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명문대 '포괄적 평가', 부자 엘리트에게 유리했다!

아이비 플러스 신입생과 부모 소득, 그리고 SAT 점수 상관관계 분석 논문 확인해보니

  • 기사입력 2020.10.21 17:00
  • 최종수정 2020.10.21 17:47
  • 기자명 뉴스톱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학입시제도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한국의 수능시험이나 미국의 SAT는 성적이 수치화 되어서 평가와 비교가 쉽고 부정의 소지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험 성적이 학생의 학업능력 뿐만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도 반영하기 때문에 대학입시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가지 사회, 경제적 요소들을 입학사정관이 고려해서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미국의 포괄적 평가(holistic evaluation)방식은 수능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입시의 대안으로 고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포괄적 평가방식이 SAT 보다 나은 방식인지에 대한 엄밀한 실증연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경제학자 라즈 체티(Raj Chetty)가 이끄는 연구팀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지역간, 세대간 소득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연구의 일환으로 미국의 아이비 플러스(하버드, 다트머스, 코넬, 브라운, 유펜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스탠포드, MIT, 시카고, 듀크를 포함한 명문대 집단을 일컫는 표현)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진학했을 때 이들의 소득이 얼마나 크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SAT 성적과 부모의 소득, 기타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취합한 대규모 데이터를 만들고 미국의 명문대 입시가 어떻게 부모의 소득에 영향을 받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올해 초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했습니다.

 

'포괄적 평가' 아이비플러스 신입생, SAT 고득점자보다 부자 비중 높아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아이비 플러스 입학생 중 상위 20%와 최상위 1% 가정 출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보입니다. (그림 1) 전체 학생 중 14.5%가 소득 백분위 중 최상위 1% 출신이며 최하위 20% 가정 출신 학생은 전체의 3.8%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하위 20%보다는 사정이 나은 차상위 계층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부모 소득수준에 따른 미국 명문대 입학생 비중. 전체 학생 14.5%가 소득 백분위중 최상위 1%다.
그림 1. 부모 소득수준에 따른 미국 명문대 입학생 비중. 전체 학생 14.5%가 소득 백분위중 최상위 1%다.

 

더 놀라운 점은 포괄적 평가(holistic evaluation)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이들 아이비 플러스의 학생 구성이 SAT 성적에 기초해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보다 더 심하게 고소득층 자녀들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2). 아래 도표는 SAT에서 1300이상을 얻은 학생의 비율을 부모의 소득 분위별로 표시하고 (붉은 색) 이를 아이비 플러스에 입학학 학생 비율 (푸른 색)과 비교합니다. SAT에서 1300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한 학생들 중 53.7%가 소득 오분위 중 최상위 분위 출신이고 최하위 분위 출신은 3.7%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비 플러스 입학생의 비중은 이 SAT 성적 분포보다 더 고소득층 가정 출신의 학생들에게 편중되어 있고 이는 최상위 1%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SAT 고득점자와 아이비 플로스 진학자의 부모 소득 비교. 미국 명문대 입학생 비중은 SAT 성적 분포보다 더 고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그림 2. SAT 고득점자와 아이비 플로스 진학자의 부모 소득 비교. 미국 명문대 입학생 비중은 SAT 성적 분포보다 더 고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미국 엘리트, 포괄적 평가로 도덕적 정당성 확보하며 기득권 보호

이 논문은 포괄적 평가 방식이 어떻게 부유층 엘리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면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지도 잘 보여줍니다. 그림 3을 보면 SAT 성적 1400점을 받은 학생들 중 약 8% 정도가 아이비 플러스에 진학하는데 (점선), 이 학생들의 부모 소득과 아이비 플러스 합격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완만한 U자 형태를 보입니다. 부모 소득이 최하위 20%에 속함에도 1400점이라는 비교적 고득점을 한 학생의 경우 평균에 가까운 합격율을 보이지만, 부모 소득이 20분위에서 90분위에 속하는 학생들은 입학율이 평균인 8%보다 낮고, 부모 소득이 상위 10%를 넘어가면 소득에 따라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평균보다 크게 높아집니다. 이는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마이너리티 학생들이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학생들을 우대하고 표면에 내세움으로써 시스템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포괄적 평가방식은 서민과 중산층 학생들이 이들 명문대학에 과소대표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혜택을 받은 마이너리티 학생들은 부유층 자녀들로 가득찬 캠퍼스 문화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참고문헌 2)

그림 3. 부모 소득과 아이비 플러스 합격 상관관계. 하위 20% 저소득층의 입학 확률은 평균보다 높으나 20~90%는 평균에 못미친다. 그리고 상위 10%는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간다. 결국 포괄적 평가 방식은 불우한 학생들을 우대하는 척 하면서, 기득권들이 쉽게 명문대에 들어가는 방식인 것이다.
그림 3. 부모 소득과 아이비 플러스 합격 상관관계. 하위 20% 저소득층의 입학 확률은 평균보다 높으나 20~90%는 평균에 못미친다. 그리고 상위 10%는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간다. 결국 포괄적 평가 방식은 불우한 학생들을 우대하는 척 하면서, 기득권들이 쉽게 명문대에 들어가는 방식인 것이다.

 

입학사정관 제도와 다면평가, 한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마지막으로 체티와 연구자들은 이런 현행 대입제도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바꿨을때, 세대간 소득의 대물림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합니다. 현 입시제도의 다른 요소들은 유지한 채, 부모소득 관련성을 제거한 후 SAT 성적에따라 무작위로 학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킬 경우 (income-neutral), 최하위 20% 출신 학생의 비중은 3.8%에서 4.4%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 출신 학생들의 비중은 전체 27.8%에서 37.9%로 크게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세대간 부의 대물림 정도 (부모가 최상위 오분위에 속할 때 자녀가 최상위 오분위에 속할 확률과 부모가 최하위 오분위에 속할 때 그 자녀가 최상위 오분위에 속할 확률간의 차이)가 14.6% 정도 감소한다는 걸 보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더 획기적으로 개선했을 때에는 최대 26%까지 감소한다는 걸 보입니다 (사진 4)

그림 4. 부모소득 관련성을 제거한 뒤 SAT 성적순 입학을 시킬때 시뮬레이션. 이 경우 소위 서민과 중산층의 명문대 입학이 크게 증가한다.
그림 4. 부모소득 관련성을 제거한 뒤 SAT 성적순 입학을 시킬때 시뮬레이션. 이 경우 소위 서민과 중산층의 명문대 입학이 크게 증가한다.

 

이 논문이 미국의 대입제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미국 대입 사정과정에서 가난을 힘겹게 버틴 소수의 학생들이 어떻게 대학들의 입시사정을 정당화하는 가림막으로 활용되는지, 동시에 서민과 중산층의 기회는 어떻게 차단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엘리트들이 부를 대물림하는데 명문대학들이 중요한 기제가 된 상황에서 대입 사정을 개선하면 부의 대물림을 줄이는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것도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지원자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는 여러 특별전형을 만들고 입학사정관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논문에서 검증된 미국의 사례는 입학사정관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필자 박용진은 미국 코네티컷대학(Connecticut College) 경제학 교수다.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 참고문헌

Raj Chetty, John N. Friedman, Emmanuel Saez and Danny Yagan (2020), “Income Segregation and Intergenerational Mobility Across Colleges in the United States”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Anthony A. Jack (2019) The privileged poor: How Elite Colleges Are Failing Disadvantaged Students. Harva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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