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일 정상회담, 무엇을 이뤘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3.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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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대한수출규제 해제, 그밖엔...

한일 정상회담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 경제계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며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각계 시민단체들은 국가적 자존심을 내팽개친 대가로 도대체 무엇을 얻은 것이냐고 따져 묻습니다. 뉴스톱이 한일 정상회담의 이슈와 결과물을 분석해봤습니다.

출처: 일본 총리실
출처: 일본 총리실

①의제 - 양국관계 정상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두 정상이 내놓은 결과물은 공동기자회견문 뿐입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모두 ‘관계 회복’,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통상 공동선언 또는 합의문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정상회담은 물밑에서 무언가를 조율해 합의했다고 발표할 재료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분히 윤석열 정부가 ‘대화 재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경제, 안보, 인적·문화 교류 협력을 증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②윤석열 정부가 얻고자 했던 것

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이뤄내려 했습니다.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공 판결을 내놓으면서 급격히 경색된 양국 관계는 이후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와 코로나19 탓에 사실상 ‘단절’ 일보직전으로 치달았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국산화’와 ‘도입선 다변화’라는 카드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책임 있게 응하라는 요구를 바탕에 깔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일본은 과거사 문제는 1968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정리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보복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고 싶었습니다. 한일관계는 2012년 아베 집권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됐습니다. 윤 정부는 악화된 한일관계의 상징적 조치인 일본의 대한(對韓)수출규제 해제를 첫번째 성과로 제시합니다.

 

③일본 정부가 얻고자 했던 것

이번 정상회담은 다분히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접근으로 성사된 측면이 강합니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특별히 얻고자 했던 게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죠.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공 해법으로 ‘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수용해 제시하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총리에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문구를 읽어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도 들리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한국 정부의 ‘구애’를 짐짓 뿌리치지 못한 척 받아준 겁니다.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일본을 괴롭혀 왔던 과거사, 즉 일제 강점기 피해에 관한 사과와 배상 요구를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선물을 받은 셈입니다.

 

④손익계산서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은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하였습니다.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로 내놨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철회하기로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와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이 규제 조치의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입니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봐도 일본은 그동안 수출하지 못하게 했던 재화에 관한 규제를 푼 것입니다. 일본은 이 조치로 자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한국으로 물건을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으로선 수출규제 해제가 오히려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뜻입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양국 관계의 정상화 대가로 한국 경제는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우리나라 수출액 연간 26.9억 달러 증가 기대”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상의의 싱크탱크인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한·일 관계 개선으로 기대되는 수출 증대 효과인 26.9억 달러는 국내 수출증가율의 0.43%포인트 상향요인”이고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對일본 수출증가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지난해 수출규모는 6835억 달러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의 경제적 효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출액 증가분 26.9억 달러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액수입니다.

 

⑤내팽개친 자존심의 대가는?

과연 과거사를 제쳐두고 얻어낸 이번 정상 회담은 무엇을 이끌어냈을까요? 이도운 청와대 대변인은 “외교라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마음을 연 게 맞을까요? 일본은 마음을 열어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과거사 문제는 덮고 가자는 윤석열 정부의 제안을 일본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외교관계는 엄격한 상호호혜주의가 기본입니다. 준만큼 받는 거죠. 과연 일본은 우리의 마음을 열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요?

한일 정상회담 끝나고 회담중 독도(다케시마)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일본측이 언급했다는 NHK 등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언론에 두 가지 사안을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오락가락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가, 정상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언론 해명도 있었습니다. 보통 외교에서는 합의된 의제가 아니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일본측이 이를 언급했다면 결례이거나 외교적 프로토콜을 무시한 겁니다. 게다가 이를 언론에 공개하고 이를 확인해 줬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무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은 결단을 내려서 일본을 존중했지만 돌아온 것은 일본의 언론플레이였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일방적인 구애, 그리고 현재 상황을 이용하려는 일본의 계산적 외교입니다. 정말 한국과 일본은 미래지향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양국간 대화는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풀어야할 문제는 아직도 쌓여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의 배상이 이뤄지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양국 현안이 풀려야 국민들은 이번 ‘관계 정상화’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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