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남성의 날’만 없다?... ‘세계 여성의 날’ 총정리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3.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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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5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매년 3월 8일로, 전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매년 여성의 날마다 여성단체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기업마다 각종 할인행사나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네이버(왼쪽)와 구글(오른쪽)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네이버(왼쪽)와 구글(오른쪽)

그런데 매년 이맘때쯤이면 일각에서 “왜 세계 남성의 날은 없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적인 기념일로 지정해 축하와 응원을 나누는 여성의 날과 달리, 남성을 위한 날은 없어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또 “이미 충분히 여성의 권리가 증진된 만큼, 더 이상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일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연 ‘세계 남성의 날’은 없을까? 더 이상 ‘세계 여성의 날’은 불필요할까? 뉴스톱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관련 팩트를 총정리해봤다.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2월 28일, 미국에서 1만 5천여 명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근로 여건 개선과 10시간 노동제,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당시 미국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앉아 쉴 공간도 없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지만,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임금을 받아야 했다. 또한 인간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이러한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자는 여성들의 요구가 이날의 대규모 집회로 표출된 것이다.

1908년 미국에서 일어난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1908년 미국에서 일어난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고, 1922년부터 3월 8일을 지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2년 뒤인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부터 나혜석·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가 1985년부터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2월 20일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2018년부터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으로 공식 지정됐다.

 

◆“빵과 장미를 달라!”

‘세계 여성의 날’의 상징으로 ‘빵과 장미’가 많이 언급됐다. 이는 1908년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던 구호에서 유래됐는데, 여기서 ‘빵’은 낮은 임금에 시달리며 굶주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색은 보라색, 녹색, 흰색이다. 세계 여성의 날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 대의에 대한 충성을, 녹색은 희망을, 흰색은 순수함을 의미한다. 다만 흰색이 의미하는 '순수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mbraceEquity 캠페인/'세계 여성의 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EmbraceEquity 캠페인/'세계 여성의 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세계 여성의 날 테마는 ‘공정을 포용하라’(#EmbraceEquity)다.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IWD)는 매년 테마를 선정해 여성의 날을 알리고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 테마는 ‘편견을 깨라(#BreakTheBias)’였고, 2021년 테마는 ‘도전을 선택하라(#ChooseToChallenge)’였다.

이번 ‘공정을 포용하라’(#EmbraceEquity) 캠페인 참여를 원한다면,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IWD2023 #EmbraceEquity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된다.

 

◆여전히 갈 길 먼 여성 인권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여성 인권이 많이 향상된 만큼, 더 이상 여성만을 위한 기념일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세계 여성들은 여전히 차별과 위협을 겪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의무다. 이를 계기로 이란에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이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정부가 여성의 고등교육 금지와 취업 제한을 공식화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아프간 수도 카불과 북서부 마자리샤리프 등 주요 도시 최소 2곳에서 여성 피임약 사용이 금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한국여성의전화가 2022년 한 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 역시 최소 225명에 달했다. 즉, 하루에 한 번 꼴로 여성들이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고등교육 수준, 노동 참여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의회 내 여성 비율 등 10개 세부 지표를 종합해 평가하는 유리천장지수 역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유리천장지수 발표가 시작된 2013년 이후 11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여성을 위한 기념일만 있다는 주장과 달리,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매년 11월 19일로, ‘세계 남성의 날’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호주, 전 세계 약 80개국에서 이를 기념한다. 남성들의 건강, 여성과의 관계 개선, 성평등 등을 추구한다. 지난해 11월 19일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70개 국가에서 남성의 날 기념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이날은 UN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함께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과 달리, 국가마다 저마다의 방식과 규모로 기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 남성의 날을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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