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의 3대 오너 이재용-정의선 '전략적 동맹'을 맺다

[뉴스의 행간] 두 달만에 또 만난 이재용-정의선

  • 기사입력 2020.07.22 11:55
  • 최종수정 2020.07.22 11:56
  • 기자명 김준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났습니다. 두 그룹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의견을 나눴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달만에 다시 이뤄졌습니다. 513일 정의선 부회장은 충남 천안시 삼성SDI를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났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현대차 방문은 지난번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 강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협력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육성과 발전에 협력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현대차 두 그룹의 사이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두달만에 또 만난 이재용-정의선,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라이벌에서 동반성장으로

현대와 삼성, 전통의 재계 라이벌입니다. 1980년대 이후 이들은 재계 1~2위를 다투며 협력하기 보다는 견제하는 포지션이었습니다. 농구 배구 등 스포츠경기에서 삼성-현대 라이벌전은 다른 어느 경기보다도 박 터지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두 그룹이 최근 들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라이벌에서 협력관계로 전략을 수정한 겁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 삼성은 전자에, 현대는 자동차에 자원을 집중시키면서 서로 영역이 겹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과거 삼성은 자동차 시장에, 현대는 전자 산업에 뛰어들어 경쟁하면서 협력이 어려웠씁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2세 승계 과정에서 현대차, 현대,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으로 분할이 됐고 삼성 역시 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됐고, 호텔 등 다른 사업은 이부선 등 형제들이 가져갔습니다. 전자와 자동차라는 확실한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이 되면서 영역겹침 문제는 줄어들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두 번째, 3대 경영인의 리더십입니다. 1대 정주영-이병철 2대 정몽구-이건희 때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고 앞서 말했듯이 사업영역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3대 이재용-정의선은 굳이 라이벌 의식을 가질 이유가 적습니다. 68년생 이재용과 70년생 정의선은 나이도 비슷하고 부친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그룹의 먹거리를 찾아내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유리해졌습니다.

세 번째, 강력한 해외 기업의 등장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차 모두 국내 무대를 벗어나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외에는 '막강한 외계인'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해 37만대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의 주가는 242만대를 판매한 포드의 100배가 넘고 시가총액으로는 GM과 포드를 합친 것보다 테슬라가 더 높습니다. 구글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공동으로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협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서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라

최근 한국 대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늘고 있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달초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만났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10대 배터리 업체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기 위해서입니다. 삼성과 현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은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되고 현대차그룹은 초격차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 제휴는 최근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집권 이후 전세계가 WTO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는 움직임인데다 코로나사태 이후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며 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이들 그룹이 주목하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는 각각 인공지능과 기후변화를 위한 탄소감소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해서 전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영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조금이라도 기술격차를 벌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겁니다

 

3. 동병상련의 부회장들

이재용-정의선은 3대 경영인에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새로운 리더십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주목할 것이 있는데, 경영승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부친이 와병중이라는 겁니다.

지난 18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와병설이 불거졌습니다. 작고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는데 현대차에서 정몽구 회장이 대장에 염증이 있어서 치료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건희 회장 역시 수년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재용-정의선 두 부회장은 사실상 회장이나 마찬가지지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고, 그룹을 장악했지만 지분으로 완전히 장악한 상태는 아닙니다. 부친으로부터의 지분 상속 문제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상황입니다.두 사람이 최근 급격히 가까워진 것이 이런 '동변상련'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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