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입니다. ‘D.P.(Deserter Pursuit)’는 탈영병을 좇는 육군의 ‘군무이탈체포전담조’를 뜻합니다. 이 드라마는 D.P. 병사들의 일상을 그리는 과정에서, 군 내부의 잔혹한 병영문화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드라마 <D.P.> 속 군 가혹행위는 극화된 것”이라고 주장해, 군 부조리를 직접 겪은 사람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내년부터 탈영병을 체포하는 임무를 전담하던 D.P. 병사 보직을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드라마 <D.P.>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날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면접’(20분 30초)에서 한 시청자는 박찬주 경선 후보에게, “<D.P.> 드라마가 유행하니까 군대에서 D.P. 병사 제도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정말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불러온 논란 때문에 ‘D.P. 병사 보직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일까요?
국방부는 언제 'D.P. 병사 보직 폐지 계획'을 발표했나
군사법원법 제46조는 ‘군사법경찰리(軍司法警察吏)’라는 직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군사법경찰리’에는 ‘병사’도 포함되며,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의 명령을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2018년 8월, ‘국방개혁 2.0 법무 분야 브리핑’에서 박경수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헌병 병사가 ‘군사법경찰리’로 임명되어 운용하는 것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헌병 병사에 의한 군무이탈 첩보활동을 폐지하고, 대체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법제사법위원회가 공개한 ‘2018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보고서’를 보면, ‘군사법경찰 분야 개혁’의 하위 항목으로 ‘헌병 병사의 군사법경찰리 임명금지’가 명시돼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 내용을 담은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5월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 법은 추진 계획에 따라 같은 해 6월 법제처에, 7월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내년 7월 1일부터, 육군은 8월 1일부터 탈영병 체포 임무를 맡는 D.P. 병사 보직이 폐지됩니다. 대신 해군과 공군처럼 군사경찰 부사관이나 범죄수사담당 군무원이 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개봉한 날은 올해 8월 27일입니다. 개봉 뒤 나흘 뒤에 D.P. 병사 보직이 폐지되는 것이 법으로 확정되니 의심을 살 수도 있습니다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탈영병의 수
‘국방통계연보’ 통계자료에 따르면, 군무이탈병 수는 2014년 406명, 15년 250명, 16년 180명, 17년 130명, 18년 111명, 19년 95명으로 매년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군부대 내에서의 휴대전화 이용이 가능해진 것도 군무이탈병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단독기사에서 “2018년부터 병사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군무이탈 사건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군이 D.P.병 폐지에 나선 배경”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보도자료를 통해, “휴대전화 허용 이후 탈영이 30%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D.P. 병사 보직 폐지 계획’을 2018년에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7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D.P. 병사 보직은 폐지됩니다. 따라서 지난달 27일 최초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국방부의 ‘D.P. 병사 보직 폐지 결정’의 원인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