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무원 채용, 여자 많이 뽑히니 성비 고정?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7.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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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급 공무원 공채 2차 필기시험이 마무리되는 등 공무원 시험 전형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5일, SNS를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을 블라인드로 채용하다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뽑히니 성별 비율을 고정해서 뽑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블라인드 채용’은 전반적인 채용 과정에서 제공되는 자료인 출신지·학력· 성별 등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실력으로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무원 시험에 적용되던 블라인드 제도가,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자 성별 비율을 고정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게 해당 게시글의 주장이다. 이 게시글은 현재 7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시글 속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2005년부터 블라인드 채용… 성별, 학력 제한 없어

공무원 채용은 기본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원칙이다. ▲가족사항 ▲신체조건 ▲성별 등 선발 예정 직위의 직무와 무관한 정보는 일절 수집 및 활용하지 않는다. 공개경쟁채용은 2005년부터, 경력경쟁채용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대책’에 따라 2017년부터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인사혁신처가 올해 초 발표한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에서도, 응시 자격으로 ▲연령 ▲결격사유 ▲일부 직렬에 대한 자격증 소지 여부 ▲구분모집 응시 대상자(장애인·저소득층)에 대한 조건을 제외한 ▲학력 ▲경력 ▲성별 등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직렬에 한해 선발 인원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2023년도 공고를 기준으로 9급 교정직과 보호직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교정직은 남자 907명, 여자 32명을, 보호직은 남자 142명, 여자 61명을 선발예정인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다만, 이는 ‘근무예정기관별 구분모집’에 해당하는 특수한 경우다. ‘국가공무원법 제37조 제2항’ 및 ‘공무원임용시험령 제2조 제1항’은 “원활한 결원 보충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근무예정기관을 미리 정해 공채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뉴스톱에 “교정직, 보호직의 경우 성별에 따라 대상자가 분리 수용되는 업무 특성상 성별에 따라 근무예정기관이 달라지므로, 선발예정인원에 성별 구분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많이 뽑히니 성비 고정해서 선발?”->대체로 거짓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 계획 공고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합격자 성비를 일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사실이다.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선발예정인원이 5명 이상인 모집단위(교정·보호직렬은 적용 제외)에서 특정 성별이 선발예정인원의 30%에 미달할 경우, 일정 합격선 내에서 선발예정인원을 초과해 해당 성별을 추가 합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원 외 추가선발이라 기존 합격자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여성 합격자가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공직 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1996년부터 시행했던 ‘여성 공무원 채용목표제’를 변경해 2003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반면, 공무원 시험에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이 7급과 8, 9급 모두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연도별 지방직 7급 및 9급 공채 여성 합격자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 합격자 비율은 7급의 경우 2013년 36.3%에서 2022년 54.1%로 크게 증가했고, 8, 9급 역시 2013년 57.6%에서 2022년 60.7%로 늘었다. 8, 9급의 경우 10년 전부터 여성 합격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고, 7급은 2020년부터 여성 합격자 비율이 과반을 넘어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애초 여성을 위해 도입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더 많은 수혜를 보고 있는 건 남성이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애초 목적은 “여성·장애인·이공계 전공자·지방인재 등의 공직 임용을 확대하고, 이들 소수 집단이 공직 내에서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2022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
2022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

그러나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추가 합격한 인원은 여성의 경우 중앙부처 397명, 지자체 1428명으로 총 1825명이고, 남성의 경우 중앙부처 293명, 지자체 2362명으로 총 2655명이었다. 지난해에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추가 합격한 공무원은 남성이 323명, 여성 71명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자체가 공정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에 남자가 수혜를 보든 여자가 수혜를 보든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반대로 공무원 사회 성비가 어떤 성별이든간에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위기 상황시 대응이 어렵고 국민 전체가 혜택을 보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성을 위해 적절한 성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단 반론도 있다. 

◆여성 공무원 늘었지만… 고위직은 여전히 남성 위주

한편,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비율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전체 공무원 중 여성 공무원은 49.4%(15만2509명)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48.1%(14만5379명) 대비 1.3%P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전체 2만5908명 중 여성은 27.4%인 7109명에 불과하다. 2021년 24.3%(6171명)보다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여성 고위 공무원 비중은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여성 비율은 ▲고위공무원 ‘8.2%’ ▲3급 ‘14.4%’ ▲4급 ‘22.4%’ ▲5급 ‘27.6%’ ▲6급 ‘34.7%’ ▲7급 ‘46.9%’ ▲8급 ‘49.3%’ ▲9급 ‘4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여성 공무원 비율이 급수별 균형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선택제와 한시임기제 비율 역시 여성이 각각 84.3%, 8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리하자면, 공무원 시험은 2005년부터 가족사항, 신체조건, 성별 등을 활용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해 오고 있다. 특정 성별이 선발예정인원의 30%에 미달할 경우 정원 외로 추가 합격시키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성별 비율을 조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여성 합격자 비율이 남성을 넘어서기 이전인 2003년부터 시행돼 왔기 때문에 여성 합격자 비율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긴 어렵다.

따라서 뉴스톱은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자, 성별 비율을 고정해 선발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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