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부모 동반 미성년자 음주 적발 시 업주도 처벌한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8.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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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만 마시겠다고 약속받아도 미성년자 음주 적발시 업주 처벌
정황상 성인인 보호자 요청 거절하기 어려울 땐 처분 면해주기도
미성년자 음주 권유한 성인 처벌, 업주 면책하는 법안 발의

미성년자 음주에 대한 업주 처벌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성년자들이 업주를 속여 술을 시켜놓고, 신고를 빌미로 업주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은 유튜브 방송에 나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8월 1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 영상에 나와 미성년자 음주 적발 시 업주가 영업정지를 받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 갈무리
8월 1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 영상에 나와 미성년자 음주 적발 시 업주가 영업정지를 받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 갈무리

한편 지난달 30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부모 동반한 미성년자 음주를 다른 테이블에서 신고했을 때 업주가 미성년자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안내했더라도 처벌되느냐'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처벌이 될 수 있다며 관련 법이 빨리 바꿔야 한다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실제 법률상 부모를 동반한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음주하면 업주가 처벌되는 게 사실일까요? 관련 법령과 판례를 확인했습니다. 

7월 30일 자영업자 관련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과 해당 댓글 내용 갈무리
7월 30일 자영업자 관련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과 해당 댓글 내용 갈무리

◈'성인' 약속에도 미성년자 술 제공 안 돼..."혐의없음 처분 많아"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가 술을 권한 경우에도 업주가 처벌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 때 적용되는 법은 식품위생법청소년 보호법입니다. 식품위생법은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팔았을 때 행정당국이 업장 영업을 취소하고 6개월 이내 영업정지를 시킬 수 있게 합니다. 청소년 보호법은 주류 판매자에게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규정됐습니다.

현행법상 "누구든지" 청소년에게 술을 제공했을 땐 처벌됩니다. 흔히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며 미성년자인 조카나 자녀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자가 권유해서 미성년자가 술을 마셨더라도 이는 신고 대상이 되곤 합니다. 

물론 정황상 업주가 성인인 보호자의 약속을 믿고 주류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경우에는 그 사정이 참고돼 기소유예나 혐의없음 처분이 확정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광주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는 국밥집에서 청소년 2명이 포함된 7명 일행에게 술을 제공한 업주에게 내린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당시 업주는 미성년자가 섞인 걸 알았지만 성인인 동석자들이 미성년자에겐 술을 주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받고 술과 안주를 제공했습니다. 해당 심판위원회는 2000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업주 입장에서는 손님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점, 당초 성인에게만 주류를 제공하려 한 의도였던 점, 실제로 청소년 2명 중 1명만 술을 마신 점 등을 고려해 해당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 발생 자체를 막는 게 낫습니다. 업주들은 성인과 미성년자가 섞인 테이블에 가급적 술을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해당 보호자가 절대 아이들에게 안 마시게 하겠다며 술을 달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성인과 미성년자 테이블을 분리해 술을 제공하고, 사업주가 꾸준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 권유·강요로 미성년자 음주 시 업주 처벌 막는 법안 발의 

이런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성인 동석 시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유, 유인, 강요했다가 적발돼 업주가 처벌받는 경우를 막고자 동석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이 경우 판매자에 대한 면책조항을 만드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성인 권유로 미성년자 음주가 적발되면 동석자도 처벌하고, 대신 판매자의 경우 책임을 벗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해당 법률안은 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될지는 의문입니다. 2020년 7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사 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당시 송 의원이 발의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법률안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마시도록 권유, 유인, 강요한 성인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입니다.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은 해당 법안의 청소년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위원은 현재 음주를 하는 청소년 대부분 집에서 마시고, 친척으로부터 술을 권유받는 경험 역시 가정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음식점 내 주류 권유, 유인, 강요만 금지해서는 딱히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식품접객업에서만 청소년 음주를 제한할 것인지, 사회 전반적으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거나 마시도록 권유하는 걸 제한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됩니다. 

한편 일본은 부모 등 보호자가 청소년이 술 마시는 걸 말리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해당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미성년자 음주금지법에 따라 만 20세 미만인 자에게 음주를 금지합니다. 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팔거나 제공하면 50만엔 이하(한화 약 45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또한 친권자나 법정후견인이 청소년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면 1천엔 이상 1만엔 이하(한화 약 9000원 이상 9만원 미만)의 과료에 처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도입했으나 우리는 행정질서벌을 부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에 따라 여전히 통과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위조 신분증 내는 청소년 차단하는 법안...국회 문턱 못 넘어

관련 대응 법안 마련이 늦어지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업주 기만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수원시 한 호프집은 미성년자 손님 3명이 낸 위조 신분증에 속아 영업정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물론 위조 신분증에 속은 경우엔 주류 판매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합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청소년의 강박,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 등의 방법으로 주류를 받았을 땐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월 술집에서 업주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다룬 JTBC 사건반장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해 5월 술집에서 업주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다룬 JTBC 사건반장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다만 현행 규정은 해당 업주의 책임을 면제할 뿐, 청소년의 위반행위를 막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지난해 11월 청소년이 반복적, 상습적으로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폭행 협박을 해 음주한 사실이 적발될 때는 여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위반행위를 제공한 청소년에 대해 사회봉사 및 교육 등의 조처를 내리게 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계류 중입니다. 해당 상임위 전문위원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청소년 보호'라는 해당 법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지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지금도 이런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은 소속 학교에 장에게 문제 사실이 통보되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상으로도 학교장 결정에 따라 문제 학생에게 사회봉사나 특별교육이수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아예 위조 신분증으로 속일 수 없게끔 신분증 위변조 감별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은 해당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설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겁니다.

다만 해당 상임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도 신분증 위변조를 확인할 수 있는 ARS 서비스, 정부24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경찰청 운전면허증 진위여부 조회 사이트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치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무화 자체가 업자들에게 경비 부담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정부 예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매번 관련 법안이 논의만 되고 실제 통과되는 게 없다며 불만을 호소하는 댓글도 꾸준히 달리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음식점에서 부모랑 함께 있는 미성년자가 술 마시다가 적발되면 업주도 일단 처벌 대상이 됩니다. 현행 법규상 그렇습니다. 정황상 성인인 보호자의 약속을 믿고 주류를 제공했던 것이라면 그 사정이 참작돼 처벌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면 미성년자가 섞인 무리에는 술을 주지 않는 게 낫습니다.

이 경우 업주에게 처벌을 면하게 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습니다만 여전히 통과될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3년 전 발의된 업주 처벌을 면하고, 술을 권한 성인을 처벌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업주가 나오지 않게 하면서도 청소년 음주를 막을 만한 방법 사이에 보완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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