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도작왕' 손창현 또 선발...국토부·강원도·인천시의 부실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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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도작왕' 손창현 또 선발...국토부·강원도·인천시의 부실 검증
  • 선정수, 김정은 팩트체커
  • 승인 2022.10.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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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창현 추가검증...국토부, 강원도, 인천시 한국장애인개발원, 국토연구원, 성동구청, 한국문화재단의 공모전 및 서포터즈 합격

이 이야기는 모든 걸 속이는 한 남자가 공모전에 입상하는 이야기입니다. 경력사칭 영부인도 있는데 이까짓 게 뭐라고 하실 분들은 더 읽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도작왕 손창현이 또다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지난해 남의 소설을 통째로 훔쳐 이름만 바꿔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했던 그 손창현 맞습니다. 뉴스톱이 그의 도작, 도용, 경력사칭 등의 범죄행위를 보도한 것이 10차례에 이릅니다. 최근 또다시 활동을 재개한 손창현은 이번엔 지자체 소속 연구원의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 남의 제안을 베껴 출품해 당선됐습니다. 중앙정부부처의 대학생 기자 모집에도 신분을 속이고 응모해 선발됐습니다. 광역자치단체의 '청년네트워크'에도 나이를 속여 선정됐습니다. 뉴스톱이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출처: 강원도민일보
출처: 강원도민일보

뉴스톱은 손창현의 수상과 각종 대외활동 선정 자체가 불쾌합니다. 사회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기꾼에게 무슨 상을 주고 서포터즈로 임명하겠다는 것인지, 상을 주고 임명하는 그 기관의 허술함에 기가찹니다. 그렇지만 그와는 별개로 손창현이 정상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또는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물로 무언가에 응모해 상을 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뉴스톱이 검증하는 대상은 손창현이 표절 또는 도용된 결과물을 제출해 주최측을 속이고 상을 수상했는지, 프로필을 조작해 대외활동, 즉 서포터즈나 정책기자단 등에 선정됐는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사기꾼 손창현이 얽혀있는 공모전(대외활동) 수상(선정)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들이 작용해 왜곡된 결과를 낳았는지를 밝히는 일입니다. 이는 손창현 같은 '저작권 도둑', '경력 사칭범' 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속이는지를 보여주는 일이고,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관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제도를 운영하는지 실태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본론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공모전 '도용'으로 우수상

강원도청 소속 연구기관인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노인복지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도작왕 손창현은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외국인대상 한국생활 가이드(노인일자리 확대방안)’였습니다.

국내에 정착하려 하는 유학생 등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노인들이 한국생활 가이드를 해주는 내용입니다. 뉴스톱은 손창현의 이름을 강원도민일보에 보도된 시상 내용을 통해 접한 뒤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우수상을 수상한 손창현의 아이디어는 국민권익위 ‘국민생각함’에 2020년 5월8일자로 공개된 ‘노인일자리(외국인 대상 한국생활 가이드)’라는 콘텐츠와 동일했습니다. 첫 문장부터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복붙’한 수준입니다. 추진예산의 금액까지 동일했습니다.

출처: 뉴스톱
제작: 뉴스톱

뉴스톱은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경위를 물었습니다. 연구원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심사 과정에선 중복 게재 여부에 중점을 두고 검증했다”며 “사전에 도용 여부를 거르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지키는 사람 열명이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작심하고 속이려 드는 손창현 같은 사기꾼을 막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응모대상 적격여부 등을 좀 더 꼼꼼히 확인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공모전은 참가 대상이 강원도민입니다. 그러나 경북 영주 거주자인 손창현은 거주지를 강원도 원주시로 속였다고 합니다. 접수 과정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면 거를 수 있었을 일입니다. 그러나 연구원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주거지 증빙 서류는 요청하지 않았다”며 “설마 주거지를 속이고 응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받고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해 참가자의 응모자격을 확인한 뒤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서류를 파기하는 방식으로 공모전을 진행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제출된 본문 내용에 대해서도 좀 더 꼼꼼히 도용 여부를 검증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은 좋은 취지로 진행한 공모전이지만 결국 기관 이름에 먹칠만 한 셈이 됐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출처: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대학생 기자단 '대학생 사칭'

이보다 앞선 7월28일에는 국토교통부가 2022년 하반기 대학생기자단 합격자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도 손창현은 이름을 올렸습니다.

1980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 43세인 손창현이 대학생기자단에 지망해 합격한 겁니다. 지원자격은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입니다. ▲국토교통부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적극적인 사람, ▲현재 블로그나 SNS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사람, ▲글쓰기나 웹툰, 사진 및 영상촬영 등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지원 대상입니다. 본인 콘텐츠 레퍼런스를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손창현은 ‘펜기자’ 부문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뉴스톱은 손창현이 국토부 기자단에 합격한 사실을 파악한 뒤 국토부에 경위를 물었습니다. 이때까지 국토부는 손창현이 도작 행위로 악명이 높은 인물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손창현이 제출한 지원서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왜 손창현을 합격시켰냐는 뉴스톱의 질문에 대해선 “(손창현이) 아직까지 활동한 내용이 없어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는 대학생 기자단 선발과정에서 손창현의 지원 자격도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 재학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지 않은 겁니다.

앞서 언급한 지원 대상 요건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손창현은 경력을 속여가며 수많은 공모전과 서포터즈, 기자단 등에 응모했으니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도작과 표절 행위가 폭로된 이후 활발히 운영하던 SNS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소설, 아이디어, 사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표절과 도작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수상 경력을 만들었으니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토부 기자단 선정과정에 손창현이 어떤 콘텐츠를 자신이 제작한 것이라고 제출했을지 의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손창현의 도작 사실을 알고서도 대학생 기자단으로 임명한 것인지, 아니면 몰랐는지 또는 무관심했던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창현이 대학생 기자단으로 임명되면서 그 활동을 하고 싶었던 대학생 1명의 기회가 날아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도작 사기꾼을 대학생 기자로 임명한 국토교통부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도 분명합니다.

출처: 인천광역시 홈페이지
출처: 인천광역시 홈페이지

◈인천시 청년네트워크엔 나이 속여 선정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제3기 인천청년네트워크위원’을 모집했습니다. 청년 위원은 인천시 거주 청년의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등 각종 청년활동 행사와 시정에 참여합니다. 선발을 담당한 인천시 청년정책과는 자격요건을 ‘공고일 기준 만19세 이상 만39세 이하 청년’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으로 만41세(1980년생)인 손창현이 청년위원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손창현은 지난 12월에 있었던 인천시의 1차 청년위원 모집에 합격했습니다. 공고일 기준으로 만 41세였던 손창현은 본인의 나이를 ‘만37세(1984년생)’라고 허위 기재했습니다. 게다가 손창현은 경북 영주에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경북 거주자인 손창현씨가 인천시의 청년위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서 대외활동 선발 과정의 허점이 드러납니다. 공고문에 따르면 ‘만19세 이상 만39세 이하 청년’ 중 아래의 조건 하나를 만족하면 자격요건을 충족합니다.

▲인천시에 주민등록을 둔 청년, ▲인천시 소재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고 있는 청년(휴학, 대학원생 포함), ▲인천시 소재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청년

손창현은 마지막 조건인 ‘인천시 소재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청년’이라며 지원했습니다. 인천시 청년정책과 담당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손창현씨는 나이를 84년생으로 기재했고, ‘청년 단체에서 활동했다’고 서류를 첨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인천시에 주민등록을 둔 청년의 경우 주민등록을 확인하고, 인천시 소재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는 청년은 재학증명서와 재직증명서를 확인한다”면서 “(마지막 조건의 경우) 서류 제출 정도의 증명을 하면 (자격 요건에 부합한) 청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손씨를 해촉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촉은 임명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무효 처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500명 이상의 청년이 대규모로 지원하다 보니, 인천시에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마련했더라도 미처 허위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청년을 대표하는 소통과 협력 창구’라는 좋은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게 서류를 교차로 검증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작: 뉴스톱
제작: 뉴스톱

◈한국장애인개발원, 국토연구원, 성동구청, 한국문화재단도 검증 부실

손창현은 지난 5월 서울시 성동구청의 ‘청년기자단’으로 임명됐습니다. 성동구청은 모집 당시 ‘성동구 거주 또는 구 소재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만19세 ~ 만39세 청년’으로 자격을 제한했습니다. 손창현은 1980년생으로 모집 공고가 뜬 지난 4월 기준 만 42세입니다. 취재 결과 손창현은 본인을 1985년생이라고 속였습니다. 성동구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가 최근 2개월 동안 활동하지 않아 해촉하려고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손창현은 같은 달 성동구와 유사한 지원자격을 요구한 ‘장애인정책 청년 모니터링단’에도 임명됐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모집한 이 청년 모니터링단은 ‘국내〮외 대학에 재(휴)학중인 학생’ 혹은 ‘만19세 이상 만34세 미만 청년’을 자격요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사업 담당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손창현이 지원서에 1989년생이라고 기재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검증을 위해 지원자의 재학증명서와 생년월일이 확인가능한 신분증 사본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창현은 증빙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최 측은 손창현의 임명을 취소했다고 전했고 사유는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손창현은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모집한 ‘국토TV청년크리에이터’에 합격했습니다. 모집대상은 ‘국토분야에 관심과 이해가 높고 영상콘텐츠 제작 경험이 많은 학생과 청년’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원자의 나이를 만19세 이상부터 만34세까지로 제한했습니다. 담당자는 개인 정보임을 이유로 그가 신청서에 기재한 생년월일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원 자격에 부합한 만34세 미만으로 작성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검증절차는 따로 없었고, 손창현이 지원서에 기재한 내용을 그대로 믿었다고도 전했습니다. 손창현은 공식적으로 선발됐으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중도에 탈락했습니다.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9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관련 행사를 홍보하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임명했습니다. 자격 요건은 ‘무형문화유산에 애정을 갖고 있고 개인 SNS를 보유한 전국의 대학생’이었습니다. 1980년생인 손창현은 대학생 서포터즈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담당자와의 통화에 따르면 손창현은 생년월일을 정확히 기재했지만,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속였습니다. 재단은 재학증명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톱은 손창현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뉴스톱은 손창현에게도 반론의 기회를 보장합니다. 다만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기 바랍니다.


손창현은 학력을 사칭하고, 도용한 아이디어로 출품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1월 타인의 소설을 통째로 도용해 문학상을 수상한 뒤 적발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그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할말이 없다. 사과 드린다. 용서를 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톱이 자체적으로 밝혀낸 손창현의 도작, 도용, 표절, 경력사칭 사례만 24건에 이릅니다. 뉴스톱은 손창현의 반성을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사법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합니다.

*2회에선 허술한 공모전 운영실태와 제2 손창현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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