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박형준 "한 번만 쓰는 원전 없고, 100년은 쓴다"?

박형준 부산시장 발언 검증... 대체로 사실 아님

  • 기사입력 2022.05.16 15:27
  • 최종수정 2022.05.16 15:50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5월1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세계의 원전들도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 대개 80년, 100년을 쓴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출처: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맥락 = 수명연한 다가오는 고리 2호기

박 시장의 발언은 부산 지역 고리 2호기 수명연장 반대 농성에 대해 내놓은 언급이다. 고리2호기는 2023년 4월 가동시한이 만료된다. 문재인 정부는 노후 원전의 가동시한을 인위적으로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탈원전 정책”이다. 새로 짓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전을 퇴출시켜 장기적으로 원전을 모두 없애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었다. 노후원전에 대해선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NDC 40% 달성에 기여”라고 공약했다.

2030년 이전 처음으로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모두 10기다. 고리 2~4호기, 영광(한빛) 1~2호기, 월성 2~3호기, 울진(한울) 1~2호기로 이 가운데 고리 2호기가 내년 3월 가장 먼저 가동시한이 만료된다. 지난 4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하고,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윤석열정부는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공언하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탈핵 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안전사고에 대한 공포와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이 결국 기존 원전 지역에 설치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출처: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
출처: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

◈검증 = 100년 쓰는 원전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5월 12일 기준 폐쇄된 원자로는 모두 200개에 이른다. 운영중(장기간 정지 포함)인 원자로는 441개, 건설중은 53개다.

“대부분의 세계의 원전들도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는 박 시장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운영중인 원자로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이미 폐쇄됐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된다.

“대개 80년, 100년은 쓴다”는 말은 어떨까? 미국은 40개의 원자로가 이미 영구 정지 상태이다. 현재 운영 중인 93개 원자로 가운데 88개가 20년 연장 승인을 받았고 대부분은 2030년대에 만료된다.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19년 12월 5일 플로리다주 터키포인트 원전 3, 4호기의 원전 운영 기간을 60년에 80년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면허를 갱신했다. 이는 원전 운영기한을 80년으로 늘린 미국 내 첫번째 사례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현재까지 미국 전체 원자로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20개의 원자로가 최대 80년 동안 작동할 계획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운영 면허 만료가 가까워지면 앞으로 더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자력 발전보다 저렴해진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LCOE 예상치는 육상 풍력(52.2달러), 가스복합(56.5달러), 태양광(66.8달러), 원자력(99.1달러), 석탄(140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미 미국에선 원자력이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싼 에너지인 셈이다. LCOE는 평가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발전 시설을 가동할 때의 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미국의 원자력 안전 규제가 강화돼 신규 건설 비용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출처: 미국에너지정보청(EIA) 홈페이지
출처: 미국에너지정보청(EIA) 홈페이지

EIA가 지난 3월 발간한 <ANNUAL ENERGY OUTLOOK 2022>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원전의 미래를 밝지 않다. 2021년 19%를 차지했던 원전의 발전 비중은 2050년 1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윗 그림 참조)  

미국 원전업계도 안전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발전 단가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DOE는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2013년 이후 12개의 원자로가 퇴역했으며 2025년까지 7개의 원자로가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입장에선 원전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DOE는 “원자로를 잃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청정 전력의 대규모 공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전체 미국 원자력 산업과 관련된 전문 지식, 지식 및 공급망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장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출처: 미국에너지정보청(EIA) 홈페이지
출처: 미국에너지정보청(EIA) 홈페이지

EIA가 예측한 원전 발전량은 2050년까지 모든 시나리오에서 감소한다.(윗 그림 왼쪽 참조) 석유와 가스 공급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원전 발전량은 2021년보다 줄어든다. 석유와 가스의 공급이 충분하다면 2050년 원전 발전량은 2021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오른쪽 그림은 새로 건설되는 원전과 퇴역하는 원전 시설 예측이다. 새로 들어설 원전보다 퇴역할 시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 = 박형준 시장 발언 '대체로 사실 아님'

“세계 대부분의 원전이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전세계 운영 중인 원자로가 441개인 반면 폐쇄된 원자로는 200개에 이른다. “대개 80년, 100년을 쓴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2019년 미국에서 최초로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늘린 사례가 나왔다. 100년을 쓰는 원전은 아직까지 인류에게 없다. 20년 후 수명 연장이 또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가장 오래 쓰는 원전은 80년이다. 미국에서는 2013년 이후 12개의 원자로가 영구정지됐고, 2025년까지 7개의 원자로가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는 원전이 안전성, 경제성을 따져봤을 때 사업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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