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없는 생수? 지금도 파는데 대한상의는 왜 보도자료까지 냈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8.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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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필름도 쓸모 없다... 삼다수 병마개에 신기술QR 도입

<편의점에서도 비닐없는 페트병 만난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굉장히 오래전에 편의점에서 라벨 없는 생수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달에도 지난주에도 분명히 라벨 없는 생수를 동네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런 보도자료가 나왔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삼다수 MOU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17일 상의회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백경훈)와 ‘GS1 QR 활용을 통한 페트병 無라벨 확산 및 재활용 촉진’ MOU 를 체결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유명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 제조사다.

대한상의는 제주개발공사를 지원해 ‘GS1 QR’을 제주삼다수 제품 3종의 뚜껑에 적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전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첫 제품은 8월 출시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국내 생수판매 1위인 제주삼다수의 도입에 따라 ‘GS1 QR’은 생수업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라며 “지금까지 묶음 단위로 판매되는 생수에만 주로 적용되었던 無라벨 페트병이 낱개 단위로 판매되는 생수에도 확대 적용되어 페트병 재활용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BGF리테일 홈페이지
출처: BGF리테일 홈페이지

◈지금도 팔리는데 뭔 소리?

편의점에 냉장고 안에는 지금도 라벨 없는 생수가 있다. 관련 기사도 셀 수 없이 많다.  CU는 자체브랜드인 헤이루 생수를 라벨 없는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아이시스, 석수 등의 브랜드에서도 라벨 없는 개별 제품을 만들어 판다. 왜 상의는 ‘GS1 QR’ 기술 도입으로 비닐을 없앤 페트병을 만날 수 있다고 했을까?

결정적 차이는 병목을 감싸고 있는 ‘넥필름’이다. 현재 시판 중인 라벨 없는 생수는 대부분 플라스틱 필름으로 병마개와 병목을 감싼다. 여기에 업소명, 주소지, 무기물질 함량, 영업허가번호 등의 표시사항을 기재한다. 병에 인쇄를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된다. 병마개에 QR코드를 찍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는데, 일반 QR코드에 심을 수 있는 정보량은 URL 정도를 담을 수 있는 수준이라 제품 표시사항과 편의점 결제용 상품 식별코드를 넣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편의점에서 팔리는 생수병엔 각종 정보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넥 필름’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GS1 QR로 해결

환경부는 <먹는샘물등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로 2026년 1월1일부터는 모든 생수 페트병의 포장 라벨을 없애고 대신 병뚜껑에 QR 코드를 인쇄해 상품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넥필름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차세대 QR인 ‘GS1 QR’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새로운 QR코드는 유통매장에서의 계산을 가능케 하는 ‘상품 식별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소비기한, 이력추적코드 등도 추가로 표시할 수 있다. 상의는 “라벨 없는 생수병의 표시사항을 담기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제조⦁유통업체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함께 사용할 수도 있어 전 세계 유통업계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전 세계 116개 회원국을 기반으로 하는 GS1은 한국 사무국을 대한상의에 두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제품에 덕지덕지 표시된 각종 바코드와 QR코드 및 표시사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무라벨 생수처럼 표시할 공간이 없어 사용되던 불필요한 플라스틱 필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몸통이 투명하고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생수병에도 표시사항을 적어넣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시판 중인 무라벨 생수는 병목과 병마개 부분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감싼 ‘넥 필름’ 방식을 사용한다. 새로운 GS1 QR 기술을 적용하면 병마개 윗부분에 QR코드 하나 찍는 것만으로 복잡한 표시사항을 다 집어넣을 수 있다. 넥필름을 쓰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자원이 절약된다. 개인컵을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받아 마시는 것보다는 덜 환경적이지만, 그래도 절박한 상황에 생수를 사 마셔야 할 때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낼 방법이 생겼다. 넥필름 없다고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 소비량을 더 늘리는 건 분명히 지구에게 더 부담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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