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연합뉴스가 한국 저널리즘을 망치고 있다오보 남발, 편견 조장, 권력유착...연합뉴스는 정말 변하고 있나

연합뉴스의 '미시적' 의제설정능력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연합뉴스는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단말기로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다. 언론이 인력과 재정 문제로 사건 현장에 기자를 내보내지 못하면 언론사 데스크는 연합뉴스 기사를 참고해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많다. 부장급 데스크는 출근해서 연합뉴스를 보며 하루의 뉴스흐름을 읽는다. 연합뉴스가 전체 언론의 의제설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고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기사의 방향과 성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문제는 연합뉴스 기사의 수준이다. 오보가 잦은 것은 물론, 엉뚱한 단어 선택으로 특정 프레임을 강제한다. 언론사는 팩트체크 없이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내보내는 일이 잦다. 연합뉴스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수시로 오보를 내고, 언론사들이 그 오보를 그대로 반복한다. 그 피해는 한국 사회가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연합뉴스의 문제점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를 꼭 집어서 지적하는 이유는 그만큼 연합뉴스가 한국 언론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한국 저널리즘을 망친 사례를 설명한다.

1. 오보 남발에 바로잡지도 않아

"져서 미안하다"는 박항서의 말에 베트남팬들 응원글로 화답(최초 기사가 삭제되어 해당 기사를 캡쳐한 블로그로 대체)이란 기사가 2018년 8월 30일 오전 0시 38분에 올라왔다. 연합뉴스가 출고한 기사다. 29일 아시안게임 축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에게 아쉽게 패배한 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 페이스북에 사과의 말을 올렸고 베트남 국민들이 격려ㆍ응원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의 가짜 계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연합뉴스는 같은 날 오전 7시 58분 내용을 수정했다. 제목은 '"져서 미안하다"는 박항서 페북 가짜계정에도 응원글 쇄도'로 바뀌었다.

이 기사가 최초로 나간 뒤 연합뉴스에게 기사를 공급받는 국내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일한 기사를 내보냈다. 11월 1일 현재 중앙일보 기사 '"져서 미안하다"는 박항서 말에 베트남 팬들이 쓴 댓글'은 연합뉴스 오보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아카이브). 한국일보는 본문에서 가짜 계정이라고 적었지만 제목은 '박항서 감독 "져서 미안하다"…베트남 반응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해 박감독 본인 계정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문화일보 역시 '박항서 "져서 미안해!" 베트남팬들 "감독님, 사랑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 최초 제목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심지어 KBS가 직접 박 감독에게 물어봐서 가짜계정이란 것을 팩트체크 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늘의 유머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연합뉴스 오보 버전이 퍼져 있다.

박항서 감독 페북 계정이 가짜 계정으로 바뀐 것은 매우 큰 팩트 변화다. 제목과 내용이 이 정도로 바뀌었다면 연합뉴스는 오보였다고 기사에 밝히고 다른 언론에도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전재료를 받는 통신사라면 응당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슬쩍 기사를 수정했다. 이미 언론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항서 감독이 직접 페북에 쓴 것처럼 유포되어 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최초 송고 시간(0시 38분)만 있고 수정 후 재송고 시간은 없다. 기사가 바뀐 시점(오전 7시 38분)은 네이버 등 포털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위)에는 최초 기사입력시간(8월 30일 0시 38분)과 최종 수정시간(같은날 오전 7시 58분)이 기재되어 있지만 연합뉴스 홈페이지(아래)에는 송고시간(0시38분)만 적혀 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 어디에도 기사를 고쳤다는 내용은 물론 수정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이런 식이면 연합뉴스가 오보를 낸 뒤 슬쩍 수정했을 때 언론사들은 어디가 틀려서 바뀌었는지 스스로 찾아서 수정해야 한다. 책임 있는 국가 기간 통신사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행태다. 연합뉴스는 다음날 '박항서ㆍ그리스 장관ㆍ버핏도 당했다...전세계 '가짜SNS' 주의보'라는 기사를 올렸다.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SNS 계정이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내용이다. 최초 현혹당해 이런 사태를 낳은 것은 연합뉴스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기사다. 이런 기사를 쓰려면 자사 기사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오보에 책임지지 않는 한국 저널리즘의 악습은 엉터리 연합 기사와 이를 정확히 바로잡지 않는 언론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언론재단 오세욱 연구위원은 연합뉴스가 오보를 고치지 않는 행태에 대해 본인의 페이스북에 조목조목 지적을 했다. 오 위원은 "연합뉴스가 원 기사에 새로운 내용을 덮어썼다면, 발생했던 오보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질 생각도 없고, 책임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가짜 계정이야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문제는 연합뉴스의 심각한 오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인 '트럼프 트위터 해석' 오보다. 2017년 9월 17일 연합뉴스는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유감이다"'란 제목의 워싱턴 특파원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민간 통신사인 뉴시스도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라인 유감"...김정은 "로켓맨" 지칭도"'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 언론 대부분은 이들 통신사를 받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방러중 밝힌 북한과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 사업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엉뚱하게 해석해 물의를 빚은 연합뉴스 오보.

물론 이 기사는 틀렸다. 연합뉴스 기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중 'long gaslines forming in North Korea'라는 문구를 보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서 생긴 사태였다. 이 문구는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구글에 검색만 해도 쉽게 나오는 문장이다. 당시엔 워싱턴 특파원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한 것을 믿지 못하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연합뉴스가 악의적으로 정부 정책을 흠집내기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당시 민언련오마이뉴스에서 오역 보도와 무분별한 베껴쓰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자 연합뉴스는 '트럼프 "북한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서"'라는 제목의 정정기사를 발행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 글 오보 바로잡습니다'란 사고(社告)도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감을 표시하고 "지금이야 말로 우리 중심적인 사고와 국익에 기반한 독자적인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일보(아카이브), 스포츠조선(아카이브) 등 몇몇 언론은 11월 현재까지도 연합뉴스 오보를 그대로 게재한 상태다. 통신사가 오보를 할 경우 추후 바로잡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연합뉴스의 오보 대응 방식이다. 첫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 오보와 이후 '북한에 주유하려고 줄서' 기사는 핵심 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별도 기사로 취급해야 한다. 하지만 기사 작성 시간을 보면 두 기사는 2017년 9월 17일 22시 53분으로 동일하다. 즉, 연합뉴스는 기존 오보에다가 정정기사를 '엎어쓰기'한 것이다. 오보사건이 이렇게 큰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독자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을테고, 연합 기사를 받은 언론사는 알아서 바뀐 부분을 찾아 정정해야 한다. 연합뉴스가 자사 오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트위터를 잘 못 해석해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이란 내용의 기사를 냈다가 비판이 이어지자 "북한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서"로 내용과 제목을 바꿨다. 둘은 완전히 다른 기사다. 그런데 기사 송고시간(9월 17일 22시 53분)은 둘다 동일하다.

9월 17일에 연합뉴스는 박원순 “서울시 지하철역 광고 없애고 ‘예술역’으로 바꿀 것”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 동영상 발언을 보면(11분 50초부터)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은 광고를 끊고 이렇게 예술역으로 바꾸고자 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광고를 없애는 것을 확정하고 관련 부처와 논의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지하철 광고를 전면 없애기로 했다고 확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다른 언론도 이를 그대로 받아썼고, 중앙일보는 '박원순 400억짜리 호기'라며 박 시장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마사지'한 오보성 기사다.

연합뉴스 오보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2017년 12월 6일에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 등이 이를 받아쓰며 확산되자 페리 전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직접 오보를 지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사자를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트위터만 받아쓰는 연합뉴스 취재 관행과 영어 독해능력이 또 문제가 됐다. 1951년 팬암 여객기 사고를 2014년 속보로 보도하거나, 로또 1등 당첨금 수령자가 자살했다는 기사의 금액과 나이가 틀리거나, 2016년 기상청의 훈련용 지진 통보문을 확인하지 않고 횡성에 규모 6.5 지진이 났다고 보도하거나, 과거에 미국산 소고기를 리콜한 것을 최신 기사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2017년 호주 어린이를 성추행한 워마드 회원 용의자가 여성임에도 남성이라고 기재하거나, 유머기사에 속아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내연기관차를 출시한다고 보도하는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오보가 잇따르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2017년 9월 21일 성명에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실수를 바로잡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바로 치밀한 게이트키핑과 데스킹, 오보 처리 과정이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성명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연합뉴스는 2016년 명백한 오보를 내면 손해액 2분의 1 이하에서 직원에게 오보에 대해 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규를 만들어 내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직원들은 "오보의 경우 기자 작성자 뿐 아니라 데스크, 에디터, 편집국장, 회사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이후 이 내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된 바 없다.

오보는 아니지만 불성실하고 관례에 어긋나는 취재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많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연합뉴스는 북한 응원단을 취재하기 위해 여자화장실까지 들어가 촬영을 하다 외신기자로부터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BBC 중문판 한국특파원인 대만인 양치엔하오는 연합뉴스가 지난 10월 21일 대만 기차탈선 사고를 보도하면서 대만 언론이 아닌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를 인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양 기자는 "한국 소식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을 인용해 보도하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연합뉴스의 불성실한 취재관행을 꼬집었다.

2. 인종편견 앞장서는 제목

10월 7일 고양에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났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연합뉴스 1보로 내보낸 기사의 제목은 '경찰"고양 저유소 화재 관련 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긴급체포"였다. 연합뉴스 후속보도에서도 계속 '스리랑카인'이 제목으로 나왔다. 이후 대부분 언론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 '스리랑카인'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도 왜 스리랑카인이 왜 제목에서 강조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경찰 수사결과 용의자는 근처 초등학교 행사에서 날린 풍등을 주워 다시 날렸고 이 풍등이 저유소 인근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가 스리랑카인이란 사실은 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핵심적 정보를 주지 않는다. 피의 사실과 피의자 국적과의 연관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정보는 밝히지 않거나 강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총강 6항에는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적혀 있다. 제5장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에서는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인권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았고 다른 언론들도 비판의식 없이 이를 받아썼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피의자가 된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인 전모씨는 2015년 11월 23일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 폭발사건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전씨는 시한식 발화장치를 화장실에 설치해 화장실 천장 등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일본 언론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앞다퉈 한국인 용의자 신상을 공개했고 외교부는 일본정부에 공식 항의까지 했다. 일본언론은 용의자가 한국인인 것을 강조하고 전씨가 일본에 재입국 한 것이 재차 테러를 저지르기 위함이라며 대서특필했다. '혐한정서'를 부추기기 위함이었다. 피의자 국적에 대한 단정적ㆍ선정적 언론보도는 대중의 잘못된 분노를 일으킨다. 당시 요코하마 한국 총영사관에는 오물이 투척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물론 전씨가 실제 폭발물을 설치한 것은 맞지만 그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타국 언론의 인종차별적 보도는 부당하게 느끼지만 자국의 차별적 보도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의자가 스리랑카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연합뉴스는 '"스리랑카인에게 뒤집어씌우지 마세요"...들끓는 여론'이란 제목의 기사를 섰다. 처음부터 용의자가 스리랑카인이란 것을 강조해 외국인 혐오정서를 조장했던 연합뉴스의 '유체이탈' 기사다. 결국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용의자는 풀려났다. 스리랑카 국적과 저유소 화재 사건의 관련성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한겨레21은 체포 즉시 국적을 공개한 한국언론의 보도 행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독립언론사 아이엠피터TV는 저유소 화재 사건의 언론보도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강조하던 jtbc 손석희 사장마저 '스리랑카인'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3. 정보독점과 자사이기주의

연합뉴스의 자사이기주의는 언론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 언론사간 갈등이면 그들이 알아서 풀 문제지만, 연합뉴스의 정보 독점욕심은 국민 알권리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다. 북한은 5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며 한국을 포함한 5개국 취재진을 초청했고 남측의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단에서 추첨을 해 MBC가 방송취재언론으로 선정됐지만 통신사 선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가 북한 취재 경험이 많다는이유로 자사가 취재를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풀(pool) 취재를 하지 않고 개별 취재를 하겠다는 연합뉴스의 방침이었다. 풀 취재란 특정한 행사에서 제한된 언론사만 참여 가능할 때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다른 언론사와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개별 취재를 할 경우 연합뉴스가 기사를 쓰기 전까지 언론은 정보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보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취재는 연합뉴스가 할테니 나머지 언론사는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한 기사를 받아서 쓰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취재한 팩트를 공유해 언론사가 나름의 논조로 해석하는 것과 연합뉴스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북한 취재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연합뉴스의 과욕이다. 결국 기자단 투표를 통해 민영통신사인 뉴스1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 통신사로 선정됐다.

연합뉴스는 통신사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동안 출입처 기자실 간사를 도맡아 왔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연합뉴스 기자를 간사로 선정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큰 사건이 터지면 출입처에서 기자실 간사에게 브리핑 자료를 넘기는데 연합뉴스 기자가 '단독기사'라고 먼저 내보낸 뒤 자료를 공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정보독점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엔 풀(pool) 사진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연합뉴스 사진기자가 뉴스1 사진기자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속보, 단독경쟁 갈등으로 터진 사건이었다. 2015년에는 연합뉴스가 민영통신사를 뉴시스를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가 공정한 취재 약속을 어겼다며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비리를 캐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4. 권력유착과 불공정보도

연합뉴스의 오보가 이어지는 이유는 그런 보도를 해도 소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통신사로서 매년 300억원 이상 국고를 지원받는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연합뉴스에 투입된 국고만 400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언론사와 네이버ㆍ다음 등 포털로부터 수백억원의 전재료를 받는다. 네이버로부터 매년 100억 이상 전재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내면서 전재를 끊는 언론사가 증가하자 전재료를 25% 인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다. 정확한 기사보다는 속보성 기사, 포털에서 잘 팔리는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면서 연합뉴스 기사 수준은 더 떨어졌다. 이 같은 내용은 연합뉴스 노조도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사 홍보 뉴스

국고 지원은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가능하게 했지만 연합뉴스가 정권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기간 연합뉴스는 정부 홍보 기사를 남발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일삼는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고 능력이 부족한 인사가 요직에 앉으면서 질 낮은 기사가 양산되고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오보가 '보은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는 단일교과서로 표현하고, 삼성기사는 비판 논조를 약화시키고, 영문기사는 한국에 이로운 것만 쓰게 하는 등 친정부ㆍ친재벌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사 보도를 비판한 노조 공정보도위 간사를 해고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물론 젊은 기자들이 성명을 내는 등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노조가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한 기자들은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권력과 유착했고 불공정보도를 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5. 연합뉴스, 반성은 하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합뉴스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연합뉴스 경영 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 강기석 전 신문유통원장이 선임됐다. 박노황 사장이 퇴임한 뒤 3월에는 조성부 전 논설위원실 주간이 연합뉴스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강기석 이사장은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하면서 경향신문을 친재벌 보수언론에서 진보성향 언론으로 탈바꿈시켰고 언론개혁을 위해 노력해왔다. 조성부 사장은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내부 개혁을 위한 시동은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 동력을 얻을 때 제대로 이뤄진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오보는 이어지고, 질 낮은 기사는 양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글로벌 10대 뉴스통신사'를 비전으로 꼽고 있지만 그런 목표는 규모가 커진다고 달성되는게 아니다. 국가기간 통신사라는 명칭게 걸맞는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강기석 이사장은 지난 10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연합뉴스가 환골탈태했다고 느낀 적 없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연합뉴스의 문제점으로 '속보주의'를 지적하며 개혁의 속도가 더딘 이유를 연합뉴스 특유의 폐쇄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지원금이 1보 경쟁에서 앞서라고 주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사영 언론보다 더 언론과 시민단체 비판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는 뉴스통신진흥회 후원을 받아 10월 29일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 통신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및 미래 경쟁력 제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합뉴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와 해법이 제시됐다.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 정보 검증 시스템과 균형 보도 및 롱폼(Long form)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보도 윤리성 △국제적 뉴스 통신사 △주제별 심화 콘텐츠와 지구적 관심사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소셜 미디어 활용 △학교 및 지역 사회와 연대 등을 연합뉴스의 역할로 꼽았다. 원론적으로 연합뉴스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속보에 매몰되고, 오보를 내도 슬쩍 바꾸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요원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빠질 이유도 없지만 공영 언론사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 이대로 좋은가?'란 글에서 이 대표는 "고객이 누구인가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회원사들이 고객이었다면 이제는 국민 전체가 고객이 된다. 고객들이 무슨 기사를 원하는지 깊게 고민하면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원사들을 위한 콘텐츠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연합뉴스에 필요한 것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다른 언론보다 빨리 쓰고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되는 시스템 개혁이다. 현재처럼 질 낮은 기사와 오보를 양산하고, 자사이기주의에 매몰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연합뉴스 규모가 커지고 매출액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연합뉴스의 위상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청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짜뉴스 보도건수 공개 의무화, 기자 삼진아웃제, 오보 언론 패널티제도, 오보 처벌 강화, 언론사 감독기관 설립요청 등 다양하다.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언론의 신뢰 위기는 연합뉴스가 혼자서 책임 질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큰 영향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준일 팩트체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