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IAEA보고서를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7.04 22: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실상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까지는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에 오염수 방출은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는 국면이다. 그러나 일본 국내 여론, 특히 어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한국, 중국, 태평양도서국가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IAEA 결정의 의미와 일본 정부의 향후 계획, 그리고 오염수 방출을 둘러싼 국내 각계 각층의 입장을 살펴보고 오염수 방출을 둘러싼 정국의 향방을 전망해본다.

출처: IAEA 홈페이지
출처: IAEA 홈페이지

①IAEA 뭐라고 했나?

IAEA는 4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일본 방문에 맞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ETY REVIEW OF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를 공개했다. IAEA는 보고서를 통해 “포괄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IAEA는 ALPS처리수(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접근 방식과 TEPCO(도쿄전력), NRA(일본원자력규제기구) 및 일본 정부의 관련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 표준과 일치한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IAEA는 ALPS처리수(오염수)의 배출이 방사선학적 측면과 관련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문제를 제기했음을 인식했다”면서도 “그러나 IAEA는 포괄적인 평가를 토대로 현재 TEPCO가 계획한 대로 ALPS 처리수(오염수)의 배출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학적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바다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버린다고 해도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일본 정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출처: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출처: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②일본 정부의 반응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이번 여름 안으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IAEA 보고서가 이런 일본 정부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담은 IAEA 보고서를 근거로 국내외 반발 여론을 설득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는 데 IAEA의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종합 보고서를 전달한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징후가 있는 경우 처리된 물을 방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와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오염수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에 정부와 도쿄전력이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후쿠시마 현 어업계에 문서로 전한 방침을 "준수한다"고 말했다.(아래 사진 참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반발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일본 어업계를 설득하는 작업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출처: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③오염수 해양 방출에 찬성 - 한국 정부-여당, 원자력계

IAEA보고서가 공개됐지만 정부는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설명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5일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관계 강화의 연장선에서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바라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오염수 해양 방류를 진행하도록 해주는 것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에 협조적인 입장이다. IAEA 보고서에도 자연스레 권위를 실어주는 스탠스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 IAEA는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유엔 전문 국제기구“라며 ”지금까지 국제기준을 적용하여 각 회원국의 원자력 분야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있어서 전문성 있는 점검과 지원 임무를 아주 성실하게 수행해 온 국제기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의 입장은 우리나라 정부와 대통령실 그리고 여당이 공유하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오염수 해양 방출에 문제가 없다는 IAEA 보고서를 지지하고 ‘검증은 끝났다’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현재도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원자력계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을 지지한다. 자칫하다가 불똥이 한국의 원자력계로 옮겨붙을 경우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원전 부흥의 찬스’가 날아갈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하루라도 빨리 지우고 원전 안전의 신화로 덮는 것이 한국 원자력계로서도 바라는 일이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녹색연합
출처: 녹색연합

④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

반면 한국의 야당과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 야당은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오염수 문제를 부각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다. 대놓고 오염수 방류에 반대할 수 없는, 스스로 발목을 묶은 윤석열 정부의 약점을 때리는 전략이다. 친일 프레임과 엮어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고 공격하기 딱 좋은 포인트다.

환경단체들은 예방의 원칙, 사전주의 원칙을 들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 예방원칙(preventive principal)은 환경오염이나 훼손이 발생하기 이전에 적절한 예방적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환경오염은 한번 발생하면 회복되거나 복구하기 매우 어려우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환경오염이나 사고는 발생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용이하며 환경적으로도 건전하다. 이런 관점에서 예방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게 환경보건학적 관점이다.(환경보건정책입문, 하미나 외, 2023)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al)은 과학적으로 불확실한 경우에도 그 위해성으로 인한 피해가 중대하고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위험이 확실하게 되기 이전이라도 그 위험을 방지하거나 저감하는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사전주의 원칙은 그 피해가 명확하게 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아직 불확실하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사례에서는 바다로 방류하지 말고 육상에 거대한 탱크를 지어 보관기간을 늘리든지, 오염수로 콘크리트를 반죽해 매장하든지 하는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IAEA 보고서에 굉장히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IAEA는 더 안전한 대안을 찾기보다 오염수 해양투기를 전제로 한 검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동안 제시되었던 육상보관, 고체화 등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IAEA 검증은 편협하며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⑤정국 전망... 열쇠는 일본 어민에게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7~9일 방한할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장, 외교부 장관 등을 면담하고 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짚은 대로 우리나라 정부-여당-원자력계는 IAEA 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무해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야당-환경단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강조하면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할 전망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강조하는 행위가 ‘괴담’으로 비칠 것이다. 반대로 야당과 환경단체의 입장에선 ‘무해성’, 즉 ‘마셔도 죽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는 ‘정부-여당’이 무지하고 무책임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세력은 현시점에선 일본 어업계 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어민이 가진 무기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문서 한 장이다. 일본 정부가 ‘사정이 달라졌다’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면서 약속을 휴짓장으로 만들거나, 거액의 보상을 통해 어업계를 회유하기 전에는 일본 어업계가 자발적으로 반대를 철회하기는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책임이다. 그들의 실책으로 일본의 어민이 피해를 입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어민들의 피해(풍평 피해)에 대해 보상을 약속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책임이다. 오염수 방류 움직임(아직 방류는 시작하지 않았다)만으로도 한국의 어업-수산업 및 연관 산업이 피해를 받고 있다. 한국의 정부-여당은 ‘괴담’을 유포하는 야당과 환경단체의 책임으로 돌린다. 한국의 정부-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고 한국의 어업계가 타격을 입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정상인가? 한-미-일 협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과 협력관계 이전에 이해득실과 호혜평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아니었던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