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초동도 광화문도 나의 광장은 아니었다.

[김소희의 오피니언] 조국 수호/반대 집회가 청년에게 남긴 것

  • 기사입력 2019.10.16 11:06
  • 최종수정 2019.10.16 12:13
  • 기자명 뉴스톱

* 이 글은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청년의 입장에서 조국 수호/반대집회를 바라보고 쓴 글입니다. 이 글은 미래당 공식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했다. 장관 취임 35일, 장관으로 지명된 지 66일 만이다. 사퇴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두 달 가까이 뉴스는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났고, 국민들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느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대한민국은 광화문과 서초동 두 공간만 존재하는 듯했다.

두 집회의 대결로 참가인원 논란, 여론전을 미디어를 통해 접할 때마다 다른 세상의 뉴스처럼 느껴졌다. 내 주변에는 어느 집회에도 나가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체감은 더 떨어졌다. 나 또한 어느 곳에 나가지 않았다. 나갈 수가 없는 광장이었다.

최근 흥미로운 데이터 분석 기사들이 나왔다.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에는 서울시와 KT가 공공 빅데이터와 통신 데이터를 이용해 지역별·시각별 인구 수치를 추계해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공개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집회 참가자 분석을 보면 광화문 집회는 60대가 주를 이뤘고, 서초동 집회는 40,50대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두 집회 모두 20대 비율이 유독 낮았다. 20대 참가 비율을 보면 광화문 0.9%, 서초동 5.7%였다. 스마트폰 보유한 성인 비율이 94%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집회 참가인원을 사진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통신 데이터로 분석한 지표에 신뢰가 간다. 내가 느꼈던 체감도도 이해가 되었다.

 

서초동 집회에 참가했던 20대 지인은 그곳에서 외로웠다고 했다. 검찰개혁을 위해 나갔지만 ‘조국수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서 같이 구호를 같이 외칠 수가 없어서 다음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 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는 같았지만 ‘장수풍뎅이연구소’ 깃발부터 각 정당 깃발만큼 다양함이 있었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우리는 2지선다 정답지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검찰개혁에 지지하지만 조국 장관에는 비판적이었고, 검찰개혁이 되면 좋지만 삶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기에 촛불까지 들 절박함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4지선다형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주관식 질문이었다.

서초에도, 광화문에도 청년들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그래도 자신이 있었던 집회에 더 많이 왔다고 말한다. 0.9%와 5.7%의 차이인데 말이다. 하지만 서초에도 광화문에도 우리는 없었다. 우리의 광장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의 자리, 몇 년째 지옥고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의 자리, 10년을 일해도 빚은 줄지 않았고 집 한 채 구할 수 없는 나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광장의 촛불 숫자를 지지율처럼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촛불의 숫자는 정치의 무능, 국회의 부재를 증명하는 숫자이다. 부끄러워야 할 일이지 고맙고 자랑스러워할 모습이 아니다. 정치가 할 일은 함께 촛불을 들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켜주고, 주말이 있는 삶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여섯 달도 안 남았다.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가 합의했던 ‘청년 기본법’이 아직도 국회에 있다. 청년실업률, 자살률, 모든 것이 최악의 지표를 달리고 있는데 ‘청년 기본법’ 조차 통과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촛불을 들 시간마저도 없다.

2016년 촛불의 목소리를 다시 똑똑히 기억해서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계류 중인 선거제도 개혁,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통과를 하루속히 진행하고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을 완성해주길 바란다.

촛불은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들 수 있다. 어쩌면 나의 촛불은 광장에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손에 스마트폰을 대신 들고 광장이 아닌 해시태그로도 모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다른 촛불로 우리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 김소희는 미래당 공동대표다. 미래당은 2017년 3월, 우리의 미래는 이제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한 2030이 주축이 되서 창당한 정당이다. 김소희 대표는 알바와 정치인의 투잡생활을 하면서 생활정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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