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제대로 된 마스크 지침이 없다는 김미애

'망사 마스크 논란' 김미애 미래통합당 비대위원 발언 팩트체크

  • 기사입력 2020.08.27 12:09
  • 최종수정 2023.03.07 11:49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망사마스크를 쓰고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면담했던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이 여론의 폭격을 맞았다. 다음날 그는 식약청장을 상대로 고백성 질의를 던져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뭔가 기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의경 식약처장을 상대로 질의를 펼쳤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7개월쯤 되면 복지부 식약처가 어떤 마스크가 시중에 유통되는지 확인하고 표시된 광고가 사실인지 확인을 하고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착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대로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망사마스크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는 나노 마스크라고 알고 있는데 지지자 한 분이 써보고 좋다면서 줘서... 포장에 97.1% 차단 효과가 있다고 믿고 썼는데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처장을 상대로 "(제품이 성능 시험을 받은)FITI연구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저처럼 많은 국민들도 어느 것을 써야하는지 모를 것 같다"고 말한 뒤 "이것(망사 마스크를 지칭) 포함해서도 회사가 신청을 하면 제대로 테스트를 해서 허가를 해 주실지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톱은 김 의원의 발언을 팩트체크했다. 김 의원은 질의 도중 스크린에 망사마스크 2종의 화면을 띄웠다. 모두 오픈 마켓 등을 통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망사형 마스크이다. 두 제품 모두 나노 원단을 사용했고 분진포집효율 시험을 거쳤다고 광고하고 있다.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망사마스크의 광고. 식약처의 KF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코로나 비말차단에 효과' 라고 광고한다.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망사마스크의 광고. 식약처의 KF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코로나 비말차단에 효과' 라고 광고한다.

 

①포장에 97.1% 차단 효과라고 써 있으면 비말 차단?

→ 사실 아님. KF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는 차단여부 확인할 수 없음.

김 의원은 "지지자 한 분이 써보고 좋다면서 줘서... 포장에 97.1% 차단효과가 있다고 믿고 썼는데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망사형 마스크를 착용하면 비말을 차단할 수 있는가 여부다. 

해당 제품들은 공산품이다. 식약처의 KF인증을 받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비말을 차단하는 효과에 대해서도 검증받지 않았다. 그러나 한 제품은 "KF 등급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하면 KF94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인한 비말 차단용으로도 효과적"이라는 문구도 내걸었다. 

대체 '코로나로 인한 비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비말의 오기라고 봐준다고 해도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다. FITI시험연구원에서 받았다는 시험성적서를 여러장 첨부해놨는데 대부분 마스크 재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성적서이다. 필터투과율에 대한 시험성적서 한장을 첨부해놨지만 아무리 확대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광고 문구에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97%까지 차단한다고 써있을 뿐이다. 

KF는 Korea Filter의 줄임말이다. 식약처가 도입한 기준으로 한국의 보건용 마스크 등급을 나눌 때 사용된다. KF80은 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다.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망사마스크 중 식약처로부터 KF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②복지부·식약처가 마스크 지침을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 사실 아님. 이미 지침은 수차례 밝힘

김 의원은 식약처가 마스크 지침을 제대로 내리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식약처는 공식 블로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의약외품' 마스크는 미세입자나 비밀 등의 차단 성능이 검증된 제품으로, 구매 시 반드시 '의약외품'표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의약외품 마스크가 없을 경우 천 마스크나 일회용 마스크 등과 같이 공산품 마스크도 도움 됩니다. 다만, 공산품 마스크는 비말 차단 성능이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의 공식입장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는 식약처의 KF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신천지교회에서의 대량 발병 사태 이후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소위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자 당시 식약처는 "면 마스크라도 쓰면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마스크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지금은 KF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라는 게 식약처의 권고다.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명확히 이를 밝혔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경우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기침 목아픔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은 KF80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F-AD 인증을 받은 비말차단용 마스크, 혹은 수술용마스크(덴탈 마스크)는 건강취약계층이나 만성 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착용할수도 있다고 권고한다. 

시중에 망사형, 인견, 호기밸브식 등 다양한 유형의 공산품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막지는 않는다. 착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도 없다. 허위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공산품 마스크를 만들어 파는 것은 제조업자의 자유다. 

 

③ 마스크 회사가 신청하면 테스트해서 허가를 해주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

김 의원은 망사 마스크를 들어보이면서 "이것 포함해서도 회사가 신청을 하면 제대로 테스트를 해서 허가를 해 주실지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 이런 김 의원의 언급은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마스크 제조회사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가져와 KF등급 허가를 내달라고 하면 식약처는 인증 시험을 거친 뒤 통과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하고 있는 기본 업무인 셈이다. 공산품 마스크 제조업자들이 KF 인증을 받는 것을 정부가 막을 이유가 없다.

다만 나노필터를 사용한 제품은 현재까지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보도자료 를 통해 "나노필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마스크 필터로 허가받아 사용된 적이 없는 신물질로서,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철저하게 안전성을 검토하고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출처: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김미애 의원은 자신의 무지를 쿨하게 인정했다. 김 의원의 질의로 망사형 마스크가 비말 차단 능력을 인증받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상황에선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KF등급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분명히 밝혔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산품 마스크 제조업자들은 서둘러 KF 등급 인증을 받거나, 그럴 계획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는 광고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소비자 개인이 <의약외품> 표시가 있는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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