리나 새로운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경제학자 답지 않은 논리의 비약이 눈에 띄었다. 윤 의원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교수 출신인 경제학자이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화제를 모은 윤 의원의 연설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하나씩 검증해보겠다.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이미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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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으로 전세 소멸? 전세는 이미 소멸 중

윤 의원 연설의 핵심 문제제기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 소멸의 가속화'이다. 그는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며 "저는 임차인"이라고 했지만,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라고 말했다.

이 연설이 호응을 얻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세 소멸의 우려를 실감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우려가 사실인지를 살펴보려면 임대차 3법의 내용부터 알아야 한다.

임대차 3법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제4조에서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1989년 12월 30일에 개정된 조항으로 1981년 이 법이 생긴 뒤 8년간 최소 임대차 기간은 1년이었고, 당시 2년으로 연장됐다.

이번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은 같은 법 제6조3항에 반영돼 있다. 핵심은 세들어 사는 임차인에게 한 차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 역시 첫 계약과 마찬가지로 2년의 임차기간이 보장된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 본인 및 직계존비속이 입주할 경우, 상호 간에 합의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주택을 전대(다른 사람에게 대여)한 경우, 주택의 전부나 일부를 파손한 경우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1989년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이후에도 임차인의 권리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31년간 집값과 전세값의 폭등, 그로 인한 주거 불안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을 얻으며 원내에 진입한 17대 국회 때부터 본격화됐다.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같은 당 의원 전원인 10명과 공동 발의한 개정안에 계약갱신 청구권을 담았고, 전세난이 극심해진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은 임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이후 18대 국회부턴 임대차 기간을 늘리거나 계약갱신 청구권을 담은 입법 시도를 했던 이들 중에는 박영선, 강기갑, 이용섭, 노회찬, 조배숙 전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망라해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인 2020년 6월부터도 박주민, 백혜련, 윤후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임차인 보호 제도

한국은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이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3.2년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16년 3.6년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렇게 세입자가 자주 이사를 다니는 배경엔 미약한 임차인 보호제도가 있다. 김제완 고려대 교수, 김남근·이강훈·김대진 변호사, 이보드레 고려대 연구원 등이 법무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제도에 관한 입법사례 분석 및 제도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강력한 임차인 보호 규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차 기간을 정하지 않는 계약이 원칙이고, 임대인이 본인 또는 가족이 주거하려고 하거나 임차인이 상호간의 계약과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프랑스는 최소 3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지만, 3년의 계약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임대차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되지 않는다. 임대인은 최소 6개월 이전에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임차인에게 통보해야만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정당한 사유란 임대인 자신 혹은 가족이 거주하려고 하거나, 주택을 매각하려 할 경우, 또는 임차인이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다. 또 계약해지가 가능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고령이거나 저소득층인 경우엔 임대인이 대체 주거를 제공해야만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계약 종료가 가능하고, 미국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도 계약갱신이 원칙이고, 법적으로 정한 사유로만 갱신 거절이 가능하다.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임차인 보호 규제를 대부분 풀어버린 영국의 경우 임대료가 폭등하고, 주거급여 복지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 보고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외국의 입법례에서 서민 및 중산층의 주택임대차를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인정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라고 적고 있다.

 

전월세 가격상한제는 계약갱신 청구시에만 적용

임대차 3법의 두 번째 내용은 이른바 전월세 가격상한제다. 이 이름만 보고 모든 전월세 가격을 제한한다는 의미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론 계약 중에만 적용된다. 기존엔 2년의 임대차 계약 중에 임대료가 바뀌는 경우가 드물었으니, 주로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시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6조의 3에는 "③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7조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고, 제7조엔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이 규정돼 있다.

전월세 가격상한제는 증가율의 한도를 5%로 규정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4억원에 살던 임차인이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은 갱신된 계약의 전세보증금을 최대 4억 2천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 청구권을 행사해 4년의 임대차 기간을 채우면 임대인은 다시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그 사이에 해당 주택의 전세 가격이 5억으로 올랐으면 임대인이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리는 데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혹자는 4년간 임대료를 5%로 제한해 사실상 연간 증가율을 1%로 제한한 무자비한 법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첫 계약을 하고 2년 뒤에 5%를 올릴 수 있고, 다시 2년이 지나면 임대료 인상에 아무 제한이 없다. 시세 반영의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달라질 뿐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가격상한제는 이 법이 통과된 2020년 7월 31일부터 바로 시행됐다. 임대차 3법 가운데 세 번째 내용인 전월세신고제는 바로 시행되지 않고 2021년 6월부터 시행된다. 이 신고제는 2006년 도입된 부동산 매매계약 신고제가 15년 만에 임대차 계약에도 확대된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거래는 2006년 부동산 매매계약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에 비약적으로 투명해졌으나, 지금까지도 임대차 계약에 한해선 신고 의무가 없었다. 내년 6월부터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도입되면 시장 참여자는 정확한 전월세 시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동안 상당히 탈루되던 임대소득 과세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윤 의원의 주장으로 돌아와보자. 이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정말로 전세가 빠르게 소멸할까. 이 주장은 일부 사실이고, 일부는 과장된 것이다. 일단 임대차 3법의 도입으로 인해 임대인은 기존보다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도 2년에 5% 이상 높아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한 규제의 도입이나 세금이 인상되면 그 부담은 규제의 대상이나 납세자만이 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일부 혹은 전부가 전가되기 마련이다. 임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임대차 3법도 마찬가지다. 임대인은 미리 임대료를 올리려고 하거나, 전세보다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윤 의원의 발언이 일부 맞을 수 있는 이유지만, 그리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1989년 법 개정 때와 달리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

이번 임대차 3법은 1989년 법 개정 때와는 달리 이전의 계약에도 소급 적용된다. 계약 종료 1달 이전에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통보하면 계약갱신 청구권이 적용된다. 법 시행일 기준으로 2020년 8월 31일 이후에 종료되는 모든 임대차 계약의 갱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임대인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대상은 이미 비어있는 집이거나 한 달 내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주택에 한정된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이미 비어있거나 계약 종료 한 달 내로도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한 주택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주택의 소유주가 임대료를 미리 올리려고 해도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임대인이 전세보다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도입 이전에도 전세보다 월세의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상당한 전세 거래가 존재했다. 왜 그랬을까. 상당수 임대인들이 금융기관의 대출보다 전세를 통해 목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대출을 받거나, 보유 현금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있는 집 주인을 제외하곤 여전히 상당수의 임대인은 바로 월세로 전환하기 힘들다. 이것이 장기 저금리 시대에도 전세 거래의 비중이 줄어들지언정, 바로 소멸하지 않은 이유고, 임대차 3법 도입 이후에도 쉽게 전세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다.

임차인 입장에도 전세는 상대적으로 주거비를 아끼는 용이한 수단이었다. 지역과 주택 면적, 시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전세 자금의 조달 비용(대출 이자)은 월세액보다 적다. 특히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연 1~2%대 초반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해 비슷한 여건의 주택 월세와 비교할 때 주거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여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전세는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는 이런 세입자의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경제학자답지 않은 인과관계의 오류

그렇다면 전세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의원이 이미 전제했듯 저금리의 장기 지속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자본의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집 주인은 수익성이 높은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됐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각 년도의 자료를 보면 전체 임대차 계약 가운데 전월세 비율은 2006년 54.2%대 45.8%로 전세가 더 많았으나, 2013년 역전돼 2019년엔 전세가 39.7%이고 월세가 60.3%로 큰 차이가 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 중인데다 전세 수급 불균형으로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이 크게 올랐던 2013년엔 전세소멸론이 유행했으나, 예상보다 전세의 소멸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전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여러 목적으로 사금융인 전세에 의존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갭투자한 다주택자일 수도 있고, 금융권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임대인에게 불리한 제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제도 도입만으로 금융권에서 대출해 전세보증금을 대체하지 않던 임대인의 사정이 크게 변하기는 어렵다.

출처: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출처: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3법이 전세 감소를 촉진할 순 있다. 하지만 전세 공급을 줄이는 여러 요인들인 저금리, 임대차 3법, 부동산 시장 전망 중에서 어느 요인이 전체 공급량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학은 흔히 여러 가정을 통해 계량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에서 각 요인이 결과값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곤 한다. 윤 의원의 발언이 경제학자답지 않다는 이유는 이런 경제학의 방법론이 무색할 정도로 하나의 결과값(전세공급량)에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인 '임대차 3법'의 영향만을 근거 없이 과장했기 때문이다.

 

1989년 임대차법 개정의 교훈

윤 의원의 발언 중에서 그나마 새겨들을 만한 부분은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후의 시장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는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의원 발언의 취지가 모호하다. 31년 전에도 혼란이 있었으니 임대차 기간을 늘리는 법 개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임차인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은 하더라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단 의미인지 명확치 않다. 그의 취지를 톺아 보는 이유는 31년 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당시엔 전세값이 급등하는 혼란이 있었지만, 그렇게 바뀐 법률은 지난 31년간 세입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 당시 최소 임대차 기간을 늘리지 않았으면 지난 31년간 세입자들은 ‘내년에도 이 집에 살 수 있을까', '임대료는 내년에 얼마나 올려줘야 하나'를 걱정했을 것이다.

1989년의 임대차법 개정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따로 있다. 당시 법 개정이 지체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더 컸고, 이전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법 개정 이듬해에 2년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리려는 시도가 기승을 부렸다. 일단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된 시기부터 살펴봐야 한다. 당시는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의 특수를 누리며 고도 성장하던 시기였다. 특히 1986년부터 1988년까지의 경제성장율 매년 11% 이상을 기록했다. 고도 성장기에 주거 수요가 높아지자 전세값은 1987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주택전세가격의 증가율은 1986년 5.7%에서 1987년 19.4%로 급등했고, 1988년 13.2%, 1989년 17.5%로 높은 증가율이 유지된다.

이로 인해 1988년 말부터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처음 발의된 법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평화민주당 소속의 강금식, 박상천 의원이 1988년 12월 7일에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었다. 이 법에서 처음 임대차 기간의 2년 보장이 담겼다. 이듬해엔 더욱 진보적인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이지만 여당 성향인 신민주공화당(총재 김종필) 소속 윤재기 전 의원이 1989년 5월 18일에 발의한 개정안은 "임대인은 직접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결국 이 논의가 종합돼 1989년 12월 30일에 임대차 기간 2년으로 법안이 확정돼 통과됐다. 문제는 이 법안 논의가 1년이나 걸리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는 점이다. 임대차 기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질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는 소식은 임대인에게 전세값을 미리 인상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법 개정 이후에도 있었다. 1989년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부칙에 "이 법 시행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의 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기존 계약은 여전히 1년의 임대차 기간만을 보장한다는 의미였고, 1990년엔 임대인들이 2년간의 전세값 상승을 모두 반영한 계약을 맺으려 했다. 그 결과로 1990년 전세가격의 증가율은 16.9%에 달했고, 이때부터 2년 계약이 진행돼 1991년 증가율은 1.9%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2년 계약이 정착된 1990년부터 전세가격 증가율이 짝수해에 더 큰 현상은 IMF 구제 금융 직전까지 지속됐다.

결국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빠른 논의와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정된 법률은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해 4년치의 전세 증가율을 미리 반영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당은 1989년의 시사점을 반영해 2020년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국회 관행인 법안심사소위의 심사와 축조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이는 윤희숙 의원이 연설에서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겁니다"는 비판의 소지가 됐다.

여당이 의석수와 힘의 논리로 국회 관행인 절차를 무시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지 않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진 않은 일이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로 법안이 넘어가면 야당은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의 상임위 상정을 연기할 수 있고, 만일 이 법이 발의된 이후 지체됐다면 1989년의 시장 상황처럼 전세 불안은 더 기승을 부렸을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이 법의 신속한 통과를 미리 약속하거나,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도 혼란 없이 이 법을 통과시켰으면 최선이었겠지만,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면 관행인 절차를 포기하고 그에 따른 비판을 받더라도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게 책임정치고, 임대인의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임차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다.

임대차 3법은 통과가 끝이 아니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전세 불안을 최대한 완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고, 임대차 시장이 새로운 균형을 찾기까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연착륙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대책으론 부족하다. 전월세의 수급에 여러 유인을 주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형중    philyoon23@gmail.com  최근글보기
독립 정책연구자다. 경제주간지 매경이코노미,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정책연구소 LAB2050에서 근무했다. 지은 책으로는 <공약파기>, <이제는 빅 데이터 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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