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음주운전자와 함께 술 마셨다면 처벌받을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4.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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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방조 규정 없지만 형법 ‘종범’ 조항에 따라 처벌 가능
현실적으로는 음주운전차량 동승 정도 아니면 처벌 쉽지 않아

최근 전직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스쿨존에서 9살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을 음주운전방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음주운전하다 걸린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신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될까요? 실제로 음주운전방조죄가 있는지, 처벌이 가능한 지 확인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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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로교통법 등 교통 관련법에 음주운전방조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에 음주운전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입니다.

대신 형법에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형법 제32조는 ‘종범(남의 범죄 행위를 도움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또는 그 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이 조항에 따라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를 포함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자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방조죄에 해당하면 1년 6개월 이하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되는 대표적 사례로는 ▲운전자가 음주상태임을 알면서도 함께 탑승하거나 음주운전을 공모하거나 부추긴 경우, ▲술을 마신 자에게 자동차 열쇠를 전달하는 행위,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자가 하급직원의 음주운전을 알면서도 방치한 경우, ▲대리기사를 부르는 것이 불가능한 장소에서 술을 판매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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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음주운전방조로 처벌한 사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입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재판에 넘겨도 처벌이 가벼울 때가 많습니다.

뉴스톱 객원 팩트체커인 전범진 변호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음주운전을 알고도 동승한 정도가 되어야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죄의 방조범으로 처벌이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전경찰청은 음주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방조라는 것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을 해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자료, 뉴스톱 제작
경찰청 자료, 뉴스톱 제작

경찰청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하루에 44건 꼴로 발생했습니다. 2019년 1만5708건, 2020년 1만7247건, 2021년 1만4894건으로, 3년 동안 4만7849건이 발생했으며, 3년 간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788명, 7만767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하루 평균 71명이 다치고 일주일에 5명이 사망하는 셈입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6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 수는 16만2102명이었습니다. 특히 1년 이내 음주운전 재범자가 2만 9192명으로 전체 상습 음주운전자의 18%를 차지했으며,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도 7만491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음주운전자 5명 중 1명은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범’이라는 것입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처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음주운전에 걸린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신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은 형법 32조에 따라 기소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같이 마신 사람이 구체적으로 음주운전을 방조 혹은 묵인했는지, 권유했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 처벌까지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음주운전자와 같이 술 마신 사람도 처벌 가능할까란 질문에 대해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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