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광훈, 5.18 특별법 유엔인권이사회 제소 가능?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5.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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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만 처벌하는 특별법에 대해 이의제기
유엔인권이사회 회부는 전세계 4건...“각하 가능성 높아”

15일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 모습. 출처=KBS뉴스
15일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 모습. 출처=KBS뉴스

올해로 5.18 민주화운동이 43주년을 맞았다. 여전히 5.18 민주화 운동과 특별법에 대한 왜곡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5.18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전 목사는 이날도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헬기 사격이 없었다" 등의 왜곡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16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대국민보고회를 통해 전광훈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군 개입 여부를 부인한 진상조사위 보도자료 내용.
북한군 개입 여부를 부인한 진상조사위 보도자료 내용.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위 보도자료 내용 갈무리.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위 보도자료 내용 갈무리.

또한, 전 목사는 5.18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5.18 특별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다. 전 목사“광주 사태에 대해서는 완전히 밀봉하려고, 누구도 말도 못 하도록 하려고 광주 특별법을 만들어서 처벌하고 있는데, 나는 이 광주사태의 법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법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유엔인권이사회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실제로 전 목사가 5.18 특별법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 제소를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하는 5.18특별법...예술·학문·연구·학설·보도 목적은 예외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주요 정치인들과 논객들의 검증되지 않은 5.18 왜곡 발언들이 나오자 지난 2020년 개정된 법안이다. 해당 법률 제8조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이 법의 내용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것을 놓고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 통과된 법안 내용 가운데 처벌 구성 요건 중 왜곡은 빠지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내용만 남았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예술·학문·연구·학설·보도 등 목적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 법으로 실제 처벌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21년 광주경찰서에서 유튜브나 SNS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폄훼한 20대 후반~40대 후반 피의자 11명을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있었다. <광주M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송치된 사건은 의견을 표시한 게 아니라 피의자가 특정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행위가 포착된 경우였다. 학문, 연구 목적이나 신문 만평 등은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YTN>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1년 반째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사람은 아직 없는 것이다.

 

◆유엔인권이사회 제소된 사례...“지속적 인권 탄압 이뤄진 경우 4건”

전 목사는 이 법안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인권이사회는 회원국 소속 개인이 진정을 넣는 절차(Complaint Procedure)를 두고 있다. 보통 특정 국가에서 조직적이고 인권침해가 오랜 기간 지속해서 발생했을 때 그 개인이나 단체가 해당 국가를 대상으로 비공개적으로 인권이사회에 진정을 제기한다.

진정이 제기되면 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은 이 사안을 심의해서 인권이사회에 회부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인권이사회로 회부될 경우 진정은 공식 안건으로 다뤄지게 된다. 인권이사회는 해당 사안을 들여다볼 전문가를 지명해 이 문제를 다시 평가한다. 이후 인권이사회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해당 국가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원과 협력 방안을 제공하게 된다.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전 목사의 제소가 실제 심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심의가 이뤄진 사건들은 이란, 미얀마 등에서 나오는 여성에 대한 지속적 탄압과 같이 인권 유린이 벌어진 사례라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 관계자는 18일 뉴스톱 통화에서 “진정 절차가 실질적으로 인권이사회에 회부된 게 역사적으로 네 차례 정도밖에 없다”며 “중대한 인권침해나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한 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의 심각성에서 전 목사가 제기한 문제와 차이가 있다.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절차 실무그룹 위원이었던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2019년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접수된 수많은 진정 가운데 모든 절차를 거치고 인권이사회로 넘어간 사례는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에리트레아 3개국에 대한 4건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결과 페이지 문서에도 이들 국가들 상황에 대한 논의 결론만 명시됐다.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절차 결론 문서에 언급된 콩고민주공화국 사례 내용 갈무리. 출처=유엔인권이사회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절차 결론 문서에 언급된 콩고민주공화국 사례 내용 갈무리. 출처=유엔인권이사회

실제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진정 기준을 보면 침해가 되었다고 하는 주장에 대한 ‘사실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침해됐다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진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5.18 특별법의 경우에는 실제 처벌로 확정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사실이 불투명한 상태다. 피해 사실 없이 권리 침해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진정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가인권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유엔인권이사회 진정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 표. 유엔인권이사회 웹페이지 갈무리
유엔인권이사회 진정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 표. 유엔인권이사회 웹페이지 갈무리

정리하면, 전광훈 목사는 이 법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약을 이유로 유엔인권이사회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5.18 특별법이 민주화 운동 관련 허위 발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아직 확실히 처벌이 확정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해도 명시적인 피해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 절차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발표에서도 근거가 없다고 언급된 헬기 사격 지시 부정,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전 목사의 진정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더욱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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