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12년...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3.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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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성 간과
사고로 삶이 무너진 시민들이 겪는 후유증도 아직 진행 중
일본 정부 오염수 방류 계획 "안전" vs 시민사회 "위험"

3월 11일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지 12년째 되는 날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습니다. 이 사고의 원인은 대형 지진해일(쓰나미)뿐만 아닌, 막연하게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원전을 설계하고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올해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것을 예고하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톱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습니다.

 

 자연재해와 '안전'을 간과해 벌어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출처 :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위원회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분석 보고서 표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 해안에서 규모 9.0의 지진으로 초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지진해일은 후쿠시마현의 태평양 쪽 해변 인근에 있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원전의 원자로 비상 냉각 기능 등 설비들이 손상됐습니다. 이어 원자로 건물(1호기, 3호기, 4호기)에서 5일간 3차례의 수소가스 폭발도 발생했습니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돼, 땅과 바다를 오염시켰습니다.

출처 :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위원회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분석 보고서
출처 :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위원회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분석 보고서

당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평가척도(INES) 중 심각성이 최악일 경우를 뜻하는 7등급을 매겼습니다. 앞서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7등급이였습니다. 

이 원전 사고의 근본적인 이유는 자연재해가 아닌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원전을 설계, 건설, 운영한 탓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분석'에 따르면, 원전을 설계하고 건설할 당시 ▲일본 환경 특성상 지진과 쓰나미가 자주 일어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조직이 규제 결정 권한을 가졌으며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과 원자력 산업계가 부정을 저질러도 눈감아줬던 원자력 산업계의 유착관계도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원전에 지진 해일이 닥치자, 무방비일 수밖에 없었고 ▲중대사고 대책 미흡 ▲외부 사고 진행 과정에서 원전의 내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등 대응이 지연되고 부적절했으며 ▲원자로 내부 상태에 대한 부족한 정보로 ▲원전의 여러 호기에서 수소 가스 폭발 등 중대사고로 이어진 것입니다. 

 

 원전 사고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 

이 원전 사고로 10만여 명의 주민이 피난을 갔습니다. 그들은 장기적인 피난 등 생활의 격변으로 병이나 스트레스로 숨지기도 했습니다. 또 후쿠시마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피난처에서 차별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들은 늘 피폭에 대한 불안을 느꼈습니다. 이에 일본 각 지역의 피난 주민이 도쿄전력을 대상으로 30건의 집단소송, 일본 정부를 상대로 4건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이 제기 됐습니다. 

또 이들의 일상이 무너졌기 때문에 보상금이나 건강 조사에 그치지 않고 고용, 생업보장, 주택, 교육, 마음케어 등 종합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원전 사고 피해자와 도쿄전력이 합의를 이끄는 일본 분쟁심사회는 '고향의 상실과 변화', '가혹한 피난 상황'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위자료를 지급하는 등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 안전하다 vs 안전하지 않다  

사고 발생 12년이 되는 지금,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주변 생태계가 망가진 것은 물론, 후쿠시마 핵 발전소 내 핵연료 파편, 방사성 오염수, 핵 폐기물 등도 처리해야 합니다. 원전을 처분하는 폐로 작업도 30~40년 이상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담은 '원전 폐로 중장기 로드맵'을 내놨습니다. 이를 두고 안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두고 논란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현장에 모아놓은 오염수 132만t(톤)을 올해 6월부터 30여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낼 계획입니다. 이에 일본 내 어민, 주민 비롯해 여러 국가의 시민 사회와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핵종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며, 오염수에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지만 도쿄전력은 7개 방사성 핵종에만 집중하는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바다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반복해 걸러내면 삼중수소 물질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방류계획의 과학적 근거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해 4월 보도자료에서 "학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을 때,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간과 바닷물로 인한 희석효과 등으로 방사선 피폭선량은 무시할 수준이며, 방사선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한국원자력학회는 "우리나라에 온전한 정보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오염 처리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에 유감"이라며 "방류가 한반도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과정과 결과를 밝히라"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작업을 얼마나 안전하고 투명하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점도 관건입니다. 앞서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방사성 폐기물 관리가 부실하다고 밝혀졌습니다. 특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방사성 폐기물을 담는 용기(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을 폭발 사고로부터 1년간 기록하지 않았다고 보도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년을 앞둔 9일과 10일 국내에서는 탈핵행진 준비위원회와 종교환경회의 등 관계자,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이 광주, 전남울산 등 곳곳에서 "국내 원전 확대 반대"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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