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내 여객기 수질 상태, 양치 못 할 정도로 안 좋다?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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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여행톡톡' 매체는 비행기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지 말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너무 더러워요"... 전직 승무원이 밝힌 비행기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3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앞서 지난 3월 1일 매일경제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언론들은 기내 수질과 관련해 "정수 처리된 물이더라도 기내에서 자체적으로 여과되지 않기 때문에 수질 상태가 평균 이하인 경우가 많다"면서 "비행기 안에서 양치하고 싶다면 생수로 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는 외국의 한 전직 승무원이 영국 매체인 '더선(THE SUN)'에서 주장한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언론들은 지난 2019년 다이어트디텍티브 닷컴과 뉴욕 헌터 대학의 NYC 음식정책센터에서 진행한 '기내 수질 조사' 결과도 언급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외국의 주요 항공사와 지역 항공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요. 조사 결과, 항공사 대부분의 기내 수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기사 내용이 국내 항공사와 소비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일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비행기의 화장실 수돗물은 양치질하면 안 될 정도로 수질 상태가 안 좋을까요? 뉴스톱이 짚어봤습니다.  

여행톡톡 매체 [너무 더러워요"... 전직 승무원이 밝힌 비행기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3가지] 제목 캡쳐.
여행톡톡 매체 [너무 더러워요"... 전직 승무원이 밝힌 비행기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3가지] 제목 캡쳐.

[검증대상] 국내 비행기의 수질 상태는 양치하면 안 될 정도로 안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항공사의 기내 수질 상태가 어떠한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항공사들이 기내 수질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 항공사들이 기내 수질 상태를 잘 관리하고 있는 지를 모니터링하는 정부 부처·기관도 없습니다. 즉, 항공사들이 기내 수질 관리를 알아서 잘하고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 항공사들, 개별적으로 평가받아…평가 결과 "알려줄 수 없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환경부에서 인증한 수질 평가기관·업체에 의뢰해 기내 수질을 각각 점검하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부에서 인증된 평가기관일 뿐, 환경부가 기내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기내 수질과 관련해 "수도법 시행규칙,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매뉴얼 등을 기준으로 비행기에 급수하기 전, 잔류 염소량을 측정한다"면서 "저장탱크와 연관 장비에 대한 소독은 항공기 제작사 권고 절차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계자는 "환경부 인증 평가기관에서 분기별로 수질 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통해 수질 관리·평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수질 관리 사항은 ▲일일 수질 측정(염소농도 등) ▲주간 탱크 소독 처리 ▲월간 내부 탑재 탱크 청소 ▲연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주간 수질 점검 검사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기내 수질과 관련해 "환경부에서 인증한 평가 기관을 통해 평가받고 있다"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기내 수질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관해 뒀다가, 정부 부처 등이 이 평가 결과를 요청할 때 제출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다만 기내 수질 평가 결과를 요청하는 기관은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다르다고 합니다.  이에 <뉴스톱>은 항공사들에 기내 수질에 대한 평가받은 결과 문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공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 기내 수질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법도 없어   

문제는 항공사들이 기내 수질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시하거나 규제하는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항공 분야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관할하는데요. 하지만 국토부 항공정책과, 항공산업과, 항공안전관리과 등에 몇 차례 질의한 결과, 국토부는 항공사의 기내 수질 관리에 대해 담당하는 부서도, 직원도 없습니다. 또한 항공관리안전법, 항공사업법 등 현행법상, 항공사들이 기내 수질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환경부는 비행기와 별개로 '수도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수장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관계자는 "환경부는 정수장부터 항공사 건물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관리하고 있다"면서 "수도계량기 후단부터는 항공사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수도법 시행규칙 제22조의3(대형건축물등의 소유자등이 해야 하는 소독등위생조치 등)'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저수조 청소 ▲월 1회 이상 저수조의 위상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수소이온농도, 잔류염소, 일반세균 등을 검사합니다. 

◆ 떠넘기거나 모르거나 

기내에 탑재된 물탱크에 물을 넣기 전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여러 기관이 기내 수질을 관리하고 있는 셈인데요.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공급하는 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김포기계시설부 관계자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공급하는 물은 수도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공항공사는 관계자는 "공항에서 관리된 물을 공급해도 조업사 차량과 장비, 비행기 탱크를 거친다"며 그 이후의 수질 상태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일반적으로 공사 쪽에서 수질 관리를 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업사는 항공사들과 협력 업체들인데요. 현재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과 연계돼 있고, 아시아나 에어포트는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은 위에서 밝힌 대한항공의 답변과 같은 내용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국내 항공기의 수질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뉴스톱>은 항공사의 기내 수질 평가 결과 문서를 입수하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의원실 보좌관은 국토부에 질의한 결과, 담당하는 곳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결국 항공사들에 개별적으로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회는 공공기관을 통해서만 자료를 받을 수 있어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비행기 수도꼭지에 나오는 수질 상태는 평균 이하다?>는 <판단 보류> 판정하겠습니다. 다만 비행기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으로서, 위생이 중요한 곳입니다. 뉴스톱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기내 수질 상태를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한편, 해당 기사에서는 기내에서 항공사가 주는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기를 권했는데요. 이는 기내에서 이용되는 물은 하나의 물탱크에서 나와 그 물로 커피와 식수로 제공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물탱크의 위생이 좋지 않다는 건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기내에서 페트병으로 된 생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내식 공급 업체로부터 페트병 생수를 받아 공급한다고 합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국공항에서 생산하는 제주퓨어워터"로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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