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실 "김건희 특검 요건 성립하지 않는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2.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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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처음 시행된 특검, '개별특검'과 '상설특검'으로 나뉘어
민주당, 지난해 두 차례 '김건희 특검법' 발의... 개별특검에 해당
상설특검은 '범죄사실 명시' 등 조건 부합해야 수사 가능
개별특검법은 따로 요건 필요 없어...정치적 악용 지적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국민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JTBC News <박홍근 원내대표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국민특검' 반드시 관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이 지난 10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야당은 공판 과정과 법원의 판결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 공개된 권오수 회장 1심 판결문을 보면 김건희 실명이 37차례 적시되어 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4일 "남은 선택지는 오직 특검뿐"이라며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해온 대통령실은 같은 날 "특검을 도입하기 위한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특별검사제의 요건이란 무엇일까요? 대통령실의 주장을 뉴스톱이 검증했습니다.

 

◈ 특별검사제... '개별특검'이냐 '상설특검'이냐에 따라 절차ㆍ방법 달라

특별검사제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로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2년차인 1999년 9월 30일 제15대 국회에서 특별검사가 처음 임명됐는데요, 당시 진형구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파업을 일부러 유도했다는 발언으로 불거진 일명 '파업유도 의혹'과 함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인 이형자씨가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부인에게 고액의 옷을 건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사상 첫 특검이 이뤄졌습니다. 진형구 전 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장인이기도 합니다.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시초가 돼 국내 최초로 특별검사 수사가 이뤄졌다. 사진 속 인물은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다. 사진=법률방송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속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진형구, 검찰 '공안부'> 갈무리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특검 제도는 '개별특검'과 '상설특검'으로 나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개별특검은 특별검사를 임명할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합니다. 앞서 언급한 조폐공사 파업과 옷로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이른바 '쌍특검'은 개별특검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과 박근혜 정부에서 제기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 의혹 등은 개별특검이 임명돼 수사한 혐의입니다. 가장 최근 여야의 합의로 임명된 '공군 내 성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 특검까지 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13건의 개별특검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개별특검법은 발의될 때마다 법안의 내용이나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를 보안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제도가 바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상설특검법'입니다. 법률로 특검의 수사대상과 임명절차 등 구체적인 방식을 정해두었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바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어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는데요.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특검이 임명된 이후로 한 번도 활용된 적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를 정한 법률"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상설' 특검법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 민주당 '김건희 특검' 법안 발의... 대통령실, "'요건'에 성립하지 않는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고 나선 만큼, 민주당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과 9월 두 건의 '김건희 특검'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등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 임명 등을 명시한 법률안인데요, 별도로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개별특검'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과 9월 '김건희 여사' 특검 임명 법률안을 발의했다. 사진=법안정보시스템 갈무리

먼저 개별특검법이 통과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봅시다. 의안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이 제출한 두 법안은 통상적인 국회 법률안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회 법률안은 <발의(제출) ▷ 본회의 보고 ▷ 소관위원회 회부 ▷ 입법예고 ▷ 위원회 심사 ▷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 심사보고서 제출 ▷ 본회의 심의 ▷ 정부 이송 ▷ 공포>를 거쳐야 비로소 제정되는데, 현재 두 건 모두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그런데 법사위 명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통과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본회의에서 통과가 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법조계는 특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반면 민주당이 선택한 전략은 아니지만 '상설특검법'의 경우,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2014년 상설특검법을 도입하면서 함께 마련된 시행령을 살펴보면, ▲수사대상자 ▲범죄사실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면'으로 특검 수사를 결정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구체적인 '위법 사유'가 있어야만 특검의 수사가 개시될 수 있는 거죠. 

 

상설특검법에 의하면, 범죄사실을 명시한 서면을 바탕으로 특검 수사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갈무리

종합하면 '상설특검법'의 경우 '위법성'등을 명확하게 밝혀야만 특검이 임명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요건에 해당되는지 그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별특검법'을 택했기 때문에, 따로 도입 요건에 해당되는지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수사기관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감지하면, 정당이 개별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공식적인 처리 절차를 거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 201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여야 정당이 공동 개최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입법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면, 민변은 "특검제도는 정치권에 의해 정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 내지는 악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진단한 바가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뉴스톱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도입하기 위한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을 '거짓'으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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