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정부 노사분쟁 '근로손실일수' 역대 최저?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5.17 16: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1996년 이후 30만일대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최초
한국 일수...미·일·영·프보다 많고, 덴마크·핀란드·스페인보다 적어
나라마다 노사관계 달라 근로손실일수 10년 평균 비교 "적절치 않아"
근로손실일수 외에 다양한 지표 개선돼야

노동개혁이 새 정부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불법 파업을 법치주의를 흔드는 행위로 규정하고 개혁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근까지 건설 현장 노조 비리 단속, 노조 회계 투명화 등의 조처를 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노사 조율을 하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최근 부당 노동행위 단속 결과로 노사관계 법치 질서가 확립됐다고 자평했다. 지난 5월 1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법치 질서가 확립됐다"고 평가하며 노사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적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우리 산업현장에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하는 관행과 불법 부당, 편법행위가 만연”하다며 “이런 것들을 법치를 확립함으로써 얻은 성과가 노사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정부 최저”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장관은 “과거 정부 대비 4분의 1”이라며 전 정부보다 노사 관리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5월 11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전화 연결한 이정식 장관은 근로손실일수가 현격히 줄어든 점을 강조했다. 출처=SBS
5월 11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전화 연결한 이정식 장관은 근로손실일수가 현격히 줄어든 점을 강조했다. 출처=SBS

이정식 장관의 언급대로 이번 정부의 근로손실일수는 역대 정부 최저일까? 이 수치는 직전 정부 대비 4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라 볼 수 있을까? 뉴스톱은 역대 정부별 실제 수치를 확인했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취임 1주년 기간 30만일대...“화물연대 파업은 정식 파업 아니라 제외”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등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다. 파업 기간 참가자들의 파업 시간을 모두 집계한 뒤 1일 근로 시간인 8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근로자 1만명이 28일 동안 파업을 한다면 근로손실일수는 28만일로 나온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가 많고 파업 기간이 길면 커진다.

이정식 장관이 언급한 수치는 정부 출범 1주년 기간의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한 것이었다. 12일 고용노동부 대변인실은 뉴스톱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4월 30일 사이 근로손실일수와 역대 정부의 같은 기간 수치를 비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5월 3일 공개한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 자료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1주년 기간 근로손실일수는 역대 정부 최저라고 주장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03, 2008년, 2013년, 2017년. 2022년 5월 10일부터 이듬해 4월 30일까지의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해서 나온 결과다. 노무현 정부~박근혜 정부의 경우 취임일이 5월 10일이 아니었지만, 같은 날짜로 비교하기 위해 임의로 해당 기간의 근로손실일수를 측정했다.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취임 1주년 기간의 근로손실일수는 28만일로 가장 적었다. 그 뒤로 박근혜 정부(65만일), 이명박 정부(69만일) 등 보수 정권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106만일)와 노무현 정부(114만일)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상으로는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동안의 근로손실일수는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 수치의 3.78배 정도다. “과거 정부의 기간의 4분의 1”이라는 말에 근접한 수치다.

근로손실일수 관련 정부 30대 핵심 성과 자료집 내용 갈무리. 출처=국무조정실
근로손실일수 관련 정부 30대 핵심 성과 자료집 내용 갈무리. 출처=국무조정실

연도별 근로손실일수는 2022년에 가장 적은 30만일대를 기록했다. 다만 근로손실일수는 시기별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 일수는 1997년, 2011년, 2015년, 2019년, 2021년에 40만일 정도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듬해 다시 오르기도 한다. 2015년 44만일을 기록했던 손실일수는 2016년 철도노조와 현대, 기아차 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203만5천일로 급등하기도 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노사분규건수와 근로손실일수의 추이를 볼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사분규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00년대 후반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6년 한해 급증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정부에서도 근로손실일수가 40만~60만일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노사분규 발생건수 및 근로손실일수 통계 재구성. 출처=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노사분규 발생건수 및 근로손실일수 통계 재구성. 출처=고용노동부

12일 고용노동부 노사지원과 관계자에게 지난해 가장 근로손실일수가 적었던 원인을 묻자 “현대차나 기아차 등 대형 사업장에서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임단협을 타결한 부분이 큰 것 같다”며 “노사 간의 교섭 테두리 안에서 대화할 수 있게 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근로손실일수는 법적 노조가 사측과 일으킨 분규만 포함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화물연대가 진행한 총파업은 일수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6월 7~14일, 11월 24일~12월 9일까지 두 차례 진행된 화물연대 파업 일수는 포함하지 않았다. 1차 파업 기간(6월7일~14일) 동안 언론 보도에 언급된 파업참여 인원 수의 평균값을 구해보니 7300여명이었다. 이 수치로 1, 2차 파업 기간(총 24일) 근로손실일수를 추산한 값은 약 17만5200일이다. 윤석열 정부 1년차 근로손실일수 28만일에 이 수치를 더하면 45만일 정도로 다른 정부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당시 설명자료를 통해 화물연대가 통상의 노동조합과 달리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와 교섭, 노동쟁의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집단운송거부를 근로손실일수에 포함하면 통계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나온 2022년 6월 화물연대의 1차 파업 참가인원을 근거로 추산한 평균 참여인원.
언론 보도에 나온 2022년 6월 화물연대의 1차 파업 참가인원을 근거로 추산한 평균 참여인원.

 

하지만 노사관계 통계를 집계하는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뉴스톱에 "현재 근로손실일수는 노동부가 인정한 노동조합만 카운트가 되기 때문에 특고(특수형태근로노동자), 화물연대 등의 파업은 고려되지 않아 통계가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 단체를 배제한 채 집계된 손실일수만으로 사법적 정의를 세웠다고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근로손실일수 감소 추세는 원래 이어져오던 것으로 정부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주환 부소장은 17일 뉴스톱 통화에서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 법제화 등 노사관계 안정화 흐름 속에 근로손실일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며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등 특정 노동 관련 정책이나 사업장 내에서의 분배 갈등이 커질 때에만 일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근로손실일수 감소가 경제 환경의 영향이 더 큰 것이지 정부의 정책적 기여를 통한 결과라는 식의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국 근로손실일수 비교해보니...일부 유럽 국가와 비슷

경영계와 보수 언론에서는 주로 한국의 근로손실일수가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많은 점을 들어 노사관계가 적대적이라고 언급해왔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타 주요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도 사실일까?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국가별로 통계 작성기준이 달라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 대신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쟁의 수준을 비교하고자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를 산출해 비교한다.

최근 10년(2011~2020) 동안 주요 국가들의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한국(39일)은 핀란드(51일), 덴마크(52일), 스페인(49일)보다는 적었다. 다만 노르웨이(34일), 프랑스(29일), 네덜란드(20일), 영국(19일), 호주(14일), 미국(8일), 독일(5일), 일본(0.2일)보다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ILO 자료와 각국 노동지표를 집계한 수치를 재구성. 출처=한국노동연구원 2022 해외노동통계 노사관계 자료
한국노동연구원이 ILO 자료와 각국 노동지표를 집계한 수치를 재구성. 출처=한국노동연구원 2022 해외노동통계 노사관계 자료

다만 국가별 평균 근로손실일수를 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10년 평균값을 연도별로 보면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일부 국가는 ILO나 OECD 등 국제기구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따라서 10년 평균값을 내면 프랑스나 일본의 경우 최신 데이터 없이 기존에 제공된 수치 평균으로 비교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10년 평균 근로손실일수보다는 국가별로 일수가 특징적인 연도 노사관계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노사관계 통계를 집계한 한국노동연구원 조규준 책임연구원은 17일 뉴스톱 통화에서 "각 나라마다 노조 조직률, 교섭 상황이 너무 다르므로 그런 것을 배제한 채 근로손실일수를 10년 평균을 내는 건 유의미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통계를 제공하지 않은 국가도 있고, 어떤 국가에서는 국가가 인정한 노사분규만 셌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보다는 해마다 특징적인 노사 관련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ILO 자료와 각국 노동지표를 집계한 수치를 재구성. 출처=한국노동연구원 2022 해외노동통계 노사관계 자료
한국노동연구원이 ILO 자료와 각국 노동지표를 집계한 수치를 재구성. 출처=한국노동연구원 2022 해외노동통계 노사관계 자료

 

◆"근로손실일수 여전히 많아" vs "다른 노사관계 기준도 고려해야"

경영계에서는 근로손실일수가 여전히 주요 선진국 대비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영계 싱크탱크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경제조사팀장은 16일 뉴스톱 통화에서 “최근 근로손실일수가 국내에서 줄어든 건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다”고 답했다.

근로손실일수는 계속 줄었지만, 노동시장 경쟁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순위는 전년대비 5계단 내려간 42위를 기록했다. 근로자 동기부여도가 43위에서 52위로 떨어졌고, 인재유치 우선도 역시 6위에서 16위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결과 내용 갈무리.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가 2021년 대비 하락한 부분이 제시됐다. 출처=기획재정부
2022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결과 내용 갈무리.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가 2021년 대비 하락한 부분이 제시됐다. 출처=기획재정부

따라서 노사관계 안정화에 있어서 근로손실일수 외에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주환 부소장은 17일 뉴스톱 통화에서 "근로손실일수는 갈등 발생 유무만 조사하는 단순한 지표"라며 "한국 노사발전재단과 유럽연합 등에서 쓰이는 종합적인 지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이 사례로 든 일터혁신지수는 노사발전재단에서 노사관계를 지수로 만들어 발표해온 지표였다. 또 다른 사례로 든 것은 유럽노동조합연구소(EUTI)에서 쓰이는 EPI(유럽참여지수)다. 유럽연합에 가입한 국가의 단체협약 적용률 등 노사관계의 다양한 요소를 점수화한 지표로 쓰인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부소장은 "노사관계 지표에 대한 언급 이전에 기존의 노동법제도로 포괄되지 않는 특고,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노무제공자를 기존 제도로 포함시키거나 이들을 위한 새로운 법제를 만드는 게 노사관계 안정화와 근로손실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근로손실일수는 고용노동부 통계상 현 정부 출범 1주년 기간 동안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최근 3년간 현대·기아차 등 대형 사업장에서의 대규모 노사분규가 줄었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포함되는 노사분규는 법적으로 승인된 노조가 진행하는 파업행위 등만 포함되므로 지표 자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가 선진국 대비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근 10년 사이 통계로 보면 일부 유럽 국가보다는 적다. 물론 일본, 미국, 독일 등 국가보다는 많다.

따라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현 정부의 노사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노동 손실일수(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정부 최저”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단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