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스파탐 발암 논란...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7.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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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시도와 이를 용인하는 듯한 IAEA의 보고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만큼이나 뜨거운 또다른 이슈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 바로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인데요. 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제과 및 양조업계는 물론 김치업계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그만큼 건강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관심이 큰 주제이기 때문인데요. 뉴스톱이 아스파탐과 관련된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아스파탐은 매우 널리 쓰이는 인공 감미료입니다. 출처: CNN 유튜브 캡처
아스파탐은 매우 널리 쓰이는 인공 감미료입니다. 출처: CNN 유튜브 캡처

①아스파탐 무엇인가

먼저 아스파탐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겠는데요.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Searle사(Nutrasweet Corporation의 전신)의 화학자인 제임스 슐래터(James Schlatter)가 궤양 치료제(anti-ulcer drug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물질입니다.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Phenylalanine)과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을 메탄올을 촉매로 사용해 합성했다고 합니다.

슐래터씨가 이 물질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종이를 넘기기 위해 손가락에 침을 묻히던 중 강력한 단맛을 느낀 것을 계기로 발견됐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지만 1g당 열량은 설탕과 같은 4㎉이기 때문에 저칼로리 감미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극소량만 넣어도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설탕보다 원가 부담도 적은 편이죠.

1974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가 조건부 사용허가를 내준 뒤 1983년 대부분의 식품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줍니다. FDA 허가 이후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사용 허가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85년 식품첨가물로 사용이 허가됐습니다.

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홈페이지
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홈페이지

②왜 문제인가

한동안 잘 나가던 아스파탐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의 잠재적 발암효과를 평가했다고 발표(윗 그림 참조)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WHO가 함께 꾸린 합동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한 일일 섭취 허용량 및 식이 노출 평가 검토를 포함하여 아스파탐에 대한 위험 평가 활동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개 시한은 오는 14일로 정해졌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스파탐이 IARC가 정하는 발암물질 2B그룹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습니다.

제과, 제빵, 음료, 주류 등 광범위한 식품 산업에 아스파탐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중국산 김치는 80% 이상이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먹었던 식품이 하루 아침에 발암물질 함유 식품이 돼 버린 겁니다. 소비자와 기업 입장에선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죠.

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홈페이지
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홈페이지

③IARC 발암물질 무엇?

IARC는 특정 물질의 암 유발 확실성 수준에 따라 물질을 4가지 부류로 나눕니다.(윗 그림 참조)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실한 경우 Group1(1군) 물질로 분류합니다. 흡연, 자외선, 음주, 전리 방사선이 1군 발암물질에 해당됩니다.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된 물질 또는 행위가 해당됩니다. Group2A(2A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한 물질입니다.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실험에선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근거가 쌓인 물질입니다. 조리흄, DDT, 적색육, 야간조 근무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Group2B(2B군)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고, 동물실험에서도 불충분한 근거가 있는 유형입니다. 가솔린 엔진 배기물, 미용업에서의 직업적 화학물질 노출, 납 등이 해당됩니다. Gruop3(3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물질입니다. 실험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발암성에 대한 적절한 근거가 없는 경우입니다. 커피, 광유(crude oil), 수은, 파라세타몰(해열제의 일종)이 해당됩니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출처: 다음 뉴스
출처: 다음 뉴스

④우리는 어떻게?

IARC의 발표가 나온 뒤 대부분의 언론은 아스파탐과 관련된 공포 부추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마치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식품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바로 암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죠. 발빠른 식품 기업들은 벌써 ‘무 아스파탐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건강한 단맛’이 얼마전 유행했습니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어 단맛은 유지하면서도 열량은 낮추는 전략이죠. 헬씨 플레져(healthy pleasure)라고도 불렸습니다. 식품 기업들은 인공감미료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설탕 걱정없이 단맛을 즐기라고 유혹했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뉴스톱은 최근 <[분석] 무설탕 제품 먹으면 살 안찌나> 기사를 통해 ‘무설탕 마케팅’의 허와 실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아스파탐이 아니더라도 ‘당 알코올류’를 비롯한 인공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공 감미료 이름이 ‘-올’로 끝나는 것들인데요. 당알코올은 소장에서 흡수율이 좋지 않아 칼로리가 낮고, 혈당을 높이지 않으며, 물에 잘녹고 단맛이 나지만 충치균 등이 다른 당과는 달리 쉽게 분해시키지 못하므로 충치 예방에 좋습니다. 그러나 소화 흡수가 잘되지 않고 장에서 발효를 일으키고 가스를 발생시켜 복부 팽만감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당알코올류를 주원료로 한 제품에 대해서는 해당 당알코올의 종류 및 함량을 표시해야 하고, "과량섭취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등의 표시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당뇨 등의 이유로 당류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인공감미료를 선택해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인공감미료를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식생활을 건강하게 바꾸고,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공감미료 안전성 이슈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 같습니다.

단맛 나는 청량음료 대신 당류가 포함되지 않은 시원한 생수, 또는 보리차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찾는 것보다는 시원한 과일 한 조각 드시는 건 어떨까요?


뉴스톱은 14일 IARC의 관련 보고서가 공개되면 그 의미와 우리가 취해야할 행동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도, 경고를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위험을 짚어보고 그에 맞춰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행동 전략을 택하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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