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CJ제일제당,日기업에 합의금 주고 특허소송 종결 이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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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방식 MSG 약진에 위협 느낀 아지노모토, CJ에 '소송'
40억엔 지급하고 소송종료...CJ제일제당 사업에 큰 영향 없을듯.

CJ제일제당이 일본 아지노모토를 상대로 진행 중이던 특허권 관련 소송에서 합의금을 지급하고 소송을 종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내 다수 언론은 ‘MSG 분쟁’, ‘조미료 특허 소송’ 등을 제목으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CJ제일제당은 아지노모토의 MSG특허 소송을 벌인 걸까요? 그 결과로 합의금을 지금하게 된 걸까요? 뉴스톱이 분석해봤습니다. 

출처:니혼게이자이 신문 홈페이지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내외신, “감칠맛 특허 소송 CJ 합의금 지급”

조선일보는 2023년 2월26일 오후 15시46분 <‘감칠맛’ 특허 7년 소송… CJ, 아지노모토에 390억원 합의금>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도쿄 특파원이 작성한 기사인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를 번역해 전한 내용입니다. “CJ제일제당 등 CJ그룹 계열사 3사가 특허 일부 침해를 인정해 아지노모토 측에 화해금 40억엔(약 390억원)을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전합니다. 조선일보는 “소송의 핵심은 아지노모토가 제조하는 같은 이름의 자사 조미료 제품을 CJ제일제당이 베꼈는지 여부였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많은 국내 언론이 CJ제일제당이 MSG 소송에서 아지노모토 측에 합의금을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홈페이지를 확인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는 25일 <아지노모토, 한국 기업으로부터 화해금 40억엔 특허 침해 소송 종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아지노모토는 우마미(감칠맛) 조미료 '아지노모토'의 주성분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둘러싸고 한국 씨제이체일제당사와 계열사 총 3개사(이하 CJ그룹)와 싸웠다. 독일에서의 재판에서 화해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아지노모토는 CJ그룹에 대한 4건의 소송 모두에서 화해금을 수령해 소송이 종결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보도를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번역해 보도했고, 이후 많은 한국의 언론사들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아지노모토의 MSG 조미료 초기모델. 출처:아지노모토 홈페이지
아지노모토의 MSG 조미료 초기모델. 출처:아지노모토 홈페이지

◈MSG제조법 특허 소송?

아지노모토는 잘 알려진 대로 감칠맛을 내는 MSG 성분의 조미료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입니다. 다시마에서 글루탐산을 추출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인 아지노모토를 개발했습니다. 아지노모토는 대성공을 거뒀고 지금은 글로벌 식품, 바이오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앞선 보도의 내용만 놓고 보면 CJ제일제당이 아지노모토의 MSG 제조기술과 관련된 특허권을 침해한 것처럼 비춰집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20년, 이런저런 사유로 최대한 연장해도 25년입니다. 아지노모토 개발자인 이케다 박사가 글루탐산나트륨 제조 특허를 받은 것은 1908년입니다. 무려 100년하고도 15년이 더 지났습니다.

115년전 기술을 침해했다고 아지노모토가 CJ제일제당에 소송을 걸고, CJ제일제당은 소송 대신 합의를 선택해 거액을 지급하고 마무리 지었을까요? 아닙니다.

출처: 아지노모토 보도자료
출처: 아지노모토 보도자료

◈제품을 베꼈다고?

아지노모토의 홈페이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소송 종결에 관한 보도자료가 게시돼 있습니다. 아지노모토는 CJ제일제당과 그 자회사들을 상대로 모두 4건의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2건은 MSG 제조법과 관련된 내용이고, 2건은 사료용 아미노산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CJ제일제당이 아지노모토의 제품을 베꼈는지가 핵심이라고 보도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MSG를 상업 생산하는 방식은 다시마에서 원료물질을 추출해냈던 초창기 방식과는 다릅니다.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특정 미생물이 사탕수수 등 원료물질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MSG를 생산하게 됩니다. 어떤 미생물을 쓰느냐, 미생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증식시킬 것이냐 이런 문제가 공정의 핵심입니다. 아지노모토는 CJ제일제당이 이 기술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출처: CJ제일제당 홈페이지
출처: CJ제일제당 홈페이지

◈트립토판은?

CJ제일제당은 식품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바이오분야의 강자입니다. 회사 매출의 37%가 식품 분야에서 나오지만 바이오 부문도 16%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효 및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식품첨가제(Human Nutrition & Health)와 사료첨가제(Animal Nutrition & Health)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고생산성 균주를 개량하고 고효율 발효공정기술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R&D기술역량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온 결과, 라이신, 핵산, 트립토판, 발린 등 주요 품목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의 위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0년 아지노모토가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던 트립토판 시장에 진출해 3년만인 2013년에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번에 합의로 끝난 소송은 2016년 제기된 소송입니다. 당시 언론은 “CJ제일제당의 공격적인 아미노산 사업 투자에 아지노모토가 위기감을 느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립토판은 사료용으로 사용되는데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물질로 진정 효과는 물론, 체내 단백질 균형을 맞추어 성장에 도움을 주고, 항체 생성 및 면역력 증진을 통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출처: DART 전자공시
출처: DART 전자공시

◈사업 영향은?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아지노모토에 40억엔의 화해금을 지급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88억원 정도 되는 돈입니다.

소송 종결을 위한 조건에 합의금 말고 다른 것은 없었을까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합의금을 포함한 모든 합의 조건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소송 종결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는 “사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공시를 살펴보면 “회사의 경영진은 상기 소송사건들에 따른 자원의 유출금액 및 시기는 불확실하며, 소송의 결과가 회사의 재무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소송사건의 경우 자원의 유출가능성이 있으며 신뢰성 있게 측정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해당 효과는 재무제표에 기 반영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소송에 결과에 따른 손실은 이미 일부 반영했고, 반영되지 않은 손실도 회사 재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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