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저출산 원인에 '젠더 갈등'만 있을까?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4.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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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중소기업 직장인 비중은 81%
월평균 0~200만 원 버는 가구는 19.4%
‘저임금’과 함께 직장 내 ‘성평등’도 저출산 대응과제

최근 한국의 저출산 원인에 관한 외신 보도에 온라인 커뮤니티는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지난 2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의 저출산 주요 원인이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기사는 국내 언론에 수십차례 인용됐습니다. 

그런데 6일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게시글 주장은 외신 분석과 다릅니다. 저출산 원인이 다수 직장인의 ‘저임금’에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실시간 베스트 게시물로 조회수 3만을 기록하고 댓글 900여 개가 달렸습니다. 필자는 그 근거로 (한국의) 중소기업 직장인이 88%다”, “지금 직장인 30% 정도는 월 200만 원 받는다”, “낙후된 동유럽도 월 200만 원은 번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실제 통계는 어떤지 확인해봤습니다.

4월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4월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직장인 5명 중 4명은 중소기업, 5가구 중 1가구 수입은 200만원 이하

중소기업 종사자 수 비율은 매년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나옵니다. 지난해 7월 28일 공개된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 수 비율은 전체 종사자 수의 81.3%인 1754만 1182명입니다. 따라서 게시물 필자가 주장한 ‘88%’는 실제 수치와 7%p 차이가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 갈무리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 갈무리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최근 4년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2017년 83.1%에서 2020년 81.3%로 2%가량 줄어든 겁니다. 반면 대기업 종사자 수 비율은 같은 기간 16.9%에서 18.7%로 더 늘어났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업체 수는 압도적으로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체 가운데 99.9%, 728만 6023개 업체가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은 9370개로 0.1% 정도만 차지합니다. 따라서 필자의 분석대로 80%가 넘는 다수 직장인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업체 수도 훨씬 많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직장인 30%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라는 주장도 살펴보겠습니다. 뉴스톱은 가구별 월평균 소득을 조사하는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참고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 비율은 8.5%이고,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11.27%입니다. ▲200만 원~300만 원을 버는 가구 비율은 15.27%입니다. 

“월평균 소득 200만 원”을 200만 원 미만인 비율로 보면 19.7% 정도입니다. 이렇게 보면 “월평균 소득 200만 원이 30%”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200~300만 원대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총비율은 35%가 됩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의 소득구간별 가구 비율. 출처=2022년 4분기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의 소득구간별 가구 비율. 출처=2022년 4분기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 한국 제조업 임금은 동유럽 수준? 동유럽 1.7~3배

이 정도 월평균 소득은 동유럽 수준일까요? 동유럽 국가의 범위는 이렇습니다. 200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동유럽 국가별 노동자 평균 주당 소득을 집계할 때 포함한 국가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입니다.

‘제조업’ 임금 통계는 있습니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근거로 OECD 회원국 제조업 종업원의 명목 월평균임금을 조사합니다. 다만 이는 ‘제조업’ 종사자 임금만 조사된 것입니다. 이 자료에는 앞서 제시한 동유럽 국가 가운데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일부 빠진 국가들이 있지만, 나머지 국가 통계는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의 제조업 종사자 월평균 명목 소득 표. 출처=통계청
동유럽 국가의 제조업 종사자 월평균 명목 소득 표. 출처=통계청

2018년 기준 동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월평균 소득이 낮은 국가는 라트비아입니다. 라트비아 월평균 소득은 1081달러(한화 약 142만 원) 정도입니다. 가장 많은 국가는 월평균 2016달러(한화 약 265만 원)를 기록한 슬로베니아입니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월평균 임금은 3499달러(한화 약 462만 원)를 기록했습니다. 5년 전 제조업 임금은 한국이 동유럽 국가보다 약 1.7배~3배 높았습니다. 


종합하면, 저출산 원인이 다수 직장인의 저임금 상태에 있다는 점은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게시글 필자 말대로 한국의 중소기업 직장인은 다섯 중 넷에 해당하고, 월평균 200만 원 이하로 버는 가구 비율은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입니다. 2020년 12월 정부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저출산의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증가를 꼽았습니다. 세부 내용은 ‘대기업/중소기업에 따른 임금 격차'입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인이 늦어지고 출산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2020년 12월 정부가 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내용을 정리한 표
2020년 12월 정부가 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내용을 정리한 표

다만 외신 보도대로 일터에서의 ‘성평등’은 여전한 과제로 꼽힙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여성이 생애 가장 높게 달성할 수 있는 평균임금이 남성이 28~30세에 받는 평균임금을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남아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아이를 낳는 사람도 일터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도 필요하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말 직장인 1000명으로 설문을 해보니 35.9%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고 해요. 육아휴직을 못 쓴다고 한 비율은 무려 43.1%였고요. 누구나 아이를 낳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저출생 대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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