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멘트 공장 오염물질 배출, 정말 건강에 문제없나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3.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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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강원 오염물질 상당수 시멘트 공장에서 비롯
오염물질 배출 기준, 타 업종에 비해 낮아 규제 느슨
업체측 "일상생활 지장없어"...저감장치 설치 난색
개인이 피해입증 힘들어....정부차원 재조사 필요

충북·강원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가 지난 8~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멘트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강화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시멘트 공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2000년대부터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멘트 공장 측은 이를 전면 부정합니다. 왜 그럴까요? 뉴스톱이 알아봤습니다.

 

◆ 충북·강원 지역 시민단체 "시멘트 공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라" 

충청·강원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9일 이틀간 강원 영월군청 기자실과 충북 제천시청 앞에서 '자원순환세(폐기물반입세) 도입 전 시멘트공장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 강화'를 촉구하는 릴레이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들은 폐기물반입세 이전에 ▲우리나라 페기물 소각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초미세먼지 저감 설비인 선택적 촉매환원설비(SCR)를 시멘트공장에 설치 ▲시멘트 공장의 오염물질배출기준 270ppm을 신설 시멘트사 기준인 80ppm 이하로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ppm은 part per million 줄임말. 100만분의 1).

또 "시멘트공장 폐기물 반입·사용량 공개·주민건강 역학조사·환경오염 주민감시단 편성 등 8개 항에 대한 행정협의회의 답변하라"며 "60여 년간 질소산화물 등 시멘트공장에서 내뿜는 대기오염물질로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원·충청 지역 주민과 시멘트 공장 사이의 다툼은 2000년대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이는 전국에서 강원도와 충북에 시멘트 공장이 많기 때문인데요.

현재 강원도에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쌍용C&E 영월과 동해공장 등이 있습니다. 또 충청북도 제천 아시아시멘트와 단양(▲한일현대시멘트 삼곡공장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단양공장)에도 모여있습니다. 이 공장들은 전국 시멘트 생산의 90% 이상을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멘트 공장에서 매일 분진과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일산화탄소(CO) 등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앞서 환경부가 지난해 대형사업장의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지역별 대기오염 배출이 많은 지역은 충남 지역 다음으로 2위는 강원도(3만4066톤), 4위는 충북(2만1094)입니다. 충남이 대기오염 배출 1위인 이유는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화력발전소가 충남에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와 충북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상위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멘트 공장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오염물질 배출량 중 시멘트 제조업의 배출 비중은 강원도 85.7%(2만9196톤), 충북도 94.6%(1만9959톤)로 절대적입니다. 

특히 질소산화물질은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생성하는 물질이자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지난 2015년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 환경보건 종합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역주민 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평가 결과 시멘트공장 인근에 10년 이상 거주하면 진폐증과 간질성 폐렴, 제한성환기기능장해 등 발생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연구를 통해 소성로 보유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등으로 납·카드뮴·수은·비소· PAH 등에 대한 노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지역 거주 초등학생의 건강영향평가에서 요중 크롬 물질의 농도와 알레르기 눈병 증상 경험율도 높았습니다. 시멘트 공장 인근과 노출거리가 짧을수록 알레르기성비염 증상 경험이 많았고, 폐기능 검사 시 취약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 환경부 늦장 대응

이러한 상황에도 시멘트 공장에 대한 규제는 느슨합니다. 환경부는 신설 시멘트 공장에 대한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을 80ppm으로 규제했지만, 2007년 이전에 지은 공장은 270ppm으로 정해졌습니다. 문제는 모든 시멘트 공장은 2007년 이전에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타 업종과 비교하면 시멘트제조업의 허용기준이 상당히 느슨합니다.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은 ▲시멘트 270ppm ▲철강 100ppm ▲석탄발전 50ppm ▲석유정제 50ppm ▲소각로 50ppm 순입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 의원실은 시멘트업계에 대한 "특혜"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배출 허용 기준마저도 초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웅래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공장 11곳에서 굴뚝자동측정기기(TMS) 측정 대상인 먼지(TSP)·질소산화물(NOx)·염화수소(HCI)가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총 1742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항목별 매 30분 평균 측정값이 대기 배출 허용기준을 넘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행정처분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행정기관이 이렇게 허술하게 규제를 했을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발전·소각 시설과 달리 시멘트공장 업종은 환경오염시설허가 대상이 아니었는데요. 이 제도는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대형사업장을 대상으로 최대 10개의 환경 인허가를 통합해 한 번에 받도록 하고, 관리를 통해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감사원도 지난 2020년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환경부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뒤늦게 지난 10일 시멘트 공장을 환경오염시설허가 대상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7월 1일부터 4년간의 유예기간 내에 허가받기로 했습니다. 다만 배출농도 기준 강화에 대해 환경부 대기관리과 이장원 과장과 통합허가제도과 임충묵 서기관은 "논의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 시멘트 공장 업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

반면 시멘트 공장 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시멘트협회 한찬수 홍보협력팀장은 "대기오염의 경우 전국 실시간 대기환경정보를 확인한 결과, 연 평균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충북·강원 지역은 전국·수도권 평균보다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찬수 팀장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히 배출허용기준치만을 비교해 국내 기준이 허술하다는 표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배출부과금 제도에 따라 81ppm 초과 배출 시 기본부과금(환경부담금)을, 대기관리권역 위치한 공장은 135ppm 기준으로 질소산화물 배출권을 할당한다"면서 "향후 통합 허가 적용을 받게 되면 배출허용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허가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쌍용씨앤이 최인호 대외협력팀 부장은 배출허용기준에 대해 "질소산화물은 고온일 수록 많이 배출되는데, 소각로는 700~800도를 유지해도 되는 반면 시멘트 공장은 1500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는 소각로와 똑같은 온도와 맞추라는 주장이다"면서 "시멘트를 생산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했습니다. 

초미세먼지 저감 설비인 선택적 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하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 최 부장은 "SCR 설치하려면 별도의 후단 공정에 추가로 온도를 높여야 하고 추가적인 에너지도 필요하다"며 "아직 실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들여놓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투자로 자연환경 영향과 설비 개선을 통해 계속 줄여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주민의 건강 피해에 대해서도 부정했는데요. 이는 지역 주민과 시멘트 공장 사이에 질병 책임을 두고 대법원에서 소송한 결과, 지역주민이 졌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2011년 충북 제천시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 주민(144명)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조위)에 시멘트 공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결과, 피해를 인정받고 시멘트 공장에게 배상 결정이 내려진 적이 있습니다. 이어 2013년 충북 제천과 단양, 강원도 영월과 삼척 지역에 각각 있는 5개 시멘트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주민(99명) 등도 피해를 인정받았습니다. 

다만 중조위는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시멘트 공장 업체들은 보상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갔는데요. 최종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졌습니다. 법원은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이 사진은 시멘트 공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이 사진은 시멘트 공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 문제 없다고 단정 짓긴 일러…재조사 시작 

종합해보면 주민들은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중조위에서는 주민들의 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시멘트 공장 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시멘트 공장 업체는 대기오염에 대한 피해는 심리적인 불편감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하지만 시민사회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시멘트 공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지난 대법원 판결만 보고 문제가 없다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대기오염 문제를 포함해 환경으로 인한 피해를 개인이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자연 최재홍 변호사는 "환경 오염으로 인한 신체 질병시 특이성, 비특이성 질환을 따지는데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대기오염 등은 비특이성으로 적용된다"며 "비특이성은 유전적, 생활적 요인들을 다 배제하고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개인이 입증하는 건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특이성 질환은 카드뮴 중독증, 진폐증과 같이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질환을 말합니다. 비특이성 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비특이성 질환'인 경우 피해자는 역학조사 결과뿐 아니라 노출 시기, 노출 정도, 발병 시기 등을 추가 증명해야 합니다. 

결국 환경오염 피해자들은 정보의 부족과 피해 발생 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 원인의 다양성,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과학기술의 한계, 입증을 위한 막대한 비용 마련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러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재홍 변호사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문제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최재홍 변호사는 시멘트 공장 측이 대기오염이 아니라는 주장과 관련해  "과학적 조사의 한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실시간 대기환경 정보나 통계로만 판단하기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과 대기오염 질이 같아도 풍향, 풍속, 비산 정도, 기압에 따라 다르고 대기질 측정기의 위치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멘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분쟁사건 처리와 사법상 입증책임'에 따르면 "공해 문제는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공해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는 다시 조사하기로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환경부가 다시 주민들이 아픈게 시멘트 공장 때문인지에 대해 인과관계를 제대로 밝혀보려는 건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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