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논란] 정부가 그동안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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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논란] 정부가 그동안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이유는?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11.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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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노동법 개정 팩트체크] ② ILO 핵심협약 무슨 내용 담겼나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법 개정 시도를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조약을 비준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안 중에 ILO 기준에 부합하거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내용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법 개정을 '개악'이라고 칭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노사관계를 변화시킨다. 2020년 진행중인 노동법 개정 무엇이 문제이고 나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뉴스톱이 5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① 노동법 왜 고치나?

② ILO 핵심협약 무슨 내용 담겼나

한국식 ILO 기준? – 어떻게 변형됐나?

전망 – 노조법 개정 가능할까?

노동법 개악 대신 전태일3법을!

◈ILO 핵심협약의 내용은?

국제노동기구(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1919년에 설립된 이후, 지난 100년간 총 189개의 협약과 205개의 권고를 채택했다. 협약은 노동자의 최소한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ILO에서 정한 국제노동기준이다. 세계 어느 노동자라도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국제 규범이다. 각 회원국은 ILO 협약을 자국의 국내적 절차에 따라 비준한다. 비준된 협약은 그 국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즉 협약이 국내법과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다. 

협약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핵심협약이라고 한다.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에 걸쳐 8개 협약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 정부는 핵심협약 중 차별금지(또는 균등대우)와 아동노동금지 2분야의 4개 협약만 비준을 한 상태다.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4개 협약은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OECD 36개 회원국 중에는 31개국이 8개 협약을 모두 비준했다. 전세계 국가 중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핵심협약 4가지를 모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 브루나이, 마샬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 등 7개국 뿐이다. 

 

2020년 현재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현황.
2020년 현재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현황.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105호)'이다. 

단결권 관련 협약은 누구든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87호)과 노조에 가입·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 당하거나 해고를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98호)는 내용이다. 강제노동 관련 협약은 강요된 모든 노동을 금지하고(29호) 강제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105호)는 게 골자다.

ILO협약 87호, 98호의 내용.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ILO협약 87호, 98호의 주요 내용.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ILO협약 29호, 105호의 주요 내용.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ILO협약 29호, 105호의 주요 내용.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 'ILO핵심협약 비준'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ILO핵심협약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국가 위상에 걸맞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국내법 개정도 함께 공약했다. 또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차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노동이 사회의 근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꾸준히 전진해왔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상생의 길’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새롭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국제사회와 함께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0.7.11. 국제노동기구(ILO) 글로벌 회담

"ILO 핵심협약 비준은 나의 대선공약이기도 하고, 한국의 전체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속한다"

-문재인 대통령. 2019.6.15. 한-스웨덴 정상회담

정부는 "ILO 협약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한 국제노동기준"이라며 "세계 어느 노동자라도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국제 규범"으로 정의한다.(정책위키, 2020. 2. 21)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안이기도 하거니와, 한국같은 선진국이 국제 노동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는 비준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노동법 개정안에 있다. 

◈그동안 왜 비준하지 못했나?

한국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1996년 가입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다. 이후 여러 정부도 약속을 되풀이했지만 핵심협약 비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왜 ILO 핵심협약을 그동안 비준하지 않은 것일까. ILO 핵심협약이 한국의 국내법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을 비준하려면 국내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6조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국내법을 그냥 두고 ILO핵심협약을 비준하면 법적 혼란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ILO핵심협약 비준은 국내법 개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해고자를 노조 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노조설립 신고 반려제를 설정하는 등 ILO 핵심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롭게 노조를 할 권리'와는 거리가 멀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도 핵심협약의 내용과 어긋난다.

한국 정부는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사실상 막아왔다. 해고된 교직원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10년 가까이 법외노조로 분류해 노조인정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의 노조가입 및 활동이 제한적인 것도 핵심협약 비준에 걸림돌이었다. 

강제노동 협약과 관련해서는 군사적 성격의 의무 병역은 문제가 없으나 비군사적 성격의 업무, 예를 들면 사회복무요원이 강제노동에 해당할 수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복무요원 대상자가 현역 혹은 요원 중 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었으나 병역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였다.

노동계는 협약 비준을 계기로 국내 노동법을 노동친화적으로 개정하길 요구했지만 재계는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해왔다. ILO핵심협약 비준을 '노동계 힘싣기'라고 판단한 재계의 극렬한 반발과 재계를 응원하는 보수 진영의 버티기가 그동안 ILO핵심협약 비준을 가로막은 원인이다. 그래서 역대 노동법 개정 국면은 항상 노사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국제 규범에 따르기보다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적당히 받아들여 중재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고용노동부(옛 노동부)와 국회는 당시의 정치지형과 노사간 역학관계를 고려해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의 협상을 통해 법 개정을 이끌어 온 것이다. 

결국 중재안으로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노동계는 역대급 노동법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에도 시도하지 않았던 최악의 개악이라고 주장을 한다. 정부안은 ILO 핵심협약의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재계의 주장만 받아들여 오히려 단결권과 교섭권을 제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재계대로 너무 노동계에 치우친 노동법이라고 주장한다. 어느쪽이 진실일까?


3회에선 정부의 <2020 노동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ILO협약의 정신을 반영했는지, 노동계와 재계는 왜 반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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