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친환경 석탄? 친환경 원자력? 그린워싱!!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7. 친환경 석탄 발전과 친환경 원자력, 에너지도 그린워싱

  • 기사입력 2022.09.23 18:24
  • 최종수정 2022.09.30 20:18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그린워싱은 쉽게 발견됩니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이 친환경의 옷을 입고 있는 겁니다. 인류역사보다 오랜 기간 동안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쏟아내는 원자력발전도 친환경이라고 주장합니다. 뉴스톱이 과연 이들은 친환경인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환경운동연합
출처:환경운동연합

◈친환경 석탄발전?

202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의 발전기는 모두 57기입니다. 4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재인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도 석탄 발전 비중을 낮추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8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21.2%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가동연한(30년)을 채운 석탄발전소 26기를 가스(LNG)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석탄 발전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탄발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904(톤/㎿h)로 LNG(0.291) 보다 3배 이상 큽니다. 초미세먼지(PM2.5)배출계수는 0.12㎏/㎿h로 액화석유가스(LNG) 발전보다 8배 큽니다.

그렇지만 석탄발전 사업자는 온갖 아름다운 말을 동원해 석탄발전에 친환경의 옷을 입힙니다.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들의 홍보 문구를 보겠습니다. “삼척블루파워는 2100MW급 대용량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 입니다”, “강릉에코파워(주)는 강릉시 안인리 일원에 조성되는 국내 총 발전설비 144,412MW(2023년 기준)의 약 1.44%로 2080MW 설비용량으로 건설되는 국내 최대의 친환경 발전소입니다” 라고 각각 홍보합니다.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 최대의 친환경 발전소를 주장하지만 결국 석탄발전이 재생에너지보다 환경친화적일 수는 없습니다.

출처: 삼척블루파워, 강릉에코파워 홈페이지
출처: 삼척블루파워, 강릉에코파워 홈페이지

시민단체 기후솔루션과 세계 각국의 NGO들이 함께 펴낸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 보고서는 이런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 일본, 호주와 같은 국가들이 노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신규 발전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탄소 포집 및 기타 “청정 석탄” 기술 사용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석탄발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확실하고 고비용이며, 시급한 과제인 탈석탄을 방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친환경 원자력?

지난 9월20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녹색분류체계란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지침입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녹색경제활동은 6대 환경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순환경제, 오염, 생물다양성)중 하나 이상에 기여해야 하고, 심각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며, 인권∙노동∙안전∙반부패∙문화재 파괴 분야의 관련 법규를 위반해선 안 됩니다. 원자력 업계에선 운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에선 핵 누출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핵 폐기물을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원전을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출처: 환경부 홈페이지
원전이 녹색산업에 포함된 K-택소노미 개정안 초안. 출처: 환경부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발표 당시엔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산업 부흥’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환경부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됐다는 이유를 들며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만 포함하기로 하고, 2031년부터는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해야 하고, 방사성 폐기물 처리계획과 관련 법률이 존재해야 하는 등 부대 조건이 많이 달려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부지선정 → 중간저장 → 영구처분 등 총 37년에 걸쳐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 소각장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핵폐기장은 부지선정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입니다. 현재는 폐연료봉을 원전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됩니다. 처분장이 없으면 원전을 계속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됩니다.

 

◈친환경 자동차, RE100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저공해 자동차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또는 수소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저공해자동차의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은 이런 법을 근거로 합니다. 차량 운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죠.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구요. 전기자동차를 만드는데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나요? 자동차 철판을 만들 때 용광로에 불을 때야 하고요, 타이어는 원유를 정제한 석유화학 제품이죠. 각종 기계장치와 전자장치를 만들 때도 필연적으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배출됩니다.

자동차가 달릴 때 기름을 때지 않아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고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 중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7.5%에 불과합니다. 자동차를 충전시킨 전기, 그러니까 전기자동차가 달리면서 사용하는 전기의 92.5%는 ‘깨끗한’ 전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출처: 국가통계포털
출처: 국가통계포털

누군가는 27.4%를 차지하는 원전이 생산한 전기는 ‘깨끗한’ 전기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이 주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100% 인증(RE100)에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발전기에서 나온 전기가 단일 전력망으로 투입돼 섞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현 상태로는 RE100 인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RE100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자체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소유하든지, 이런 공장을 위해서 별도의 전력망을 설치하든지 해야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은 RE100을 무역장벽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늦지않게 대비해야 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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