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선별적으로 회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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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선별적으로 회수하자
  • 이상민
  • 승인 2020.03.2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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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재정체크]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이 대안인 이유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유령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자만 피해자가 아니다. 경미한 미열에도 자가격리를 결단한 생활인, 개학을 늦춘 전국의 학생, 학부모들 모두 직접 피해자다. 금요일 저녁 시내 극장가 줄서던 맛집도 한산하다. 주식은 10년 전 수치로 돌아가고, 내수는 얼어붙고, 공장이 멈추고 있다.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한 특단의 재정정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난기본소득’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깨끗한 물이 가장 필요하다고,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논의의 홍수 속에 온갖 개념이 섞여 있어 혼란스럽다. 마치 유령처럼 실체가 모호하다.

최근 언론에서 서울시, 전주시 등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소득, 피해 정도 등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주민 대상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실행하는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언론에서 말하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다는 뉴스는 사실 일부 재난 취약계층에 재난 구호금을 준다는 뜻이다. 

반면,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한 재난기본소득은 소득 등의 차별없이  모든 국민에 100만원의 기본적인 소득을 일시적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선별적 재난 구호금과 보편적 소득지급 정책은 전혀 다른 제도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재난기본소득’ 이라고 동일한 명칭으로 부르다 보니 혼동이 발생한다.

이글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재난에 따른 지원금 정책을 편의상 두 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첫째는 피해자 선별 없이 전 국민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재난기본소득’이라고 칭한다. 둘째는 특정 피해자, 피해지역을 선별하여 현금이나 지역상품권을 주는 ‘재난수당’이다. 이 둘을 이번 코로나19 추경예산 등의 기존의 선별적 대책과 비교하고자 한다.

지불수단이 현금인지 또는 지역상품권인지는 구별하지 않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어차피 특정 지역에서만 지출할 수 있는 소멸되는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더라도 상품권을 지출하는 것만큼 현금을 저축할 수 있다. 현금이나 지역상품권이나 행정적 형식은 달라도 경제적 실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재난기본소득, 재난수당, 기존 선별대책 비교>

정책

재난기본소득

재난수당

기존 선별대책

개념

소득, 연령, 피해정도 구별하지 않고 국민에 일정한 소득금액 지급

재난 노출 특정지역,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실업자 제한적인 사람에 수당지급

융자, 세금감면, 재정정책 혼합한 현재의 추경안.

주장

김경수, 이재명, 김부겸, 윤형중,

서울시, 전주시, 화성시, 포항시, 강원도, 이재웅, 최한수

기재부, 청와대

장점

-피해자 선별 불필요함

-즉각적으로 시행가능

-자가격리자 모든 간접적 피해자에도 지원가능

-잠시 멈춰야 한다는 보건적 역할 가능

-재난기본소득보다 재원이 들고 집중적지원 가능

-재난기본소득과 기존선별대책의 장점을 취합가능함.

-취약계층등 최우선 계층에 집중적 지원가능

-재정승수가 직접지원보다 높음.

-기존의 제도를 응용할 있으며, 효과가 검증됨

단점

-재정 소모가 많음

-투입재정 대비

소비증진 도움 여부 미지수

-아동수당,기초연금 기존 제도와 충돌,

-복지 통폐합시 역진적 소득 효과 가능

-올해 코로나19 인한 소득감소자 파악 불가능

-수당지급 그룹에도 비피해자 존재, 비수당지급 그룹에도 피해자 존재 가능(정책의 루프홀 존재)

-재난기본소득과 기존 선별대책의 단점도 모두 보유

-피해자 선별이 어려움

-다수의 재난 직간접 피해자도 정책에서 소외될 있어

- 코로나19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관행적 처방임.

평가

피해가 전국단위, 전국민단위에 걸쳐있어피해자 선별이 불가능하며, 즉각적인 정책이 필요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때는 좋은 수단

 

그러나 지원되는 돈이 지출에 쓰이지 않아 투입되는 재원이 비해 낮은 효과산출

재난기본소득의 장점과 기존 선별지원의 점점을 취합하여 직접적인 피해자 취약계층에 집중적이고 긴급한 지원 가능.

 

그러나 (재난)기본소득의 단점과 기존 선별지원의 단점 모두 나타날 있음.

재정 지출액이 실집행될수 있으며, 융자나 보증사업을 통해 투입 재정대비 높은 승수효과 가능.

 

그러나 정책의 루프홀이 많아 광범위한 재난 피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

  • 이상민(2020.3.17), 나라살림브리핑 28재정부담을 최소화한 재난기본소득 방안(보편지급, 선별환수)

 

A. 재난기본소득 정의 및 장단점

 

① 재난기본소득이란

→국민 모두에게 차별 없이 현금을 주는 정책

먼저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부터 말해보자. 기본소득은 정기성, 현금성,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이 5가지 조건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소득이나 나이 등을 구별하지 않고, 현금으로, 누구에게나, 무조건, 계속 주는 정책이 기본소득의 정의다.

재난기본소득은 이러한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을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다. 위에서 말한 기본소득의 5가지 조건 중 정기성에 위배되니 정확히 말하면 기본소득은 아니다. 다만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확장적으로 변형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를 편의상 재난기본소득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②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골라낼 수 없는 위중한 상태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를 특정하기조차 어렵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이 도처에 넘쳐난다. 구직활동조차 어려워졌다. 내수가 총체적으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선 모든 국민이 피해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피해자를 골라내서 지원할 수 있을까?

특히, 재난기본소득은 보건적 장점이 있다. 국민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격리하려면, 버틸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1주일도,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위급상황이라는 인식이다. 심각한 내수 침체가 줄도산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기 전에 내수부양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③ 단점과 한계는

→돈은 많이 들지만 효과가 보장되지 않아

당연한 말이지만 재난기본소득은 돈이 많이 든다. 전 국민에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52조원이 필요하다. 50만원을 준다하면 26조원이 든다. 감내할 수 있는 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버틸 수는 있다. 다만, 대단히 큰돈이다.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금액이다.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효과가 입증되어야 사용 가능한 정책이다. 한 번 시험적으로 해보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한마디로 가능성은 있지만, 실효성이 입증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은 “지금 출혈을 두려워할 때는 아니다. 지금 52조원의 출혈이 두려워서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100조원의 돈이 필요한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재난기본소득이 효과적인 수술이라야 가능한 논리다. 즉, 환자(경제)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아니 적어도 효과적인 치료방식이라면 52조원이라는 출혈을 감내할 수도 있다. 그런데, 52조원의 출혈을 감내하고 수술을 했는데 이 수술이 불필요한 수술이라면 어떨까?

현재 내수가 엉망인 이유는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있어도 나가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을 주는 것은 중증 외상 환자에 몸보신하라고 비싼 녹용을 주는 것 아닐까? 녹용이 아무리 비싸도 사람만 살릴 수 있다면, 더 비싼 약이 필요한 상황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특단의 대책으로 녹용을 줄 수는 있다. 그런데 정말 녹용을 먹으면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물론 당장 쓸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저소득층도 많다. 당장 생계도 막막하다. 이런 계층에 현금이 지급되면 지출이 늘고 내수 부양 효과가 있다. 그런데 중산층이나 상류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도 돈을 쓰지 않고 저축으로 이어지면, 내수 증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이전지출의 승수는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낮은 0.2~0.3(1년 누적)에 불과하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10조원의 자금을 재난기본소득으로 나누어주어도 국내총생산(GDP)은 2조원 ~ 3조원 증가에 그친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은 소비 대신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50만원의 연말정산 환급금이 들어왔다. 첫날 소고기 한 번 사 먹은 것 외에는 고스란히 내 통장 잔고를 늘리는 데만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돈을 주었는데도 쓰지 않는 중산층과 상류층은 빼고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사람에게만 지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만든 '재난 기본소득' 실시 촉구 캠페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만든 '재난 기본소득' 실시 촉구 캠페인.

 

B. 재난수당 정의 및 장단점

 

①재난수당이란

→특정 지역·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역상품권이나 현금을 주는 재난구호금

먼저 재난수당이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이번 추경예산사업 정도의 기존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재난기본소득이 논의되고는 있으나, 앞서 말한 대로 투자재원대비 효과가 불명확하다. 돈을 주어도 쓰지 않을 사람에게도 현금이 지급되어 비효율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돈이 필요한 사람만 골라서 일종의 재난구호금을 지급하자는 것이 재난수당이다.

이러한 재난수당은 이미 몇몇 지방정부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전주시는 일정소득 이하인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52.7만원을 주기로 의결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30~5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전주시, 서울시는 이 정책의 이름을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재난수당이라고 칭하자).

 

②기존 선별적 재정대책의 한계

→필연적으로 수혜 사각지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이 논의되는 이유는 기존 관행적인 재정 지출 방식만으로는 이번 코로나19 경기 위축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대응하고자 이번 추경을 통해 10.9조원의 추가 예산지출이 확정되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지출 규모는 8.5조원이었으나 국회심의과정에서 2.4조원이 순증 되어 10.9조원이 되었다. 10.9조원의 기존 관행적인 방식의 추가 예산지출은 많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기존 관행적인 방식이란 선별적이고, 간접적이며 현물 위주의 대책을 뜻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19 대응에 만일 가장 필요한 것이 어떤 의료시설이라고 하자. 국민에게 현금을 주느니 정부가 직접 재정지출을 통해 의료시설 구비하는 것이 더 낫다. 아니면 의료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도 좋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있다.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을 주면 기업이 살아날까? 100만원의 현금보다는 100만원 만큼의 지급보증을 통한 1억원 융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만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모든 피해자와 피해유형을 모두 정확히 파악할수만 있다면, 기존의 선별적, 간접적, 현물위주의 대책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모든 피해자와 피해 유형을 총망라한 선별적 대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에 대구 등 특별재난지역 내 소상공인의 전기료를 절반 경감하는 대책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전기료 감면일까? 업종에 따라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이 있다. 그리고 아예 휴, 폐업을 한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혜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융자사업은 재정 투입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크다. 그러나 융자금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그나마 나은 측에 속한다. 융자할 여력도 없는 계층에겐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결국, 기존 선별적 정부 정책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광범위하고 전국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코로나19 사태에는 사각지대가 많은 정책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정책에서 소외되게 된다. 무엇보다도 위축된 내수를 살리고자 한다면 수십조원의 재정투입이 필요한데 기존 선별적 방식으로는 수십조원을 쓸 수 있는 정책 수단도 별로 없다.

 

③장점만 모은 재난수당이 최고의 정책?

→장점을 취합해서 만든 정책은 단점도 같이 포함 될 수 있어

그래서 논의되는 정책이 재난수당이다. 상술한 대로 중산층 이상은 돈을 받아도 잘 안 쓰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이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저소득층 등 특정 계층에만 현금을 직접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저소득자, 실업자, 특별재난지역 등의 사람들만 선별해서 현금을 주는 정책이라면, 기존 관행적 방식의 장점과, 재난기본소득의 장점만을 취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재난수당에는 기존 관행적 방식의 단점과 재난기본소득의 단점들도 같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만 돈을 준다면 재난기본소득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런데 저소득층을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까? 가능한 방식은 작년 국세청 소득 기준으로 골라낼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는 돈을 잘 벌었으나 올해 코로나19로 소득이 급감한 사람에는 작년소득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년에는 소득신고를 많이 했으나 코로나19로 이번 달에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바로 증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특정업종, 특정지역에 속한다고 다들 상황이 비슷할까? 실업자라도 환경이 각각 다르다. 지원 대상 업종에 속한다 하더라도 어떤 업체는 선방했을 수도 있다. 특별재난지역에 속하지는 않지만, 대구에 있는 소상공인보다 더 큰 피해를 본 다른 지역의 자영업자도 있다. 금수저를 입에 문 실업자도 존재한다. 이를 정확히 골라낼 수 있는 방식이란 게 존재 할 수 있을까?

 

C. 보편적 지급, 선별적 회수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 필요성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과 광범위한 피해자 구제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선별적 대책은 물론 선별적인 재난수당도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난기본소득은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현금을 똑같이 다 나눠주고 받은 재난기본소득을 지출하지 않고 저축하는 성향이 높은(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중산층 이상에 지출한 소득의 일부는 다시 환수하는 것이 어떨까?

이제부터는 졸고 나라살림브리핑 제28호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보편지급, 선별회수) 방안을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누리고 있는 소득공제항목이 있다. 바로 기본공제 150만원이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 소득 전체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과 부양가족 1인당 150만원의 금액을 일률적으로 소득금액에서 공제한 이후에 세금을 계산한다. 내 소득이 1천만원이고 부양가족이 한 명이라면, 나와 부양가족을 합쳐서 300만원을 공제받는다. 내 실제 소득은 1천만원이지만 세금부과대상 소득은 700만원으로 준다. 본인 및 부양가족 일인당 150만원을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제도를 기본공제라고 칭한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일률적으로 받는 150만원의 기본공제 항목은 무척 평등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을 많이 보고 저소득자는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는 대단히 역진적인 제도다.

고소득자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소득세법에 따라 연봉이 5억원을 넘으면, 추가적으로 버는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42%다(정확히 말하면 과표 5억원 초과 소득자의 한계세율은 42%다.) . 반면, 우리나라 소득자 하위 40%가량의 면세점 이하 저소득자는 어차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세금을 어차피 한 푼도 내지 않는 하위 40% 노동자에는 기본공제 150만원이 거의 의미가 없다.  6% 세율을 적용받는 저소득 노동자도 150만원이 공제되어봤자 세금 인하액은 9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연봉 4000만원 노동자는 기본공제에 따라 줄어드는 세금 액수는 22.5만원이다. 반면, 연봉 8000만원의 노동자는 같은 금액을 공제받아도 36만원의 세금 감면혜택이 발생하고, 연봉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는 무려 63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위 40%에는 0원의 세금 감면을,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에는 63만원의 세금 특혜를 주는 것이 바로 기본공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공제 대신 약 5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하위 40% 노동자는 물론 실업자, 비경제 인구 모두 가릴 것 없이 50만원의 소득이 발생한다. 기본공제가 없어져도 하위 40%노동자는 세금 증가액은 거의 없다. 애초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감면 세금도 거의 없다. 가구단위로 보면 더욱 드라마틱하다. 면세점 이하 하위 40% 소득자가 부양가족이 3명 있다면, 4명당 50만원씩 총 2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쓸 돈이 부족해서 돈을 못쓰는 소득 하위계층은 받은 재난기본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게 된다.

반면, 연봉 약4000만원인 사람은 5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대신 내년에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약 30만원이다. 기본공제 삭제 효과뿐만 아니라 50만원 재난기본소득도 과세 대상 소득금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50만원의 기본소득과 30만원의 추가세금을 고려하면, 순 혜택은 20만원이다. 그래도 딸린 식구가 많으면 나름 쏠쏠하다. 4인가구라면 순 혜택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다.

연봉 8000만원의 고소득자는 50만원을 받아도 내년 추가 발생 세금액은 48만원이다. 사실상 본전이다. 특히, 연봉 5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자도 재난기본소득금액으로 50만원을 받지만, 내년 추가 세금을 감안하면 오히려 34만원 손해를 본다. 그래도 연봉이 5억원을 넘는다면 연 34만원의 손해는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연봉 5억원인 초고소득자가 세금이 34만원이 더 증가한다고 지출이 감소할 것 같지는 않다.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 시행시 가구 소득별 혜택 금액>

 

면세점 이하 하위 40% 소득자 혜택

연봉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 혜택

기본공제

재정개혁형 기본소득

순혜택

기본공제

재정개혁형 기본소득

순혜택

1인가구

0

50만원

50만원

63만원

50만원

-34만원

4인가구

0

200만원

200만원

252만원

200만원

-73만원

 

 

연봉 4000만원 소득자 혜택

연봉 8000만원 소득자 혜택

기본공제

재정개혁형 기본소득

순혜택

기본공제

재정개혁형 기본소득

순혜택

1인가구

22.5만원

50만원

20만원

36만원

50만원

2만원

4인가구

90만원

200만원

102.5만원

144만원

200만원

44만원

  • 순혜택 금액은 재정개혁형 기본소득 금액에 기본공제 세금감면 금액과 50만원의 기본소득에 부과되는 세금부과를 감안해서 산출한 금액임.

 

결국,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이란 재난기본수당의 장점대로 모든 국민에 50만원의 현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줄수 있는 방안이다. 자가격리에는 돈이 든다. 버틸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며칠 버티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이럴 때 전국 모든 4인 가구에 200만원의 현금이 지급된다면,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생활지원의 역할은 할 수 있다. 다만, 중산층 이상의 계층은 지급되는 재난기본소득액의 상당부분을 지출하지 않고 저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본공제를 삭제하여 중산층에 지급되는 재난기본소득의 약 절반 가량은 내년에 세금으로 환수하게 된다. 고소득층은 순 혜택이 0원, 초고소득층은 오히려 세금증가금액이 약간 더 많다. 부양가족이 많을 수록 혜택도 커진다.

재원은 전 국민에 차별 없이 지급한다면 약 26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년에 기본공제 삭제와 50만원의 기본소득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약 8.5조원을 환수할 수 있다. 17조원 남짓의 재원만으로 전국민에 50만원을 지불할 수 있다면 할만한 정책이지 않을까?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보편지급, 선별 환수) 장점 효과

개념

  • 일정 금액을(예컨데 50만원) 현금으로 소득, 연령, 재난피해 여부 차별없이 기본소득 형식으로 배포함.
  • 인적공제 폐지 근로소득공제 정비를 통해 고소득자 세금을 선별적 환수
  • 각종 재정개혁 방안을 통해 국채발행 최소화

장점

  • 피해자 선별 불필요함
  • 즉각적으로 시행가능
  • 자가격리자 모든 간접적 피해자에도 지원가능
  • 잠시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 가능
  • 취약계층등 가장 필요한 계층에 선별적으로 집중적으로 지원가능
  • 재정승수가 높고 효과가 검증된 기존 선별적 재정제도와 병행 가능.
  • 기존의 제도를 응용할 있으며, 효과가 검증됨
  •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를 통해 재정건전성에 부담 적은 방법
  • 작년 소득이 아닌 올해 소득에 따라 내년에 환수 가능

재정

개혁

효과

  • 재정 개혁을 통해 재정 효율성 증대 가능
  • 누진성 강화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
  • 면세자 비율 축소를 넘어 국민 개세주의 실현
  • 전국민이 공적이전소득 계좌를 통해 정부와의 재정적 커뮤니케이션 수단 확보

 

추가 논의과제 그리고 부가효과

국민적 합의에 따라 금액조절도 가능하다. 만일 17조원이 부담된다면 50만원이 아니라 45만원, 40만원으로도 금액조절이 가능하다. 아니면 5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으로 상향할 수도 있다. 100만원으로 상향한다면, 기본공제 삭제 외에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추가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만 받는 혜택이다. 근로소득자보다 자영업자가 코로나19의 더 큰 피해자다. 이에 근로소득공제를 정비하여 근로소득자에는 적은 금액의 재난기본소득을, 자영업자에는 큰 금액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도 법 기술적으로 간단한 일이다. 근로소득공제 정비는 사회적 합의와 재원에 따라 미세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 국민에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다른 여러 긍정적 효과도 부가적으로 발생한다. 전 국민이 국가와 지방정부와 재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금융계좌를 모두 갖게 된다는 장점도 발생한다. 노숙자와 신원불명자도 계좌를 갖게 하는 커다란 유인책을 제공한다. 면세자를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납부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에도 근접해진다. 일정 금액을 원천징수하고 지급한다면,  모든 국민이 세금 신고를 통해 원천징수된 재난기본수당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조세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게 된다. 조세인프라 개선에 따른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추후 논의를 통해 이러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보편지급, 선별환수)’방안을 올해 일회적 수단이 아니라 금액을 일정 부분 조절하여 영구적인 ‘기본소득’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소득의 주요한 요건 중 하나는 ‘정기성’이다. 정기성을 가지지 않은 재난기본소득은 그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아니다. 지루한 개념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기성, 현금성,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이라는 기본소득의 5가지 조건은 단순한 열거식 조건이 아니다. 각각의 조건이 서로 상보성을 지니고 있어, 5가지 중 어느 한 가지가 존재하지 않으면 기본소득의 장점도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발생한 일회적인 소득은 지출보다는 예금을 독려하는 부작용이 있다. 언제 또 소득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에 우연히 생긴 소득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년 정기적으로 소득이 발생한다는 확신이 든다면, 저축의 동기가 약해지고 지급된 소득을 지출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회적인 ‘재난기본소득’을 떠나서 금액을 좀 조절하더라도 기본공제를 없애고 수십만원의 기본소득을 영구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이 항구적 기본소득으로 전환된다면, 기존 기본소득제도와의 차이점이 있다. 기존 기본소득제도는 다른 복지제도와 병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첫째로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다. 월 10만원 이상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기존 복지제도를 유지하기는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 둘째로 기본 소득의 비효율성과 단점을 기본소득제도로 대체하려는 것 자체가 기본소득론자의 이론이기도 하다.

반면,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은 기존 선별적 복지제도와 병행을 추구한다. 기본소득으로 기존의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복지제도의 빈틈을 보완하는 여러 복지제도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기본소득’에 방점이 찍혀있기보다는 기존 공제제도의 비효율성 및 역진성을 보완하고 국민개세주의를 이룩하여 조세인프라 확보를 위한 수단에 강조점이 존재한다. 아동수당 같은 기존의 보편적 제도도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아동수당 같은 보편적 현금지급에도 세금을 부과해보자.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고자 획기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모든 대책에는 장단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존 대책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만을 담고자 설계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잃을 것은 기본공제요, 얻을 것은 기본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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