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에 피해야 할 '우범 동네 리스트'가 있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5.23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유튜버, 확인되지 않은 '서울 위험한 동네' 방송
언급된 중랑구, 은평구 인구 대비 범죄 건수 많지 않아
대림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 범죄율 높은 건 아니야
성범죄는 서울 전역 고르게 분포...

서울에서 피해야 할 동네 목록을 담은 게시물이 유튜브와 SNS상에서 돌고 있다. 서울시 내 자치구별로 성범죄자 비율 등 근거가 불분명한 수치를 들어 1위부터 5위까지 위험한 동네로 마음대로 규정한 게시물들이다.

지난 4월 26일 유튜브 ‘지식암기빵’ 채널에 올라온 쇼츠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 내용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경우 성범죄자 알림e 1위 동네이며 청소년 범죄 순위도 1위라 전자발찌 찬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거나 '은평구는 도둑이 많아 자전거가 일주일 만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등포구 대림동은 조선족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라 시비에 걸린다'는 내용도 있다. 재작년 5월 게시된 같은 내용의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5월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카드뉴스 갈무리. 
2021년 5월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카드뉴스 갈무리. 

이 영상은 5월 22일 현재 조회수 276만 회를 기록하고 좋아요 5만여 개를 받았다. 영상 댓글 창에는 문제적 동네로 언급된 대림동 등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연달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언급된 수치와 정보들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뉴스톱은 해당 영상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실제 수치와 사례를 확인했다.

 

◆중랑구 성범죄자 수 1위? → 의미 없는 차이

유튜브 영상에 피해야 할 동네로 언급된 5개 지역 표시. 출처=국토지리연구원 백지도
유튜브 영상에 피해야 할 동네로 언급된 5개 지역 표시. 출처=국토지리연구원 백지도

게시물에 언급된 지역 가운데 범죄자 수 등 수치를 근거로 든 곳은 중랑구 면목동과 은평구다. 영상에서는 중랑구 면목동이 성범죄자 알림e가 선정한 성범죄자 수 1위 지역이라고 했다. 사실일까?

성범죄자 알림e는 성범죄 재발을 말고자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에서 만든 성범죄자 목록 조회 사이트다. 지역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과 범죄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자치구별 통계를 조회할 수 있다.

22일 조회한 결과에 따르면 중랑구는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성범죄자 수(39명)를 기록했다. 동별로 보면 면목동이 23명을 기록했다. 단순 범죄자 수로 보면 이들 지역이 가장 높은 건 맞다.

다만 자치구 인구 대비 성범죄자 수로 보면 중랑구는 1위가 아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치구별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성범죄자 수를 기록한 곳은 강북구(0.0101%)다. 2위는 0.010002%를 기록한 중랑구다. 이렇게 작은 숫자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치구별 범죄자 수가 5~39명으로 규모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구별로도 인구가 달라서 특별히 어디가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며 이렇게 성범죄자 수를 단순 나열해서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해 “통계를 잘 활용한다고 볼 수 없고 상세하게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22일 성범죄자 알림e로 조회된 자치구별 범죄자 수. 출처=성범죄자 알림e
2023년 5월 22일 성범죄자 알림e로 조회된 자치구별 범죄자 수. 출처=성범죄자 알림e

◆중랑구 청소년 범죄 1위? → 집계 안됨

중랑구의 청소년 범죄가 1위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자료를 받아 재작년 말까지의 소년범죄 발생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이 자료는 강력, 절도, 폭력 등 범죄 유형별로 통계를 제시할 뿐, 자치구와 동별로 집계된 것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자치구별 소년범죄 건수를 집계한 자료는 없고 31개 관할 경찰서마다 집계한 수치만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전체 통계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중랑경찰서에 집계된 소년범죄 건수는 10위권 정도”라며 중랑구의 소년범죄 건수가 1위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도둑 1위? → 중위권

은평구에 도둑이 많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서울시 5대 범죄 발생 현황’을 살펴보니 재작년 기준 자치구 인구 대비 절도범 검거 건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구다. 그 뒤로 종로, 강남, 광진, 금천구가 뒤따른다. 은평구는 15위다. 인구를 고려하지 않고 은평구 발생, 검거 건수만 따져보면 각각 전체 자치구 가운데 9위와 8위다.

2021년 기준 절도 범죄 건수를 비교한 표. 출처=서울지방경찰청
2021년 기준 절도 범죄 건수를 비교한 표. 출처=서울지방경찰청

◆외국인 많이 사는 대림동 범죄 잦다? → 사실 아님

대림동 등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시비가 걸린다는 게시글 내용도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지역 외국인 범죄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을까? 

형사정책연구원 2019년 보고서는 대림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 범죄 분석한 자료다. 대림동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폭력 802건, 절도 388건 등을 포함해 총 1225건 발생했다. 이중 외국인 범죄는 197건이다.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서 내국인 범죄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 해당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을 감안해 “(대림동에서) 발생한 범죄와 이에 따른 범죄 불안에 대하여 외국인들만을 탓할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식의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범죄율을 비교할 땐 인구 10만명당 범죄 검거 인원수를 집계한 검거인원지수를 이용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최영신 박사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내국인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2815명이 검거되었으나 외국인의 경우에는 인구 10만명당 1502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왔다.

최 박사는 해당 지수를 비교해 볼 때 “내국인의 검거인원지수가 외국인보다 현저하게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살인범죄의 경우 외국인 범죄발생률이 내국인보다 2배 이상 높고"라며 강도 범죄의 경우에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범죄발생률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최영신 박사 보고서 내용 가운데 10만명당 검거인원지수 부분 갈무리. 출처='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21)'
2021년 최영신 박사 보고서 내용 가운데 10만명당 검거인원지수 부분 갈무리. 출처='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21)'

◆살인·강도 발생률은 서울 지역별로 갈려...성범죄는 고르게 발생

지역별로는 서울시의 행정동 단위로 범죄율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 2021년 장현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 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 논문에서 서울 지도를 행정동으로 나눠 2016~2019년에 일어난 범죄 발생 빈도를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색이 연한 행정동이 범죄에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안전 등급은 5등급까지 있는데 1등급은 ‘안전 지역’이고 5등급은 ‘위험 지역’이다.

장현석 교수의 2021년 논문에 나오는 범죄 유형별 분포 현황. 출처='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2021)'
장현석 교수의 2021년 논문에 나오는 범죄 유형별 분포 현황. 출처='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2021)'

일부 범죄 유형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살인범죄의 경우 서울 중심부보다는 서남권을 포함한 외곽에 4~5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 집중 분포됐다. 4~5등급 행정동 비율이 높은 곳은 강서구, 영등포구 일부, 구로구 일부 등 서남권 지역이었다.

절도범죄도 서남권에 집중됐다. 서남권 행정동 가운데 절도범죄 4~5등급에 해당하는 행정동 비율은 34.3%였다. 5등급인 행정동은 도심권의 종로구 일부, 서남권의 구로구, 관악구 일부, 동남권의 강남구, 서초구 일부 등이었다. 

다만 성폭력범죄는 권역별로 발생등급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권역 전반에 걸쳐 4~5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 넓게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최근 유튜브와 SNS 게시물에는 서울에서 피해야 할 동네로 5곳을 거론했다. 해당 게시물 내용은 이 지역의 성범죄자 수가 1위라거나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고, 도둑이 많다는 등의 근거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시물에 거론된 중랑구, 은평구의 경우엔 성범죄자 수와 절도 건수 비율이 자치구 인구 대비 1위라고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다른 자치구 지표가 높게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대림동 등 지역의 실제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게 나왔다. 따라서 해당 지역들에 관해 유튜브 영상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사실 아님'으로 판단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