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화·예술·체육·관광 고용창출...제조업 3배 이상?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3.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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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분야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 2~2.5배
코로나로 고용난 겪은 문화예술 분야
정교한 산업화로 수요 창출 필요

지난 14일 학교폭력 피해 복수극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더 글로리’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등 국내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문화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예술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문화예술체육관광 예산을 현재 1.05%에서 2%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 분야 고용 창출 효과가 제조업에 비해 3~5배 정도 나온다고 발언. 'KBS 1라디오' 유튜브 영상 갈무리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 분야 고용 창출 효과가 제조업에 비해 3~5배 정도 나온다고 발언. 'KBS 1라디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홍 의원은 예산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를 듭니다. 홍 의원은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제조업 분야에 비해서 최소한 3배에서 5배 이상 나오는 것으로 지금 분석이 되고 있고요”라고 말했습니다. 홍 의원은 <뉴스1> 기고에서도 “제조업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 고용 창출 효과가 3~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의원 발언에서 문화예술 분야 고용유발 효과가 제조업보다 3배 이상 크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뉴스톱>이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3~5배”라는 홍익표 의원의 발언을 확인했습니다. 

 

◈ '예술·스포츠·여가', '음식숙박' 취업유발계수...제조업 2배~2.5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해마다 문화체육관광 산업 통계를 냅니다. 이 분야의 사업체 경영활동, 일자리, 수출입 실적 현황을 산출합니다. 문화체육관광산업은 크게 ▲문화 ▲예술 ▲스포츠 ▲관광산업으로 구분됩니다. 4개의 대분류는 19개의 중분류로 나뉩니다. 산업통계에서 산업별 결과는 19개 중분류를 기준으로 생산합니다. 이 통계에 산업별 일자리 취득 현황이 나옵니다. 다만 취업자 수로 나오기 때문에 이 자료를 통해 홍 의원이 언급한 '고용창출 효과'를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2020년 기준 문화체육관광산업통계' 속 산업분류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2020년 기준 문화체육관광산업통계' 속 산업분류표

고용창출 효과를 집계한 지표는 ‘취업유발계수’입니다. 특정 재화를 10억 원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취업자나 간접적으로 고용되는 취업자 수의 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본체를 조립하는 노동자 외에 타이어나 부품 등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량까지도 포함해 측정합니다. 만약 문화예술 분야 취업유발계수가 22라면, 민간 소비나 정부지출이 10억 원 증가하면 22명의 취업자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홍익표 의원실은 <뉴스톱>에 ‘2022년 경제정책방향’ 정부 자료를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에는 ‘취업유발계수’가 ‘음식숙박’은 19, ‘예술·스포츠·여가’는 14.5, ‘제조업’은 7.6으로 나옵니다. 제조업보다 '음식숙박' 계수는 2.5배, '예술·스포츠·여가'는 2배 정도 높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 고용 효과가 홍 의원 발언대로 "3~5배" 정도의 수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익표 의원실이 참고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출처 기획재정부
홍익표 의원실이 참고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출처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산업통계'에서는 '관광숙박업 및 식당업'은 관광산업 범주에 들어가긴 합니다. 이에 따라 음식숙박 수치와 예술·스포츠·여가 계수를 합산하면 제조업 계수의 4.4배 정도가 되긴 합니다. 하지만 취업유발계수를 집계하는 한국은행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음식숙박'과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계수를 합산해 제조업 계수와 비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수치의 통계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2019 산업연관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음식숙박과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계수는 동일합니다. 다만 제조업 계수는 6.25로 조금 더 적게 나옵니다. 이 수치로 비교하면 음식숙박 계수는 제조업의 3배, 예술·스포츠·여가 계수는 제조업의 2.3배 정도입니다. “문화예술 분야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 대비 3~5배”라는 홍 의원의 발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 고용 효과만 집계한 수치도 있습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산업연구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보고서에는 2010년 통계청과 한국은행 공식 통계를 활용해 문화예술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 연구는 문화예술산업 취업유발계수를 ▲공연예술(음악, 연극, 무용 등) ▲시각예술(미술, 사진, 디자인, 건축설계 등) ▲어문예술 ▲대중문화예술로 나눠서 조사했습니다. 이 자료에서 전체 문화예술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7.2입니다. 제조업 계수인 9.4의 1.8배 정도입니다.

산업연구원이 201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자료를 기반으로 도출한 문화예술산업과 제조업 취업유발계수 수치. 출처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이 201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자료를 기반으로 도출한 문화예술산업과 제조업 취업유발계수 수치. 출처 산업연구원

◈2020년에는 고용 감소…체계적 산업화 필요

2016년 산업연구원은 문화예술 분야 고용창출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문화예술이 “노동집약적 특성상 고용창출력이 타 산업에 비하여 높아서 고급 인력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언급됐습니다. 연구 기간으로 설정한 2010~2014년에는 매출액, 사업체 수, 종사자 수 등 주요 산업지표가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문화예술 분야는 고용난을 겪었습니다. 문체부가 진행한 ‘2020 관광산업조사’에 따르면 관광사업체 총 종사자 수는 19만1524명으로 전년 대비 30.7% 감소했습니다. 특히 여행업은 40.2%, 관광숙박업에서는 29.3%의 고용 감소가 발생했습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문화예술관광업계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분야에서 겪는 인력수급난을 타개할 방안과 정책과제를 논의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문화예술 분야의 한계점도 제시됩니다. 산업연구원은 “문화예술 분야 총생산이 선진국의 경우 3%가 넘지만, 한국에서는 1.5% 수준에 머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시장은 아직 형성단계에 있으니 체계적인 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산업연구원은 “공연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민간 부문 자본력이 취약하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수익모델을 기획하는 역량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처럼 문화예술 분야 경제적 지표를 만들 필요성도 언급됩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산업의 국민경제적 영향에 관한 정기적인 분석 보고서를 냅니다. 미국의 경제분석국은 문화예술산업 위성계정(satellite account: 국민 계정의 틀로 세부 내용을 반영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계정)을 통해 정교한 통계를 생산합니다. 이처럼 문화예술 산업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왜 중요한지를 정교한 데이터로 입증할 때 정책사업의 타당한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겁니다. 


종합하면, 홍익표 의원의 “제조업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 고용창출 효과가 3~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주장은 실제 수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홍 의원이 인용한 정부 자료 속 '문화예술' 분야, '음식 및 숙박업' 취업유발계수는 각각 제조업의 2.5배 혹은 2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 분야로 한정해도 제조업의 2배 정도입니다. 다만 제조업보다 문화예술 분야의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문화예술 분야 발전을 위해 정교하게 관광 데이터를 인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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