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부담스러워 CF100으로 눈 돌리는 윤석열 정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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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재계가 RE100에 대응해 CF100 띄우기에 나섰다. 원전 강국 건설을 지향하는 윤석열정부가 세계적인 흐름을 바꾸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형국이다.

◈CEF포럼 출범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CFE포럼을 출범시켰다. CFE는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를 의미한다. 포럼에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에너지 수요기업, 업종별 협·단체, 발전사 공기업과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민간기업, 다수의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이창양 장관은 개회사에서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나 우리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무탄소 에너지(CFE) 포럼은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내부 운영기구 정비를 통해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기후위기 대응과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하면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 방향을 마련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출처: RE100 홈페이지
출처: RE100 홈페이지

◈RE100… 부담스런 윤석열정부

이 장관이 언급한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를 뜻한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RE100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파트너십을 맺은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2014년에 시작됐다. RE100 캠페인 주 목적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활동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로는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등 29곳이 가입했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애플, 샤넬, 구글, 나이키 등 407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캠페인은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 국제 조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섭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세계 시민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이기도 한 세계 시민들의 요구에 기업이 부응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나라에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원전’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의미한다. 풍력과 태양광은 포함되지만 원전은 배제된다. RE100 사무국이 정의하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풍력, 태양, 지열,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지속가능한 수력이다. 원자력은 핵연료인 우라늄을 채굴해 가공해야 하고 한번 쓴 우라늄은 폐기물을 배출하고 자연에서 스스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재생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출처: 24/7 Carbon-Free Energy Compact 홈페이지
출처: 24/7 Carbon-Free Energy Compact 홈페이지

◈원전 포함된 CF100으로 눈 돌린 정부

보수진영과 원자력계는 원자력발전이 발전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원전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위기감도 공유한다. 이 때문에 CF100을 들고 나서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원전을 배제하는 RE100과 달리 CF100은 원전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재계와 함께 CFE포럼을 만들었다. 목적은 “한국형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 마련과 국제확산”이다.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한 CF100 인증 제도를 만들고 이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분야의 흐름이 만만치는 않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각국의 원전 안전 규제가 높아지면서 원전의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태양광 발전 단가(LCOE)가 원전보다 저렴해졌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 등 특정 국가에선 CF100을 환영할 수도 있지만 원전 비중이 미미한 국가에선 굳이 CF100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정부의 원전 드라이브가 우리 산업계와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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